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에 걸쳐 느낌글 쓰기



  이태에 걸쳐 느낌글을 하나 쓴다. 오늘 비로소 마무리를 짓는다. 마지막 한 줄을 적고 나서 가볍게 손을 털고 웃는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 스스로. 이렇게 빛을 이야기하는 느낌글을 쓸 수 있으니.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아름다운 책이 있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두고두고 되새겨 읽을 만한 책만 곁에 두고 읽는다면 누구나 아름다운 숨결로 거듭난다. 오래오래 아로새겨 읽을 만한 책만 가까이 두고 읽는다면 누구라도 사랑스러운 빛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저 많이 읽을 까닭이 없다. 무턱대고 많이 읽어야 하지 않다. 온누리에 쏟아지는 책이 엄청나게 많다고들 하는데, 그 책을 굳이 다 읽어야 하겠는가. 참으로 빛나는 책을 가리는 눈길을 키워, 여느 때 여느 자리에서 여느 이웃을 마주하면서 스스로 빛나는 손길로 어깨동무를 하면 아름답다.


  빛이 되는 책을 읽는다. 빛이 되는 글을 쓴다. 빛이 되는 이야기를 나눈다. 빛이 되는 삶을 가꾼다. 그러니까, 늘 빛이요 사랑일 때에 오롯이 서는 사람이 되겠구나.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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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가 본 사람


  멋진 찻집에 가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찻집이 참말 얼마나 멋진 줄. 멋진 숲에 마실을 다녀온 사람은 안다. 멋진 숲이 어느 만큼 멋진 줄. 멋진 이웃을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워 본 사람은 안다. 멋진 이웃이 그야말로 얼마나 멋진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책방을 안다. 책방을 안 가 본 사람은 책방을 모른다. 복숭아꽃을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안다. 복숭아꽃을 못 본 사람은 복숭아꽃을 모른다. 스스로 보고, 느끼며, 마음에 담아, 생각을 기울일 때에 알 수 있다. 못 보면 못 느끼고, 못 느끼기에 마음에 못 담아, 마음에 못 담으니 생각을 기울이지 못한다.

  사람들이 책방에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기를 빈다.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책방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더라도, 스스로 아주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책이라면, 가까운 동네책방이나 먼 단골책방에 주문을 넣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책마실을 할 수 있기를 빈다. 요즈음은 책 한 권조차 ‘무료배송’을 하지만 ‘부러 찻삯과 품과 겨를을 들여’ 책빛마실을 해 볼 수 있기를 빈다. 왜냐하면, 책방에만 책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방에는 온갖 책이 어우러진 기운이 있고, 갖가지 책이 골고루 섞인 바람이 분다. 책방으로 찾아가는 동안 이웃을 만나고 마을을 살피며 내 두 다리를 느낀다. 책방에 서서 ‘내가 주문한 책’을 찾는 동안 내가 미처 몰랐던 아름다운 책을 만나곤 한다. 책방에 찾아가서 ‘내가 주문한 책’뿐 아니라 내가 이제껏 헤아리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책을 만나기도 한다.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을 사려면 책방에 가야 하는 줄. 책방에 가 본 사람은 안다. 책은 책방에서 빛이 나고, 책방에서 빛이 나는 책을 내 가슴에 고이 품으면서 밝은 노래가 흐르는 줄. 4347.7.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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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드는 손길



  알뜰살뜰 쓴 이야기를 차근차근 갈무리해서 책이 태어난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에 아름다운 책으로 엮고, 사랑스러운 빛을 담기에 사랑스러운 책으로 묶는다. 손에 쥐어 읽을 사람을 헤아리며 단단하게 엮는다. 가방에 담고 책꽂이에 꽂을 사람을 생각하며 야무지게 묶는다.


  속을 펼쳐 이야기를 읽을 적에도 즐겁고, 겉을 바라보며 생김새를 살필 적에도 즐겁다. 참 그렇다. 나무를 마주할 적에도, 나무가 보여주는 푸른 빛깔이 즐거울 뿐 아니라, 나무가 맺는 꽃과 열매가 함께 즐겁다.


  책을 묶는 일이란, 나무를 한 그루 심어서 숲을 이루려는 몸짓과 같다. 나무가 모여서 숲이 되듯, 책이 모여 책집·책방·책터가 된다. 나무숲이 있듯이 책숲이 있다. 나무숲에서 나무 한 그루 두 그루가 저마다 다른 빛을 한 갈래로 그러모아 빛이 되듯, 책방에서 책 한 권 두 권이 저마다 다른 숨결을 한 타래로 갈무리해서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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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없는 도서관은 때려부수자



  어릴 적부터 곧잘 들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도서관에는 만화책이 없다.”이다. 왜 도서관에 만화책이 없지? 도서관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기에 만화책을 안 두지?


  책을 무엇으로 보기에 이 따위로 하는가 하고 그동안 생각했다. ‘십진분류법’을 살펴본다는 생각은 여태 품지 않았다. 오늘 비로소 십진분류법을 살펴본다. 어디 보자, 만화책은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 ‘예술’ 갈래에? ‘문학’ 갈래에? 또는 ‘총류’ 갈래에?


  십진분류법을 살펴보는 김에 ‘한국 십진분류법’뿐 아니라 ‘일본 십진분류법’을 살펴본다. 어라. 일본에서도 ‘만화’가 들어갈 자리가 없네?


  그렇구나. 도서관에서는 아예 만화책을 책으로 다루지 않는구나. 만화책을 아예 십진분류법 갈래에 안 넣었으니, 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둘 까닭이 없구나. 만화책은 어디에도 낄 자리가 없으니, 얌전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딴 도서관 사서가 스스로 만화책을 장만해서 갖출 일이 없을 뿐더러, 도서관 책손이 만화책을 갖추어 달라고 말해도 만화책을 챙겨서 갖출 까닭조차 없구나.


  더 재미있는 대목이 있으니, 도서관 십진분류법에는 ‘어린이책’이 없다. 어린이책도 만화책과 똑같이 도서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래서 예전에는 도서관에 참말 동화책도 동시집도 없었다. 요즈음은 ‘어린이책 도서관’을 새로 짓고 ‘어린이책 십진분류법’도 새로 만든 줄 아는데, 이렇게 하더라도 도서관이라는 곳이 어른만 다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마땅히 어린이책을 갖추어야 하지만, 도서관 사서는 이러한 대목을 헤아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어른도 함께 읽’도록 이끌거나 알려주는 도서관 사서가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어린이책을 함께 읽지 않는 어른이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하거나 아끼거나 돌볼 수 있는가? 어린이책을 함께 읽지 않는 어른이 어떻게 교육정책이나 사회정책이나 문화정책 따위를 내놓을 수 있는가?


  그리고, ‘환경책’도 십진분류법에서 들어갈 자리가 없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은 언제나 엉뚱한 자리에 꽂혀야 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도서관 십진분류법은 책을 알맞게 나누어 갈무리하는 얼거리가 아니다. 사람과 삶 사이에 높다랗게 세우는 울타리가 십진분류법이다. 십진분류법에 따라 책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 삶에 따르고 사람에 따라 책을 살펴야 한다. 이야기에 따라 책을 가누고, 이야기를 헤아리면서 책을 갖추어 꽂아야 도서관이다.


  만화책 없는 도서관은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느낀다. 어린이책 없는 도서관도 함께 때려부수어야 한다고 느낀다. 만화책과 어린이책이 없는 곳은 도서관이 아니다. 책무덤일 뿐이다. 4347.6.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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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늘 이야기



  모든 책에는 ‘가르침(교훈)’이 있습니다. 우리를 가르치지 못하는 책은 없습니다. 한 가지를 가르치든 만 가지를 가르치든, 모든 책은 우리를 가르칩니다. 그래서 어느 책을 읽든 우리는 배웁니다.


  모든 책에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재미라든지 엄청나다 싶은 즐거움이 있기도 하지만, 터럭밖에 안 되는 재미라든지 좁쌀만 한 즐거움이 있기도 해요. 재미와 즐거움은 다 다르게 있습니다. 크기나 부피로 따져서 더 크거나 많아야 ‘좋다고 여길’ 책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다 다른 책마다 다 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있을 뿐입니다.


  나는 책을 읽을 적에 늘 한 가지만 헤아립니다. 바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헤아립니다. 어느 책을 고르든 가르침이나 재미나 즐거움은 다 다르게 있기에, 가르침이나 재미나 즐거움이 아닌 ‘이야기’에 따라 책을 고릅니다.


  삶을 밝히는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삶을 빛내도록 북돋우는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이 끌립니다. 삶을 가꾸는 슬기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을 쏟아 차근차근 읽습니다.


  모든 책은 이야기책입니다. 그림책과 동화책도 이야기책입니다. 소설책과 시집도 이야기책입니다. 과학책과 환경책도 이야기책입니다. 자기계발이나 수험서조차 이야기책입니다.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빛으로 담습니다.


  이야기를 받아들여 마음밭에 씨앗 한 톨 심도록 돕는 책이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살피면서 마음자리에 꽃이 피어나도록 이끄는 책이 반갑습니다. 책은 늘 이야기요, 책은 한결같이 이야기입니다. 4347.6.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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