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집 사진 2005.5.5.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싶어요. 비싼 장비를 들고서 어쩌다가 책집(헌책집·마을책집)에 가는 사람은 ‘멋져 보이는 그럴듯한 사진’은 찍겠지만, ‘책집을 말하는 사진’은 못 찍을 수밖에 없잖아요. 헌책집도 마을책집도 제 집처럼 늘 다니며 머물던 사람이 보는 눈이나 마음하고 사뭇 다를 테니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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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2019.5.23.

자전거 타는 맛 가운데 하나는, 더 신나게 달리고 싶을 적에 불쑥 멈추고는, 둘레를 보면서 이 멋진 모습을 눈으로도 몸으로도 담는, 이러면서 온몸에 흐르는 땀을 새삼스레 느끼며 ‘이런 곳을 달렸구나’ 하고 돌아보는 보람이기도 하다고 느껴요. 자동차를 달리다가 멈출 적에는 그저 그러려니 모습만 보이지만, 자전거를 달리다가 멈출 적에는 문득 땀이 이마를 볼을 목을 등줄기를 팔뚝을 허벅지를 눈가까지 타고 흐르며 짭짤한 맛까지 느끼면서 곁을 돌아봅니다. 두 손으로 쥐는 삶이란 무엇일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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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꽃은 골목빛 2019.1.29.

골목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골목’이란 말을 쓸 일이 없습니다. 동무들하고 늘 ‘거기’나 “너희 집”이나 “우리 집”이라 했습니다. 때로는 ‘빈터’를 찾아서 놀 뿐이었어요. 이런 곳에 꽃이 피고 나무가 우거지며 밭이 있는 줄 깨달은 때는 서른이 한참 지나고서입니다. 이윽고 아이가 태어나 갓난쟁이를 안고 업으며 해바라기를 다니고 걸음마를 가르치면서 온골목이 꽃밭이요 나무숲이며 텃밭인 줄 깨닫습니다. 마을이 서기 앞서 들꽃이요, 마을이 서며 마을꽃이었을 텐데, 인천 같은 고장에서는 ‘골목꽃’이 될 테지요. 골목이웃 스스로 살아내는 터에 사랑이란 손길을 담아 살림을 지으니 어느새 보금자리 되고, 이곳에 새빛이 서려요. ‘골목빛’입니다. “산다고 해”서 보지는 않습니다. “사랑해”라는 마음이기에 바라보고 알아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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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장

영어를 처음 배울 적에 이른바 ‘단어장’이 꽤 판쳤습니다. 이 한국말을 저 영어로 ‘낱말 : 낱말’로 엮은 꾸러미입니다. 예전에는 참말로 ‘단어장 공부’를 하기 일쑤였는데, 이는 영어에서만이 아니라 국어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국민학교란 이름이던 학교에서 쓰던 전과를 보면 ‘국어 과목 말풀이’를 ‘낱말 : 낱말’ 얼거리로 풀이하곤 했습니다. 국어 과목은 어떻게 ‘낱말 : 낱말’인가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말을 이렇게 다뤘지요. ‘한자말인 낱말 : 한국말인 낱말’ 얼거리였습니다. 그때에는 사전조차 마치 단어장 같았어요. 낱말 쓰임새나 결이나 풀이를 다루지 않고 단어장처럼 ‘일대일’ 얼개였어요. 오늘날 숱한 한국말사전도 아직 단어장에 머뭅니다. 사전이란 단어장이 아닌데, 사전이란 “말에 깃든 숨결을 알아보기 좋도록 풀어내고 밝혀서 이야기로 엮어 노래처럼 들려주는 꾸러미”인데요. 2019.5.10.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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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다

몸이 고되거나 힘들거나 아프면 밥을 저절로 끊습니다. 물마저 끊습니다. 때때로 며칠씩 안 먹고서 지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 먹고 지내도 똥이며 오줌은 꾸준히 나옵니다. 어떻게 왜 나오나 하고 궁금하다가 문득 깨닫습니다. 비록 입으로 넣는 밥은 없다지만, 햇볕이며 바람이 스며들고, 맨발로 디디는 풀밭에서 풀내랑 흙내가 감겨들어요. 비가 오면 빗물을, 몸을 씻으면 냇물이 살갗을 거쳐 젖어들어요. 푸나무는 따로 입이 없어도 온몸으로 햇볕이랑 바람이랑 빗물이랑 흙을 받아들여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마 사람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여기에 몇 가지가 더 있어요. 눈길을 받아들이고 손길을 맞아들입니다. 마음을 맞이하고 사랑을 받습니다. 2019.5.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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