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도서관학교 일기 2017.1.1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만화책 꽂은 자리를 모두 새롭게 꾸미기로 합니다. 새로운 만화책을 장만하면서 칸이 모자라 이곳저곳에 나누어 꽂곤 했는데, 나이에 맞게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살펴야겠다고 이제서야 생각합니다. 꽂힌 책을 들어내고, 책을 하나하나 살펴서 새로운 자리를 잡습니다. 굳이 책꽂이에 안 두어도 될 만한 책은 빼기로 합니다. 제법 묵어서 ‘보는 책’보다는 ‘두는 책’으로 건사해서 자료가 되어야 할 책은 다른 자리에 놓자고 생각합니다. 이런 만화책 저런 만화책 다시 들여다보는데 참말 이 많은 만화책 가운데 ‘어린이부터 함께 볼 만하’도록 나온 책은 꽤 적네 싶어요. 만화를 그리는 어른들이 어린이를 더 깊거나 넓게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싶더군요. 어느 모로 보면 만화책은 적어도 열 살 넘은 나이부터 볼 만하다고 할까요. 글하고 그림을 함께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읽는 만화책이니, 만화책은 무척 깊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섣불리 아이들한테 보여주지 말고, 그림책하고 글책을 함께 잘 읽을 수 있은 뒤에야 천천히 보여주어야지 싶기도 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종로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7.)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꽁꽁 얼어붙는 바람이 불면 도서관학교 어귀에 놓은 낡은 그릇에 고인 물이 얼어붙습니다. 두 시골아이는 “얼음이다! 얼음이 얼었다!” 하고 외치면서 저희 손이 어는 줄 모르는 채 얼음놀이를 즐깁니다. 전기난로를 켜 놓습니다. 언손 아이들은 곧 “아, 손 시려!” 하면서 손을 녹이려 하겠지요. 책시렁을 갈무리하고, 묵은 짐을 치우다가 2002년 어느 날 오린 신문종이를 봅니다. ㅎ신문에 실린 ‘책 만화’랑 ‘종로서적’ 누런 봉투가 새삼스럽습니다. 종로서적이라는 곳은 참말 책방이었지요. 문방구도 찻집도 명소도 아닌 그저 책방이던 종로서적이었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재미 (도서관학교 일기 2017.1.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작은아이는 자전거를 몰며 재미납니다. 큰아이는 만화책을 보며 재미납니다. 두 아이한테는 두 가지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재미에다가 서로 같은 재미가 있으니, 꽃삽이나 호미로 흙을 파는 재미입니다. 신나게 땅을 팝니다. 신나게 돌을 고릅니다. 그리고 신나게 달리면서 깔깔깔 웃습니다. 그러면 이 아이들을 지켜보는 저한테는 어떤 재미가 있을까요? 바로 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숲보금자리를 가꾸면서 도서관학교를 일구는 재미가 있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람 (도서관학교 일기 2017.1.10.)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하늘이 파랗습니다. 바람이 세게 붑니다. 겨울다운 드센 바람입니다. 모처럼 손가락이 얼어붙는 날입니다. 지난 열흘 남짓 대단히 포근한 겨울 날씨였어요. 이런 날 우체국을 어디로 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올들어 아직 자전거마실을 안 했네 싶어, 오늘 이 찬바람을 가로지르면서 면소재지에 가자고 생각합니다. 두 아이한테 묻습니다. 작은아이는 대뜸 “놀이터 가자!” 하고 말하고, 큰아이는 “안 돼. 오늘 일요일이 아니라서 학교에 못 간단 말이야.” 하고 대꾸합니다. “그래도 한번 가 보고.” 하고 이야기를 해 줍니다. 도서관학교로 옮길 책을 가방에 담아 가져갑니다. 오늘 우체국에 부칠 책을 두 상자 꾸리는 동안 작은아이는 도서관학교 마당을 쏘다니며 놀고, 큰아이는 만화책을 무릎에 폅니다. 책을 다 꾸려서 자전거 발판을 밟으려는데 바람결이 좀 바뀌었구나 싶습니다. 설마 벌써 바닷바람하고 뭍바람이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바람결이 한겨울하고 좀 달라요. 늘 바람을 살피며 생각하다 보니 바람을 얼굴로 맞을 적마다 철을 짚을 수 있습니다. 구름 한 조각 없이 맑은 하늘인 하루입니다. 파란 하늘 파란 바람이니 ‘파람’이라고 해 볼까 싶습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라는 말이 있으니 ‘바람’ 말고 ‘파람’이라 해도 재미있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싹 (도서관학교 일기 2017.1.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큰나무 곁에 새싹이 돋습니다. 큰아이가 문득 알아챕니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큰나무 곁에 어린나무가 무럭무럭 올라오네. 저 아이들은 언제 저렇게 푸르게 올라왔을까. 아마 씨앗이 떨어져서 퍼진 듯해. 우리가 깃든 이곳을 푸른 숲으로 가꾸어 줄 멋진 새싹이요 어린나무로구나 싶어. 천천히 올라오지. 천천히 힘을 내지. 천천히 꿈을 꾸면서, 천천히 기지개를 켜지. 새로운 삶을 천천히 배우고, 새로운 바람을 천천히 마시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