꽃밥 먹자 107. 2014.10.29.ㄴ 유자 까는 아이들



  두 분 할머니한테 부칠 유자를 싼다. 나무에서 딸 적에 그만 꼭지가 뽑히고 만 유자는 우리 집에 두기로 한다. 석 알은 꼭지를 잘못 건드려서 뽑혔는데, 이 가운데 두 알을 두 아이가 신나게 깐다. 이 아이들은 ‘유자’라는 이름이 어떤 열매를 가리키는 줄 아직 모른다. 그저 ‘귤’인 줄 안다. 그러고 보니, 네 살 작은아이는 ‘탱자’를 살구라도 되는듯이 생각하며 깨물어서 먹다가 퉤퉤 뱉은 적이 있다. 탱자도 유자도 몹시 시단다. 이 아이들을 겉껍질을 벗겨서 냠냠 씹어서 먹기란 몹시 힘들지. 이 아이들은 날로 씹어서 먹지 않고 다르게 손질해서 먹는단다. 그래도, 너희가 손수 유자 껍질을 까고 맛까지 보았으니, 다음부터는 유자를 섣불리 까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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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6. 2014.10.29. 꽃밥인가 풀밥인가



  아버지가 차리는 밥은 아이들한테 먹이는 밥이면서 아버지 스스로 가장 먹고 싶은 밥이라고 문득문득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밥을 즐겁게 먹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더없이 기쁘게 차릴 수 있는 밥이라고 느낀다. 나도 이러한 밥을 바라지만 곁님이 이러한 밥을 달갑게 누려 주니 차릴 수 있다고 할까. 다만, 나는 김치를 담가서 먹지 못한다. 김치가 내 몸에 안 맞는 줄 알아차린 뒤부터 김치가 있는 쪽은 아예 안 쳐다보면서 산다. 김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늘 생각이 많지만 실마리를 못 푼다. 일산과 음성에서 더러 부쳐 주시고, 또 이웃이 더러 보내 주기에, 나로서는 큰 짐을 덜면서 무척 고맙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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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5. 2014.10.24.ㄴ 셋째 아이 케익



  셋째 아이 케익을 장만한다. 초를 하나 꽂는다. 한 떨기 꽃송이처럼 밝게 피어나는 작은 불을 바라본다. 첫째와 둘째가 후후 불어 불을 끈다. 우리 곁에 두 달 머물다가 떠난 셋째 아이 몫을 맨 처음 썰어서, 하얀 접시에 담은 뒤, 무화과나무 옆에 놓는다. 이틀 뒤에 누군가 반 점을 먹고, 그 이튿날 남은 반 점을 마저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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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4. 2014.10.24.ㄱ 풀밥과 미역국



  끼니에 다 먹지 못해 남은 국과 밥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가락국수를 조금 넣어 미역국을 다 비우기로 하고, 식은밥은 떡·고구마·감자·호박·양파를 버무려 끓인 뒤 카레가루로 간을 내어 밥에 얹는다. 옆밭에서 뜯은 갓이랑 가을풀에다가 양배추를 채썰기를 하여 풀무침을 한다. 아침을 맛나게 먹으면서 하루를 열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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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3. 2014.10.22. 구워서 한 상



  천천히 구워서 한 접시를 올린다. 드디어 구이가 끝났구나 하고 숨을 돌리면서, 국을 뜨고 밥을 푼다. 국냄비에 넣어 따끈하게 덥힌 두부를 접시로 옮겨서 썬다. 우리 예쁜 아이들아 밥 먹자. 어머니도 부르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밥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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