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가 바알갛게 졸던아이들하나는 내 가슴에 포개고하나는 팔베개를 하며,
작은 가슴콩콩 닥닥소리를 느낀다.
작은 볼에작은 핏톨작은 핏줄기 따라예쁘게 뛰고,
작은 머리카락작은 눈썹작은 손톱작은 두 다리.
조그맣게 피어나는 사랑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조그마한 종이에조그마한 이야기그린다.
4345.4.7.흙.ㅎㄲㅅㄱ
칼
나물을 썬다무를 깎는다마늘을 다진다두부를 가른다미나리를 다듬는다능금알 두 쪽으로 자른다
칼은날 적부터 부엌칼사람을 살리는 칼살림칼삶칼사랑칼밥칼
사람을 죽이거나짐승을 베라며만든 칼은처음부터 없다.
4345.4.4.물.ㅎㄲㅅㄱ
베개
내 팔은내 아이 베개,
내 어머니 팔은내 베개,
내 할아버지 팔은내 어머니 베개.
4345.4.4.물.
노래
별이 흐르는 소리를가락에 담아.
꽃송이 벌어지는 몸짓을가락에 실어.
도랑물 구르는 얘기를가락에 녹여.
아이들 자지러지는 웃음을가락에 품어.
어머니 젖 물리는 손길을가락에 놓아.
햇살이 건드리는 사랑을가락에 두어.
흙이 일어나는 기지개를가락에 삭혀.
내 노래는내 하루 엮은 숨결.
4345.4.1.해.ㅎㄲㅅㄱ
봄
뭇목숨 살리는 봄볕고을마다 골고루내리쬐는데,
어느 고을에서는매화꽃 하얗게 눈내리고,
어느 고을에서는보리싹 푸르게 빛나고,
어느 고을에서는아파트 유리창 빛살 눈부셔.
갓난쟁이는 마당을 기며등판이 따뜻하고,
다섯 살박이는 흙밭에서흙투성이 손발 따뜻하며,
빨래 너는 어버이는후박나무 그늘에서 살짝 쉰다.
4345.3.29.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