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알은 눈부신 빨강



  석류알은 눈부신 빨강. 꽃돌이가 석류 열매 한 덩이를 먹고 싶어서 톡 뜯어서 자그마한 씨앗을 손바닥에 올린다. 몇 알 입에 넣고 씹다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 “아이, 셔!” 한 마디. 이 시디신 석류알은 참말로 새빨갛게 빛나지. 더없이 고운 빨강이지. 201611.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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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는 내 발치에



  잠자리는 내 발치에 앉아서 얌전합니다. 나는 이 잠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 가을에 기운이 다한 잠자리일까요, 아니면 내 곁으로 찾아와서 방긋방긋 웃고 노래하며 놀고 싶은 동무일까요. 나는 잠자리하고 놀 수 있어요. 나는 잠자리하고 속닥거릴 수 있어요. 나는 잠자리하고 노래하는 시골살림을 지을 수 있어요. 나는 잠자리하고 꿈을 꾸는 하루를 즐길 수 있어요. 2016.10.1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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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뚝에 물똥을 싸며 날아가는



  풀개구리는 으레 내 팔뚝에 물똥을 싸며 날아갑니다. 우리 도서관학교에 갈 적마다 유리문에 붙어서 꼼짝을 않는데, 문을 열어야 하니 다른 데에 가서 놀라고 일러도 그저 찰싹 달라붙을 뿐이라 꼬리 께를 살살 간질이면 잔뜩 움츠렸다가 폴짝 뛰어요. 풀개구리는 내 머리 높이에서 폴짝 뛰니 마치 날아가는 듯합니다. 그 높이에서 뛰어서 풀밭으로 떨어지는데 멀쩡합니다. 그런데 폴짝 뛸 적마다 으레 물똥을 찌익 하고 싸요. 물똥 싸는 소리에다가 맑은 물방울이 팔뚝에 떨어집니다.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 맑은 물똥을 빗물처럼 흩뿌리며 날아가는 풀개구리예요. 2016.10.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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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하고 박각시



  코스모스 꽃송이를 앞에 두고 잰 날갯짓으로 꽃가루도 꿀도 먹는 박각시. 마치 벌새처럼 보이는 네 이름이 박각시로구나. 꽃가루도 꿀도 좋아할 테지만, 감도 무화과도 좋아할 테지. 보드랍고 달콤한 것들을 즐겁게 먹으면서 네 날갯짓은 더욱 빨라질 테고. 높다란 가지에 달린 꽃송이에 열매가 맺도록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앙증맞도록 작은 솔꽃도 하나하나 꽃가루를 빨아먹으면서 꽃가루받이를 돕는구나. 제법 우렁찬 날갯소리를 내는 너 박각시를 한참 들여다본다. 2016.10.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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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들 꽃무릇



  가을들에 꽃무릇 몇 송이 오릅니다. 벼베기를 앞두고 논둑을 싹 미는 마을 할배인데, 꽃무릇은 얌전히 제자리를 지키면서 새빨깐 꽃송이를 터뜨립니다. 마을 할배는 기계를 불러 벼를 베는 동안 꽃무릇 곁에 서거나 앉아서 나락내음을 맡으실 테지요. 2016.9.2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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