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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3호 : 도망치는 숲 - 2021.겨울호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2.4.8.
읽었습니다 124
숲을 구경하는 사람은 ‘구경한 숲만 보고 느껴서 받아들입’니다. 숲에 놀러가는 사람은 ‘놀러간 숲만 보고 느껴서 받아들입’니다. 하루를 온통 숲살림으로 안 보내는 채, 한 해를 내내 숲살이로 안 누리는 채, 언제나 숲빛을 머금으며 숲바람을 마시지 않는 채, 글(지식)로만 끄적이는 숲이라면 ‘숲을 모르지만 정작 뭘 모르는 줄 모르는 글바치(지식인)’로 헤맬 테지요.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을 누가 읽으라고 쓰고 엮었나 하고 돌아보니 ‘숲사람’이나 ‘시골사람’이 아닌 ‘서울사람’이겠구나 싶어요. 숲말도 시골말도 없이 서울말로 딱딱하고 어렵게 짠 글(지식)로 어떻게 숲길을 살피거나 알거나 배워서 나눌는지 알쏭합니다. ‘wood·forest’하고 ‘林·森’이 어찌 다른가를 외우기 앞서, ‘숲·수풀’이라는 우리말이 어떻게 수더분하고 수수하면서 숱하게 수런수런 술술 흘러서 스스로 스스럼없이 슬기로우며 싱그러이 사람을 품는 푸른 사랑인가부터 맞아들이기를 바랍니다.
《바람과 물 3 도망치는 숲》(김희진 엮음, 여해와함께, 2021.12.20.)
(4쪽) 숲이란 무엇인가. 마을숲, 도시숲, 방풍숲, 탄소숲 …… 우리는 숲을 마치 나무의 무더기인 양 쉽게 말하지만, 숲은 두려운 곳이다 …… 서로가 서로를 돕고, 서로가 서로를 먹으며, 거대한 생명의 오케스트라를 펼쳐낸다.
(20쪽) 숲을 의미하는 수필 림(林) 자는 나무 두 개가 만나서 만들어진다. 나무 세 개가 모이면 빽빽할 삼(蔘) 자가 된다. 숲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 중 하나인 울창함을 표현하기 위해 숲 자체를 지칭하는 글자 이상의 표식을 동원한 셈이다.
ㅅㄴㄹ
‘지식인 문장자랑잔치’로 숲을 글감으로 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슬픈 우리 민낯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창피하게 느꼈다.
‘생태전환 매거진’이라니,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