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4.22.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7 모과꽃



  모과꽃 한 송이를 가만히 먹으면 하루 내내 굳이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될 만큼 배가 부를 만합니다. 모과꽃을 먹어 보았나요? 아마 모과꽃을 먹어 본 사람은 드물 테고, 모과나무를 곁에 두는 사람도 드물 테며, 모과꽃이 언제 얼마나 피는가를 아는 사람도 드물 테지요. 모과꽃이 아니어도 뽕꽃이나 감꽃이나 살구꽃이나 포도꽃이나 귤꽃이나 능금꽃을 먹을 만합니다. 그야말로 숱한 꽃은 꽃으로서도 아름다운 밥입니다. ‘많이 먹어야 할 꽃송이’가 아닌 한 송이로 온몸을 사르르 녹이면서 북돋우는 꽃밥이에요. 우리는 밥다운 밥을 멀리하거나 잊기에 지나치게 먹고 만다고 느껴요. 왜 많이 먹는지 생각해 봐요. ‘참다이 먹을것’을 먹을 때까지 우리 몸이 자꾸 밥을 넣어 달라고 비는구나 싶어요. ‘참밥’을 한 모금이나 한 톨만 몸에 가벼이 넣어 주면 즐겁습니다. 참밥 아닌 거짓밥을 잔뜩 몸에 넣으니 몸도 고단하고, 푸른별도 휘청거리며, 온누리가 뒤엉킨다고 느껴요.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까요? ‘참책’이 아닌 ‘거짓책’이나 ‘꾸밈책’이나 ‘눈가림책’을 잔뜩 읽는들, 우리 스스로 마음을 틔우거나 생각을 열거나 슬기롭게 빛날까요? 아니겠지요. ‘아무 책이나 많이 읽기’가 아닌 ‘꽃책’을 즐거이 만날 적에 저마다 빛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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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6 허울



  모든 책은 꽃입니다. ‘문학’이란 이름이 붙어야 글꽃이 아닙니다. 어느 갈래로 넣는 책이든 모든 책은 지은이가 삶에서 편 이야기가 꽃처럼 서립니다. 모든 책은 노래입니다. ‘시·동시’란 이름이 붙어야 노래이지 않습니다. 어느 자리에 넣는 책이든 모든 책은 글님이 살림자리에서 일군 이야기가 노래로 흐릅니다. 모든 책은 살림입니다. ‘자기계발’이란 이름이 붙어야 살림이지 않아요. 어느 쪽에 깃드는 책이든 모든 책은 글쓴이가 사랑이라는 숨결로 여민 이야기가 포근히 북돋웁니다. 저는 ‘이름을 아는 분’이 쓴 책이건, ‘이름을 모르는 분’이 쓴 책이건, 손에 쥐어 천천히 펼칠 적에는 ‘이름’을 잊습니다. 오직 줄거리로 스며듭니다. 책은 껍데기로 안 읽고 알맹이로 읽으니까요. 모든 이야기는 허울이 아닌 속살로 맞아들이니까요. 눈속임(사기꾼)은 으레 겉치레를 하거나 잔뜩 꾸밉니다. 돈이 있어 보이거나 이름이 잘나 보이거나 힘이 세 보이는 이들이 눈을 속이려 들어요. 책도 매한가지예요. 빈수레일수록 시끄럽다는 말처럼 줄거리·이야기·알맹이가 허술할수록 허울을 씌우려 합니다. 허접하기에 허울로 갑니다. 헐었기에 허울에 매달립니다. 허름한 속내를 감추려고 허울로 눈가림을 일삼습니다. 이제 눈을 떠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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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4.1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5 문재인 세월호



  2022년에 나라지기를 바꿉니다. 나라지기 자리에서 물러나는 분은 《위대한 국민의 나라》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란 책을 둘 내놓습니다. 그런데 두 책 어디에도 ‘세월호 속내(진실)’를 그동안 얼마나 밝혔는지는 안 적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문재인 민주당 다섯 해’에 걸쳐 해마다 4월 16일이면 “세월호 진실 밝히는 게 아이들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라고만 말했을 뿐, 정작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요. ‘세월호 속내’를 밝히도록 힘쓰라고 사람들이 촛불너울을 일으켰습니다만, 지난 다섯 해 동안 시골 들숲바다에는 햇볕판(태양광패널)·바람개비(해상풍력)가 무시무시하게 박혔습니다. 두멧시골에 때려박은 햇볕판·바람개비로 얻는 전기를 서울·큰고장으로 보내려고 ‘밀양 송전탑’은 저리 가라 할 만큼 또 들숲바다를 파헤치는데 이 대목을 눈여겨보는 환경단체·녹색당·진보정치는 아예 없습니다. 더구나 윤미향은 아직도 국회의원 이름을 가슴에 달고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그동안 ‘진상규명’을 안 하고 뭘 했을까요? 누구나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책을 낼 수 있습니다만, 글·말·책을 제대로 하도록 큰힘을 몰아주었다면, ‘자랑·핑계’가 아닌 ‘일’을 했어야 옳겠지요.


ㅅㄴㄹ

#문재인세월호 #윤미향세월호 #문재인윤미향

#한심한나라 #세월호진실

#위대한국민의나라 #아무도흔들수없는나라












































































나라돈으로 화보집을 이렇게 자주 낸 나라지기는

처음 봤다......


문득 살펴보니

지난 다섯 해 동안 ‘대통령 화보집’이

해마다 나왔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대통령 화보집’이 잘 팔리나 보다

‘대통령 달력’까지 냈으니까.


촛불너울이 박근혜를 끌어내리고서

나라지기를 맡긴 뜻은

‘화보집 + 연설문집’을 나라돈으로 내지 말고,

‘세월호 진실’부터 제대로 파서 밝히고,

윤미향 같은 사람한테서 국회의원 뱃지를 돌려받아

감옥에 보내라는 목소리 아니었을까.


자랑(자화자찬)으로 가득한 다섯 해였기에

이 나라 들숲바다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그들 눈에는 하나도 안 보이는구나 싶다.


이런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윤석열 지지자냐?” 하고 묻는 분이 있는데,

“권력자 어느 누구도 지지할 마음이 없이,

 오직 들숲바다와 어린이를 지지할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전라남도에 삽니다.”

하고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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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4.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4 우리나라 그림책



  1987년에 우리말로 나온 《꼬마 곡예사》를 처음 만나던 1998년 무렵에는 글쓴이나 그린이 이름에 눈이 안 갔어요. 그저 아름다운 그림책이로구나 하고 여겼어요.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서 《엠마》를 만나 아이를 무릎에 앉혀 읽힐 무렵 뒤늦게 그린이 이름에 눈이 갔고, 이윽고 ‘바바라 쿠니’ 님 그림책을 샅샅이 챙겨서 읽고 읽혔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그림책은 ‘교훈’을 안 내세우고 ‘교육’하고도 동떨어집니다. 모든 사랑스러운 그림책은 굳이 ‘평등·성평등·평화·전쟁반대’를 안 외칩니다. 그림책으로 담아내는 이야기에 언제나 사랑을 담아내기에, 이 사랑이 모든 아름다운 삶길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는 줄 보여줘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책이 많이 나오지만, 아이들한테 읽히고 싶은 그림책은 그다지 못 찾겠어요. 너무 ‘교훈·교육·주제의식·학교생활·사회생활·주의주장·재미’에 갇히고, 서울에서 맴돌아요. 이따금 숲(자연)을 다룰 적에도 ‘서울에서 부릉부릉 타고서 놀러가는 숲’에서 그칩니다. 그저 아이답게 그리고, 늘 아이랑 소꿉놀이하는 마음으로 그리면 시나브로 아름답게 피어날 그림책인데, 아직 멀긴 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서 걷는 길을 사랑으로 들려줄 우리나라 그림책이 깨어날 그날을 꿈꿉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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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4.8.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3 깔개



  종이쓰레기터(폐지처리장)로 가는 책은 이미 책이 아닌 ‘종이쓰레기’인 터라 삽차가 퍽퍽 찍고 물을 잔뜩 뿌려 부풀려 놓습니다. 헌책집지기는 이 종이쓰레기터에서 ‘되살릴 책’을 하나하나 쥐고 헤아리면서 먼지를 뒤집어썼습니다. 걸레로 닦고 해바람에 말려 묵은 냄새를 빼내고서야 비로소 책시렁에 꽂아요. 새책을 새책집으로 보내는 ‘물류창고’에서는 책을 책으로 안 여기는 분이 많았습니다. 밟거나 던져요. 이런 모습을 보며 “밟지도 깔고앉지도 던지지도 마십시오. 다쳐서 폐기해야 하면 책임 집니까?” 하고 따졌더니 제가 일하던 펴냄터(출판사) 사장·부장한테 전화해서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냐? 잘라라!” 하더군요. ‘표절작가·역사인식이 천박한 작가’가 내놓은 책을 두어 판쯤 냄비 깔개로 쓴 적 있으나 영 찝찝해서 어떤 책도 깔개로 안 삼습니다. 철없는 펴냄터나 글바치가 내놓은 책이어도 “모든 책은 책”이니, “깔개로 삼아서 잘못했습니다” 하고 책한테 빌었어요. 2002년 무렵이었는지, 어느 헌책집 아재가 바닥에 털썩 앉으며 얘기했습니다. “난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책에 못 앉아요. 헌책이어도 책이잖아요. 살짝이라도 책에 앉으면 책이 다치고 아파요. 나중에 안 팔려서 다시 버려야 해도 아끼고 싶어요.”


ㅅㄴㄹ


다리가 아프면 흙바닥에 앉으면 된다.

흙바닥에 앉으면서

이 별을 이룬 흙을 헤아리면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날 만하다.


문화재이든 아니든

아무 데나 함부로 앉으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면

이런 마음이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책을 뒷전으로 밀치고

도서정가제도 개악으로 뒤틀려고 하는

모든 못난 짓이

어디부터 비롯했는지

더없이 손쉽게 읽어낼 만하다.


잘못했으면

고개숙이고 빌면 된다.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개숙이거나 빌 줄 모르면

바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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