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6 허울



  모든 책은 꽃입니다. ‘문학’이란 이름이 붙어야 글꽃이 아닙니다. 어느 갈래로 넣는 책이든 모든 책은 지은이가 삶에서 편 이야기가 꽃처럼 서립니다. 모든 책은 노래입니다. ‘시·동시’란 이름이 붙어야 노래이지 않습니다. 어느 자리에 넣는 책이든 모든 책은 글님이 살림자리에서 일군 이야기가 노래로 흐릅니다. 모든 책은 살림입니다. ‘자기계발’이란 이름이 붙어야 살림이지 않아요. 어느 쪽에 깃드는 책이든 모든 책은 글쓴이가 사랑이라는 숨결로 여민 이야기가 포근히 북돋웁니다. 저는 ‘이름을 아는 분’이 쓴 책이건, ‘이름을 모르는 분’이 쓴 책이건, 손에 쥐어 천천히 펼칠 적에는 ‘이름’을 잊습니다. 오직 줄거리로 스며듭니다. 책은 껍데기로 안 읽고 알맹이로 읽으니까요. 모든 이야기는 허울이 아닌 속살로 맞아들이니까요. 눈속임(사기꾼)은 으레 겉치레를 하거나 잔뜩 꾸밉니다. 돈이 있어 보이거나 이름이 잘나 보이거나 힘이 세 보이는 이들이 눈을 속이려 들어요. 책도 매한가지예요. 빈수레일수록 시끄럽다는 말처럼 줄거리·이야기·알맹이가 허술할수록 허울을 씌우려 합니다. 허접하기에 허울로 갑니다. 헐었기에 허울에 매달립니다. 허름한 속내를 감추려고 허울로 눈가림을 일삼습니다. 이제 눈을 떠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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