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을에 나락하고 유채꽃



  가을이 무르익어 나락이 거의 다 익는데, 유채풀도 새롭게 돋으면서 꽃까지 피운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되 낮에는 따사로운 볕이 내리쬐는 철이면 유채랑 갓은 어김없이 돋아서 꽃대까지 올린다. 봄에도 돋는 유채요 갓이면서, 가을이나 겨울에도 알맞춤한 바람이랑 볕이 어우러지면 참말 씩씩하게 돋는 유채이자 갓이다.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쏴아쏴아 소리를 내는 노란물결 곁에서 살그마니 고개를 내민 유채꽃을 바라보면서 자전거를 세운다. 한가을 나락은 유채꽃 냄새를 품으며 더욱 싱그럽다. 4348.10.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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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바늘꽃에 노랑나비



  노랑나비를 바라본다. 샛노란 나비는 샛노란 가을하고 더없이 곱게 어우러진다. 이 노랑나비는 그야말로 날개 빛깔을 헤아려 노랑나비이다. 노랗게 새 숨결을 터뜨리는 도깨비바늘꽃에 살며시 앉는다. 노랑꽃에 노랑나비로구나. 들녘도 노랗고 가을꽃도 노랗고 나비도 노랗고, 모두 노란 빛깔이 되어 노란 마음이네. 너희를 마주하는 나도 노랗게 웃음꽃을 짓는 해님처럼 노래를 해야지. 4348.10.1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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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꽃(부추꽃)에 앉은 네발나비



  마당 한쪽에 솔꽃이 하얗다. 이즈음 네발나비가 찾아와서 작고 하얀 꽃송이마다 내려앉는다. 팔랑나비와 노랑나비도 솔꽃을 바지런히 오가면서 함께 논다. 네발나비는 팔랑팔랑 가볍게 날면서 저만치 가다가도 내 앞에 있는 솔꽃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나비가 저쪽으로 간대서 나도 저쪽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나비가 내 쪽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차분히 기다리면 내 코앞으로 다가와서 “예서 뭐 해?”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널 보려고.” 하고 속삭이고, “왜 보려고?” “날갯짓이 고와서.” 같은 이야기를 소근소근 주고받는다. 4348.10.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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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0-11 17:40   좋아요 0 | URL
솔이라는 표현 오랜만이에요~ ㅎㅎ 정겹네요~

숲노래 2015-10-11 18:10   좋아요 0 | URL
지난해까지는 부추라고 했는데
이제는 전라말로 솔이라고 하려고요 ^^
 

한가을에도 토끼풀하고 민들레



  시월로 접어든 한가을인데 토끼풀하고 민들레가 새로 돋는다. 한가을에 흙바닥을 푸르게 덮으면서 군데군데 노랗게 빛난다. 해마다 더 따스한 날씨가 되니, 이제는 봄꽃을 가을에도 다시 만난 지 꽤 된다. 더욱이 봄에 돋는 풀이 가을에 새로 돋고, 새봄에 먹던 나물도 겨울을 앞둔 한가을이나 늦가을에 새삼스레 돋기도 한다. 가을에 피어난 민들레는 아주 바지런히 씨앗을 맺어야 할 테지. 차가운 바람이 몰려들기 앞서 힘껏 씨앗을 터뜨려야 할 테지. 푸르고 노랗게 숨쉬는 풀밭에 자전거를 세운 다음 바윗돌에 앉아서 가을내음을 맡는다.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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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꽃이 필 무렵



  쑥꽃이 피면 바야흐로 가을이네 하고 느낀다. 쑥꽃이 흐드러지면 참말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오네 하고 느낀다. 쑥꽃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겨울을 헤아리고, 새로운 겨울이 닥치기 앞서 바지런히 일손을 갈무리해야겠구나 하고 깨닫는다. 쑥꽃을 지켜보는 동안, 따뜻하고 넉넉한 겨울을 맞이하자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쑥꽃이 흐드러져서 쑥꽃내음 퍼질 무렵에 나락을 벤다. 쑥꽃가루가 골골샅샅 퍼질 무렵에 나락을 베어 말린다. 봄에 바람이 아직 차가울 적에 새싹이 돋는 쑥은 가을에 바람이 차가워지는 결을 살피며 꽃을 피운다. 쑥풀도 쑥꽃도 참 씩씩하구나.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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