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낱말 수집 - 하늘에서 별뉘를, 산에서 모롱이를, 물가에서 윤슬을 줍는 나날
노인향 지음 / 자연과생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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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5.26.

숲책 읽기 174


《자연 낱말 수집》

 노인향

 자연과생태

 2022.4.21.



  《자연 낱말 수집》(노인향, 자연과생태, 2022)을 가만히 읽었습니다. 저는 영어 ‘내추럴’도 한자말 ‘자연’도 아닌, 우리말 ‘숲’을 말하고 노래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안 태어났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안 태어났거든요. 그저 이 나라 조그마한 골목마을에서 조그맣게 태어나서 살았기에 조그마한 아이로서 둘레를 품을 풀빛이고 꽃빛이고 나무빛이 어우러진 숲빛인 말을 살핍니다.


  어릴 적에 날개꽃(우표)을 곧잘 모았습니다. 여덟아홉 살 어린이가 “날개꽃 모으기”를 한다고 말하면, 그무렵에는 아직 ‘날개꽃’이란 말을 몰라 “우표 모으기”라 말했습니다만, 둘레 어른들은 ‘고상한 한자말’을 끼워넣어 “우표 수집”이라고 일컬었습니다.


  모으기에 ‘모음·모으기’인데 예나 이제나 숱한 어른들은 우리말을 쓰기보다는 ‘수집’이나 ‘-집(集)’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씨에 스스로 갇힌다고 느껴요.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눈길을 틔워 우리 나름대로 우리 보금자리를 푸르게 사랑하는 살림길을 펴는 숲말을 헤아리면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워 사랑으로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숲말을 짚는 《자연 낱말 수집》을 읽다 보면 “호랑이는 범이라고도 하지요(81쪽)” 같은 대목이 있는데, 그냥 틀렸습니다. “범을 한자로 구태여 옮겨 ‘호랑’으로 적은 먹물이 있었다”라 해야 올바릅니다. “감쪽은 감접에서 변한 말이라는 의견입니다 … 소리는 감접같다>감쩝같다>감쩍같다>감쪽같다로 변했다고 추측합니다(22, 23쪽)” 같은 대목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숲말은 숲으로 수수하게 헤아리기를 바라요. ‘의견’이나 ‘추측’이 아닌 ‘생각’을 하면 어느새 저절로 누구나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쪽’이란 ‘켠’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조각’을 가리키기도 하고 ‘얼굴’이기도 하며, ‘곳’이나 ‘자리’도 가리키면서, ‘쪽빛 물들이기’처럼 ‘쪽’이라는 들풀이 따로 있기도 합니다.


  우리말은 우리말일 뿐이니, “우리말치고는 꽤 발음이 이국적이다 싶었는데(109쪽)” 같은 대목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무녀리라는 말은 문을 연다는 뜻인 ‘문열이’에서 비롯했다는데(111쪽)” 같은 대목은 아쉽습니다. ‘문열이’라고 넘겨짚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말 ‘물·무르다’하고 ‘여리다·가녀리다·가냘프다·얇다·엷다·옅다·어리다’를 가만히 짚으면 얼마든지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그런데 반전(?)은 살찌니가 살찐 고양이를 뜻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부산 방언의 어원 연구’에서는 살찌니를 ‘삵+진(陳)+이’, 그러니까 ‘삵을 길들인 것’으로 풀이합니다(127쪽)” 같은 대목에서는 그만 책을 덮었습니다.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자라던 아스라한 옛사람은 임금이나 붓바치(지식인)처럼 한자로 장난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고 아이를 낳아 사랑하면서 저마다 사투리로 말꽃을 피웠어요. ‘살지다·살찌다’에서 ‘지다·찌다’가 얼마나 넓고 깊고 푸르게 우리 살림살이를 살살 어루만지는가를 들여다보기를 바라요. 낱말책(사전)에 숨은 낱말을 뒤적여도 안 나쁘지만, 이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맨발에 맨손에 맨몸으로 숲에 깃들면 돌이며 바위에 나무에 냇물에 샘에 빗방울에 구름에 바다 같은, 또 바람하고 하늘 같은, 그냥그냥 아이어른 모두 쉽고 상냥하며 부드러이 쓰는 삶말(생활용어)이 어떻게 태어나서 우리 눈길을 깨웠는지 잘 알 만하리라 봅니다.


  자연을 안 봐도 돼요. 숲을 보면 돼요. 이뿐입니다.


ㅅㄴㄹ


큰 벌을 그저 큰 벌, 속껍질을 그냥 속껍질이라 부른다고 나쁠 건 하나 없습니다. 다만, 칭퉁이나 보늬 같은 우리말을 하나둘씩 알 때마다 아쉬웠습니다. (11쪽)


토로래, 도로랑이, 물개아지, 무송아지, 논두름망아지, 버버지, 개밥통, 가밥도둑, 하늘밥도둑. 모두 땅강아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비규범 표기로 사전에 오른 이름만 이만큼이고 사투리까지 더하면 훨씬 많습니다. (100쪽)


자연 낱말 찾기는 꼭 ‘숨은 사랑스러운 낱말 찾기’ 같습니다. (1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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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지음, 김형수 옮김 / 녹색평론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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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5.11.

인문책시렁 221


《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2021.3.12.



  《농본주의를 말한다》(우네 유타카/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2021)를 읽었습니다.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농본주의’라는 일본말을 떨치지 못하는 글이란 이 땅에 뿌리를 못 내리겠다고 느낍니다. 곰곰이 보면 ‘녹색평론’ 같은 펴냄터 이름도 그냥 일본말입니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이 아니라 할 적에는, 이 땅에서 스스로 씨앗이 뿌리를 내려서 퍼진 말씨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일본말 ‘녹색평론’을 우리말로 옮기자면 ‘푸른수다·풀빛수다’나 ‘푸른얘기·풀빛얘기’나 ‘푸른소리·풀빛소리’일 테고, 더 살피면 ‘숲얘기·숲노래·숲소리’로 여길 만합니다.


  일본말 ‘농본주의’를 우리말로 바라본다면 먼저 ‘논밭살림·밭살림’입니다. 이다음으로 ‘그루’요, ‘들살림·시골살림·흙살림’처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일찌감치 이 대목을 깨달아 ‘한살림’이란 우리말을 지은 분이 있어요. 우리는 ‘주의자·홀릭·신자·광신도’가 아닌 ‘살림꾼·살림이·살림벗’으로 나아갈 적에 참말로 살립니다. ‘기우는 사람(주의자)’일 적에는 이웃이 들려주는 말도 등지지만, 풀꽃나무가 속삭이는 이야기도 손사래치더군요.


  논밭을 가꾸는 길을 들에서 살피는 사람은 논밭말이나 들말을 씁니다. 논밭도 들도 시골도 숲도 아닌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아주 마땅히 서울말(표준말)을 쓸 텐데, 이 서울말은 딱딱말(경직된 학술용어)에 갇혀요.


  들꽃을 봐요. 들꽃이 갇히나요? 들풀을 봐요. 들풀이 가두나요? 나무는 사람을 안 괴롭힙니다. 모래알이나 냇물도 사람을 들볶지 않아요. 오직 사람만 풀꽃나무를 짓밟고 모래밭도 냇물도 억누릅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이나 바라볼 곳은 ‘농본주의’ 아닌 ‘들빛’이기를 바라고, 일본한테서 배우더라도 일본말씨는 걷어내고 우리말씨를 투박하게 흙을 만지면서 아이하고 처음부터 하나씩 새롭게 짓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김매기를 하기 때문에 풀들의 이름을 부르고, 풀들의 모양새로부터 천지자연을 읽고, 논과 밭의 특성을 파악하고, 생물들의 생사의 감각을 배우며, 무엇보다도 일에 몰두하여 천지자연과 일체가 되는 경지를 체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이런 것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25쪽)


위정자가 말하는 ‘농사는 나라의 근본’이란, 조세의 원칙, 즉 국부로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농민의 인생에 입각한 농본주의는 그것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67쪽)


본래 농사일은 혼자 하는 일도 많지만 고독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농민은 혼자라고 해도 그 상대가 되는 생명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농민들은 고독을 느끼게 된 모양입니다. 함께 일할 사람도 없어지고, 상대가 되는 생명들을 느끼는 시간도 없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96쪽)


예전에는 저도 논두렁에 있는 풀들의 이름을 잘 몰랐기 때문에, 빨리 베어버리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풀이름을 알기 때문에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르면서 풀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1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일본말씨를 이제 와서 어떻게 바꾸냐고

말하는 분이 제법 있으나

그 핑계가

10년 20년 30년이 쌓이면

더 못 바꾸겠지.


오늘부터 바꾸면

앞으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눈부시게 피어난다.


오늘부터 바꿀 일이다.

흙일이며 들일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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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3호 : 도망치는 숲 - 2021.겨울호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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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4.8.

읽었습니다 124



  숲을 구경하는 사람은 ‘구경한 숲만 보고 느껴서 받아들입’니다. 숲에 놀러가는 사람은 ‘놀러간 숲만 보고 느껴서 받아들입’니다. 하루를 온통 숲살림으로 안 보내는 채, 한 해를 내내 숲살이로 안 누리는 채, 언제나 숲빛을 머금으며 숲바람을 마시지 않는 채, 글(지식)로만 끄적이는 숲이라면 ‘숲을 모르지만 정작 뭘 모르는 줄 모르는 글바치(지식인)’로 헤맬 테지요.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을 누가 읽으라고 쓰고 엮었나 하고 돌아보니 ‘숲사람’이나 ‘시골사람’이 아닌 ‘서울사람’이겠구나 싶어요. 숲말도 시골말도 없이 서울말로 딱딱하고 어렵게 짠 글(지식)로 어떻게 숲길을 살피거나 알거나 배워서 나눌는지 알쏭합니다. ‘wood·forest’하고 ‘林·森’이 어찌 다른가를 외우기 앞서, ‘숲·수풀’이라는 우리말이 어떻게 수더분하고 수수하면서 숱하게 수런수런 술술 흘러서 스스로 스스럼없이 슬기로우며 싱그러이 사람을 품는 푸른 사랑인가부터 맞아들이기를 바랍니다.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김희진 엮음, 여해와함께, 2021.12.20.)


(4쪽) 숲이란 무엇인가. 마을숲, 도시숲, 방풍숲, 탄소숲 …… 우리는 숲을 마치 나무의 무더기인 양 쉽게 말하지만, 숲은 두려운 곳이다 …… 서로가 서로를 돕고, 서로가 서로를 먹으며, 거대한 생명의 오케스트라를 펼쳐낸다.


(20쪽) 숲을 의미하는 수필 림(林) 자는 나무 두 개가 만나서 만들어진다. 나무 세 개가 모이면 빽빽할 삼(蔘) 자가 된다. 숲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 중 하나인 울창함을 표현하기 위해 숲 자체를 지칭하는 글자 이상의 표식을 동원한 셈이다.


ㅅㄴㄹ


‘지식인 문장자랑잔치’로 숲을 글감으로 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슬픈 우리 민낯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창피하게 느꼈다.


‘생태전환 매거진’이라니,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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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인격이다 -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
조항범 지음 / 예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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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4.8.

읽었습니다 123



저는 ‘인격’이란 한자말을 안 씁니다. 한자말이라 안 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못 알아듣기에 아예 안 씁니다. “‘인격’이란 어쩌구저쩌구란다.”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길도 있습니다만, 이보다는 “우리는 마음을 살피고 마음결을 다스리고 마음새를 돌보기에 마음밭에 생각이란 씨앗을 심고 마음보를 넉넉히 갈무리하고는 마음빛을 환하게 편단다.” 하고 속삭입니다. 《말이 인격이다》를 읽어 보았습니다. 글님은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이라고 작은이름까지 붙여서 내세웁니다만, ‘요새 젊은이는 한자말을 알맞게 안 써서 인격이 얕다’고 나무라는 줄거리에 갇힙니다. 한자말을 써야 ‘인격·예절’이라고 여기는 마음은 꼰대입니다. ‘밥’을 높이는 말은 ‘일본스런 한자말 식사’가 아니라 ‘수수한 높임말 진지’입니다. 중국을 섬기며 끌어들인 한자말로 ‘인격’ 타령을 하는 꼰대 둘레에는 미국을 우러르며 받아들인 영어로 ‘문화·예술’ 타령을 하는 꼬마가 있습니다.


《말이 인격이다》(조항범 글, 예담, 2009.1.9.첫/2010.11.15.11벌)



ㅅㄴㄹ


꼰대질로는 말을 못 물려준다.

꼬마질로도 말을 못 물려받는다.

꼰대도 꼬마도 아닌

꽃으로 서로 마주하기에

비로소 “말은 마음이다” 하고

새롭게 말길을 펴고 찾고 나눌 테지.

꼰대 교수가 쓰는 글도

꼬마 아티스트가 쓰는 글도

모두 꼬부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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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 - 신종플루.슈퍼박테리아도 이겨내는 기초 건강육아법
테라사와 마사히코 지음, 고희선 옮김, 김미나 감수 / 시금치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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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1.1.

숲책 읽기 173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

 테라사와 마사히코

 고희선 옮김

 시금치

 2007.7.3.



  《아이들의 병이 낫지 않는다》(테라사와 마사히코/고희선 옮김, 시금치, 2007)하고 《항생제 중독》은 짝을 이루는 책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책을 큰아이를 낳기 앞서 읽었고, 책에서 다룬 줄거리는 곁님을 만나기 앞서부터 스스로 알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고삭부리라서 날마다 몇 가지 돌봄물(약)을 참으로 오래도록 먹어야 했는데, 돌봄물을 먹어서 몸이 나은 일은 아예 없습니다. 돌봄물을 못 먹을 적에 오히려 몸이 안 아팠습니다.


  어버이는 아이가 끙끙거리면서 온몸이 달아올라 꼼짝을 못하면 허둥거리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아픈 아이는 스스로 압니다. 스스로 얼마나 앓고 나면 일어설 만한지 알아요. 이때에 어버이가 할 일은 오직 하나예요. 아이가 자리에 누웠든 앞으로 일어나든 한결같이 포근히 사랑으로 마주하는 마음을 비추면 됩니다.


  아이는 포근눈빛에 포근손길을 받기에 갖은 치레를 겪고서 한결 튼튼하게 일어섭니다. 이러한 삶길을 몸소 겪은 분이라면 두말을 안 해도 바로 알아챌 테고, 이러한 삶길을 겪은 적이 없거나 겪었어도 안 깨달은 분이라면 《하이디》를 읽어 보시기를 바라요. 알프스 멧골에서 살아가는 하이디는 숲에서 손수 거둔 수수한 살림만 누리되 하루 내내 실컷 뛰놀면서 튼튼합니다. 큰고장 한복판에서 뛰어난 돌봄이(의사)가 곁에 붙은 클라라는 ‘몸에 좋은 밥’만 골라서 먹지만 골골거립니다.


  멧골아이랑 서울아이는 어떻게 두 갈래로 다른 길일까요? 멧골아이는 맨발로 풀밭을 달리고 온몸으로 해바람비를 먹습니다. 서울아이는 온몸을 단단히 여미고 해를 쬘 일도 바람을 쐴 일도 비를 마실 일도 없습니다. 아무리 깊은 멧골에서 길었다고 하더라도 플라스틱에 담은 지 여러 달 지난 물이 사람한테 이바지할까요? 차라리 꼭짓물(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길이 나아요.


  그만큼 사람들은 스스로 몸을 잊고 마음을 잃습니다. 들숲바다를 잊은 사람들은 튼튼몸도 튼튼마음도 잃습니다. 돌봄터(병원)는 외려 사람을 더 앓게 내모는 줄 못 보고 맙니다. “항생제 중독”은 진작 불거졌습니다. 정 손을 쓰기 어렵다 싶을 적에 한 판쯤 바늘로 돌봄물을 넣을 수 있으나, 미리맞기(백신·예방주사)란 이름으로 꼬박꼬박 ‘화학약품덩어리인 돌봄물’을 몸에 집어넣으면 몸은 차츰 망가지고 무너집니다. 그러나 2019∼2021년 사이에 웬만한 돌봄이(의사)는 돈벌이를 하려고 참이야기를 감추었습니다. 나라(정부)는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일삼고 되풀이하면서 미리맞기를 억지로 시킬 뿐 아니라, 미리맞기를 안 하면 집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꽁꽁 틀어막고 가두며 길들이려 합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90% 넘게 미리맞기를 몸에 넣었다면 무엇을 걱정하나요? 미리맞기를 했으면 미리맞기를 안 한 사람을 걱정할 일이 있을까요? 돌림앓이는 바로 ‘미리맞기 때문에 퍼집’니다. 미리맞기를 100%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날마다 어마어마하게 죽어나가겠지요. 이제 우리는 코앞에서 ‘미리맞기 민낯(백신 진실)’을 쳐다보는 판인데, 코앞에서 쳐다보아도 안 받아들일 뿐 아니라, 느끼지도 배우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그동안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라왔거든요.


  잘 봐요.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 탓에 그렇게 힘듭니다만, 이 나라 ‘길든 어른’은 배움수렁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촛불조차 안 들고, 마침종이(졸업장) 없이 어깨동무하는 나라를 세우는 길에 뜻을 모으지도 않습니다. 배움터(학교)가 나쁠 일이 없어요. 배움터에서 달삭쟁이(월급쟁이) 노릇만 하면서 참길을 거스르고 벼슬아치(공무원)·나라지기(대통령)하고 나란히 눈가림으로 아웅거리는 어른이 잔뜩 있을 뿐입니다.


ㅅㄴㄹ


12년 전 소아과병원을 개원한 후로 지금까지, 나는 이처럼 항생제 효과가 없는 소아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8쪽)


여러 소아병원에서는 사소한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고, 세균을 퇴치하는 데에 쓰이는 항생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19쪽)


해열제를 사용한 그룹은 해열제 효과로 체온이 37.5도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3.47일이 걸린 반면, 해열제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은 평균 1.99일 만에 정상체온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54쪽)


미 군부대에서 비누로 손씻기를 하루에 5회 이상 실시했더니 콧물과 기침 감기를 45%나 줄일 수 있었고, 런던의 열대위생의학연구팀이 손을 자주 씼었더니 설사 증상이 종전의 43%로 줄었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평소 세균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보다는 손씻기가, 약보다는 입을 헹궈내는 가글링이 더 좋다’고 전했습니다. (58쪽)


가벼운 상처는 다음과 같이 치료합니다. ① 상처 부위는 물로 잘 씻는다 ② 상처 부위를 건조시키지 않는다 ③ 소독은 상처가 낫는 것을 지연시키므로 하지 않는다 ④ 기제 등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지 않는다 (99쪽)


그러면서 페니실린만이 아니라 넓은 범위에 듣는 항생제가 훨씬 더 많이 쏟아지게 됩니다. 여러가지 세균에 만능인 항생제가 주역이 딘 시대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넓게 망을 쳐서 그 안에 든 세균들을 일망타진한다면 병의 원인인 세균이 무엇인지 몰라도 우선은 퇴치가 가능합니다. (126쪽)


#아이들의병이낫지않는다

#병원에가도아이들병은왜오래갈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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