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장
영어를 처음 배울 적에 이른바 ‘단어장’이 꽤 판쳤습니다. 이 한국말을 저 영어로 ‘낱말 : 낱말’로 엮은 꾸러미입니다. 예전에는 참말로 ‘단어장 공부’를 하기 일쑤였는데, 이는 영어에서만이 아니라 국어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국민학교란 이름이던 학교에서 쓰던 전과를 보면 ‘국어 과목 말풀이’를 ‘낱말 : 낱말’ 얼거리로 풀이하곤 했습니다. 국어 과목은 어떻게 ‘낱말 : 낱말’인가 하면,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말을 이렇게 다뤘지요. ‘한자말인 낱말 : 한국말인 낱말’ 얼거리였습니다. 그때에는 사전조차 마치 단어장 같았어요. 낱말 쓰임새나 결이나 풀이를 다루지 않고 단어장처럼 ‘일대일’ 얼개였어요. 오늘날 숱한 한국말사전도 아직 단어장에 머뭅니다. 사전이란 단어장이 아닌데, 사전이란 “말에 깃든 숨결을 알아보기 좋도록 풀어내고 밝혀서 이야기로 엮어 노래처럼 들려주는 꾸러미”인데요. 2019.5.10.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