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07. 2014.10.29.ㄴ 유자 까는 아이들
두 분 할머니한테 부칠 유자를 싼다. 나무에서 딸 적에 그만 꼭지가 뽑히고 만 유자는 우리 집에 두기로 한다. 석 알은 꼭지를 잘못 건드려서 뽑혔는데, 이 가운데 두 알을 두 아이가 신나게 깐다. 이 아이들은 ‘유자’라는 이름이 어떤 열매를 가리키는 줄 아직 모른다. 그저 ‘귤’인 줄 안다. 그러고 보니, 네 살 작은아이는 ‘탱자’를 살구라도 되는듯이 생각하며 깨물어서 먹다가 퉤퉤 뱉은 적이 있다. 탱자도 유자도 몹시 시단다. 이 아이들을 겉껍질을 벗겨서 냠냠 씹어서 먹기란 몹시 힘들지. 이 아이들은 날로 씹어서 먹지 않고 다르게 손질해서 먹는단다. 그래도, 너희가 손수 유자 껍질을 까고 맛까지 보았으니, 다음부터는 유자를 섣불리 까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