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꽃은 골목빛 2019.1.29.
골목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골목’이란 말을 쓸 일이 없습니다. 동무들하고 늘 ‘거기’나 “너희 집”이나 “우리 집”이라 했습니다. 때로는 ‘빈터’를 찾아서 놀 뿐이었어요. 이런 곳에 꽃이 피고 나무가 우거지며 밭이 있는 줄 깨달은 때는 서른이 한참 지나고서입니다. 이윽고 아이가 태어나 갓난쟁이를 안고 업으며 해바라기를 다니고 걸음마를 가르치면서 온골목이 꽃밭이요 나무숲이며 텃밭인 줄 깨닫습니다. 마을이 서기 앞서 들꽃이요, 마을이 서며 마을꽃이었을 텐데, 인천 같은 고장에서는 ‘골목꽃’이 될 테지요. 골목이웃 스스로 살아내는 터에 사랑이란 손길을 담아 살림을 지으니 어느새 보금자리 되고, 이곳에 새빛이 서려요. ‘골목빛’입니다. “산다고 해”서 보지는 않습니다. “사랑해”라는 마음이기에 바라보고 알아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