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

몸이 고되거나 힘들거나 아프면 밥을 저절로 끊습니다. 물마저 끊습니다. 때때로 며칠씩 안 먹고서 지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 먹고 지내도 똥이며 오줌은 꾸준히 나옵니다. 어떻게 왜 나오나 하고 궁금하다가 문득 깨닫습니다. 비록 입으로 넣는 밥은 없다지만, 햇볕이며 바람이 스며들고, 맨발로 디디는 풀밭에서 풀내랑 흙내가 감겨들어요. 비가 오면 빗물을, 몸을 씻으면 냇물이 살갗을 거쳐 젖어들어요. 푸나무는 따로 입이 없어도 온몸으로 햇볕이랑 바람이랑 빗물이랑 흙을 받아들여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마 사람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여기에 몇 가지가 더 있어요. 눈길을 받아들이고 손길을 맞아들입니다. 마음을 맞이하고 사랑을 받습니다. 2019.5.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