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라, 인생 고박과 남쌤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 1
고성국.남경태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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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아이들은 푸르게 사랑해야지
 [책읽기 삶읽기 98] 고성국·남경태, 《덤벼라, 인생》(철수와영희,2012)

 


 이 나라 아이들 푸른 마음을 새까맣거나 잿빛으로 바꾸는 굴레는 대학입시라고 느낍니다. 대학입시 때문에 아이들 푸른 마음은 멍들거나 흐리멍덩해진다고 느껴요.

 

 대학입시는 대학교에 붙으려는 시험만이 아닙니다. 대학입시는 바로 고등학교 교육 얼거리요 중학교 교육 얼거리인데다가 초등학교 교육 얼거리예요. 더 살피면, 유치원과 어린이집부터 대학입시 굴레입니다. 이 나라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교육과 문화와 복지와 육아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대학입시 때문에 꽁꽁 얽매이거나 갇혀요.

 

 아이들은 아름다운 나날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나날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입시 아닌 참다운 공부를 해야 하고, 대학입시 아닌 착한 삶을 배워야 해요.

 

 아이들은 어머니가 차리는 밥을 먹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밥을 차릴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먹는 밥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구어 거두는가를 스스로 겪으면서 알아야 합니다.

 

 옳게 배우지 않으니 옳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옳게 부대끼지 않으니 옳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철학을 익히거나 역사를 다룬대서 사회를 올바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거나 책을 많이 읽는대서 사람과 삶과 사랑을 곱게 헤아리지 않아요.


.. 아는 만큼 안 사랑할 수도 있을 거 같아 … ‘성찰’하라는 말이 감정을 버리라는 말은 아니지. 인간은 자기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해야 해. 사랑도 나름의 합리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느낌을 존중하면서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 정말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회는 잘못될 수가 없어 ..  (26, 39, 55쪽)


 푸른 아이들은 푸르게 사랑하며 살아야 아름답습니다. 푸른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들은 푸른 아이들한테 걸맞다 싶도록 푸른 어른답게 사랑하며 살아야 아름답습니다.

 

 푸른 어른들이 낳는 푸른 아이들이에요. 맑은 어른들과 살아갈 맑은 아이들이에요. 고운 어른들이랑 어우러질 고운 아이들입니다.

 

 착하지 않은 어른들 매무새는 착하지 못한 푸름이들 매무새로 이어집니다. 곱지 않은 어른들 말투는 곱지 못한 아이들 말투로 이어져요.

 

 다소곳하며 상냥한 어른들 몸가짐이기에 다소곳하며 상냥한 아이들 몸가짐이에요. 넓으며 포근한 어른들 마음씨인 터라 넓으며 포근한 아이들 마음씨예요.


.. 한순간 배설하듯이 풀고 가다 보면 스트레스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문제는 계속 남아 있잖아. 오히려 깊어지지. 그러다 어느 순간 파국이 오는 수가 있다고 … 그 사람의 삶을 돈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가진 걸 베푸는 게 좋거든 ..  (36, 81쪽)


 고성국 님과 남경태 님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그러모은 《덤벼라, 인생》(철수와영희,2012)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저씨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처럼, 아줌마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책으로 그러모으면 참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요. 학문을 하고 책을 쓰는 아저씨들 이야기도 여러모로 푸름이한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데, 학문하고도 책하고도 동떨어진 채, 날마다 밥하고 빨래하며 집살림 도맡는 아줌마 두 사람이 삶과 사랑과 사람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삶꽃 사랑꽃 사람꽃을 북돋운다면 얼마나 어여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마, 아줌마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 할 때에는 “덤벼라, 인생”이 아닌 “좋아라, 내 삶” 하는 실타래를 솔솔 풀지 않으랴 싶어요.

 

 참말 좋으니까 살아가는 나날이거든요. 참으로 좋아서 예쁘게 누리는 하루예요.


.. ‘여성성’이야말로 미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해. 무엇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야 … 힘의 지배가 실행되면서 남성이 여성을, 같은 남성끼리도 강한 남성이 약한 남성을 지배하게 되잖아 … 죽음이 너무 멀리 있으면 삶을 성찰하는 게 어려워 … 죽음을 생각하고 자기를 돌아볼 때 우리의 삶이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  (47, 103쪽)


 만화책 《아따맘마》를 읽으며 생각했어요. 《아따맘마》에 나오는 아줌마는 학교를 오래 다니지 않았고, 책을 딱히 읽지 않으며, 날마다 집에서 살림하는 데에 온 품과 땀과 마음을 쏟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가는 아줌마 이야기는 끝이 없어요. 하루하루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밭이에요. 언제나 남다른 이야기누리예요. 한결같에 빛나는 이야기꾸러미예요.

 

 아저씨들은 으레 ‘집안일 나눠 맡기’나 ‘아이 함께 돌보기’를 이야기합니다만, 아저씨 스스로 집안일을 도맡아 본다든지 아이를 홀로 돌보아 본다든지 하지는 않아요. 어쩌다 한 차례쯤 집안일을 하루 내내 하거나 어쩌다 하루쯤 아이를 홀로 돌볼 뿐이에요.

 

 우리 푸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꽃이 예쁠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 푸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열매가 맛날까 헤아려 봅니다. 우리 푸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밥이 구수할까 헤아려 봅니다.


.. 특정 시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개념이 아니라, 내가 어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문제부터 생각해 봐야 하거든 … 대학입시와 군대가 한창 나이에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게 하는 건 사실이야 …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해 진정한 개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필요해 여전히 정신적·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예속된 경우가 많잖아. 그러니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스스로 설 기회가 없는 거지 ..  (107, 131, 233쪽)


 아무쪼록 푸름이를 곱게 사랑하는 어른들이면 좋겠습니다. 푸름이한테 이름값이나 졸업장이나 자격증이나 학문이나 철학을 바라기 앞서, 푸름이 누구나 고우며 맑게 사랑하는 길을 아끼는 어른들이면 고맙겠습니다.

 

 푸름이들이 굳이 대학교에 안 가도 즐거이 살아가는 길을 밝히는 어른들이면 기쁘겠습니다. 푸름이들이 대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나 초등학교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조차 안 다녀도 아리땁게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어른들이면 반갑겠습니다. (4345.2.7.불.ㅎㄲㅅㄱ)


― 덤벼라, 인생 (고성국·남경태 글,철수와영희 펴냄,2012.2.10./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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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글이 있을 줄 알고 들러 봤지요. 아니나 다를까...ㅋ

덤벼라 인생, 그러면 무서울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네요.

도리를 아는 삶, 착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 모두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이 리뷰를 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갑니다. ㅋ

숲노래 2012-02-07 13:37   좋아요 0 | URL
좋은 길을 착한 마음으로 걷는다면
누구나 아름다운 삶이 되리라 생각해요~
 
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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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즐거울까요
 [책읽기 삶읽기 97] 탁동철, 《달려라, 탁샘》(양철북,2012)

 


 강원도 양양과 속초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탁동철 님이 1998년부터 2010년 사이에 쓴 교사일기를 그러모은 《달려라, 탁샘》(양철북,2012)을 읽습니다. 탁동철 님은 “아이들한테 행복해지는 걸 가르칠 게 아니라 실제로 행복해 보기도 해야지, 노는 걸 가르치고 배우기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놀아 보기도 해야지, 이건 뭐 하루 종일 가르치기만 하고, 하루 종일 배우기만 하고,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노는 시간이 하나도 없고……(304쪽)”처럼 이야기할 줄 압니다.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서 “본 대로 쓴 것은 잘했다. 그러나 사랑이 없다.(318쪽)” 하고 말할 줄 압니다. “사람 패는 버릇 고칠 거냐고, 고친다고 대답하면 나도 너 때린 것 사과한다고 했더니 녀석이 고친다고 해서 그럼 나도 너 때린 것 잘못했다고 했어요.(9쪽)” 하고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줄 압니다.

 

 교사일기 《달려라, 탁샘》(양철북,2012)은 초등학교 평교사로 일하는 어른 한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나날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좋은 이야기꾸러미라고 느낍니다.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보여주고, 아이들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삶을 찬찬히 적습니다.

 

 교사 탁동철 님은 섣불리 교육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교사 탁동철 님은 어설피 교사론을 드높이지 않습니다. 잘못이라고 느낀 일을 잘못이라 말합니다. 잘했다고 여긴 일을 잘했다고 말합니다.


.. 어수선하다. 그래도 첫날인데 ‘어떤 선생인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으면 좋겠는데, 다들 별 관심이 없다는 얼굴이다 … 공부 시간에 왜 이런 문제도 모르냐고 나는 딱딱한 얼굴로, 사랑 없이 말했고 아이는 한숨을 쉬었다 … 옆에 있던 2학년 예원이가 “선생님은 왜 맨날 야단쳐요?” 한다. 참 야무진 말이다. 그 말 맞다 …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한쪽 길로 잡아끄는 것 또한 폭력이다. 반성했다 … 내 욕심만 없었다면, 그대로 보아줄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나 ..  (17, 84, 131, 238, 279쪽)


 책을 펼쳐 찬찬히 읽으며 생각합니다. 내가 초등학생이고, 내 초등학교 담임으로 탁동철 님이 있다면, 나는 하루하루 즐거이 맞이할 수 있을까 하고.

 

 내 어린 나날 국민학교 적을 떠올립니다. 그무렵 국민학교 교사들은 왼손에 출석부 오른손에 몽둥이를 들었습니다. 어느 교사는 오른손에 몽둥이를 든 채 교실로 들어옵니다. 이런 교사가 수업을 할 때에는 당번이 교무실에 가서 미리 출석부를 챙겨야 합니다. 출석부를 미리 챙기지 않으면 맨 먼저 당번이 교탁으로 불리고 흠씬 얻어맞습니다. 다음으로 반장과 부반장이 불리고 이들도 똑같이 얻어맞습니다. 골마루를 울리는 달음박질 소리가 이어지고, 출석부를 받은 교사는 ‘날과 달과 요일’에 따라 번호를 외면, 이 번호에 따라 ‘복습 문제 묻고 말하기’를 합니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앞으로 불리고, 열 스물 서른이 줄줄이 앞으로 늘어서면, 두 손바닥을 마주 비빈 교사가 오른손으로 몽둥이를 쥐고는 엉덩이나 허벅지를 펑펑 두들겨팹니다.

 

 나는 내 국민학교 여섯 해를 떠올릴 때에 얼마나 많은 교사가 얼마나 많이 꾸짖고 윽박지르고 때리고 욕하고 했는가부터 떠오릅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담임을 맡다가 다른 학교로 옮긴 한 분만 몽둥이 없이 교실로 찾아와 한 차례도 때리지 않고 한 해를 보냈다고 떠올립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2학기부터 담임을 맡은 분은 가끔 때리기는 했으나 웬만해서는 소리를 높이는 일 없고 몽둥이를 드는 일 없었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 때에 개구진 짓을 많이 하던 나는 이분 넉살이 좋아 뒤에서 몰래 업히듯 찰싹 달라붙으며 놀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달라붙을 때에 성가셔 하지 않고 웃은 교사는 이때에 딱 한 번 만났습니다.

 

 강원도 양양과 속초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탁동철 님은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어떻게 마주할까 궁금합니다.


.. 아무 일 없다는 듯 공부 시작하려는데 남자아이가 따진다. “왜 선생님 책상에는 우유 안 쏟고 우리 책상에만 우유 부었어요?” … 다른 학교에서는 다 하고 있는 급식을 우리 학교만 안 하게 된 것은 처음부터 부모님들이 급식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년 2학기부터 학생 수가 늘어났고, 공수전분교도 급식을 하면 좋겠다는 말을 몇 사람한테 들었습니다. 저도 그게 옳다고 여겨서 올해는 급식이 되도록 해야지, 마음먹었습니다 … 정택이가 내 얼굴을 보며 “저희가 어떻게 하면 선생님 얼굴이 확 펴질까요?” 아, 미안. 잔뜩 굳었나 보다. 아이들도 고민이 많은데 학교에 와서 찌푸린 담임 얼굴을 또 보고 있어야 하는 건 불쌍하다 ..  (29, 126, 231쪽)


 교사일기 《달려라, 탁샘》에 차근차근 적은 이야기가 있을 테고, 이 교사일기에 미처 못 담았다든지 굳이 안 담은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탁동철 님은 아이들하고 살가이 어울리고픈 꿈을 날마다 새롭게 꿉니다. 그러나, 꽤 자주, 어쩌면 날마다 아이들 앞에서 찌푸린 낯이 되기 일쑤입니다. 아이들한테 괜히 목소리를 높입니다. 곧잘 아이들을 때리거나 윽박지릅니다. 교사 자리에 서면 예나 이제나 어쩔 수 없나, 남자 교사는 다들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나, 싶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참말 교사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길 일이 있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아이들이 아니라, 집에서도 아이들이고 마을에서도 아이들이거든요. 탁동철 님은 “나는 다가가서 멱살을 잡았다. 과장되게 화를 냈다. 겁먹고 고분고분 당해 줄 아이가 아니다. 나한테 덤벼들었다. 식식거리며 ‘그래서 어쩌라고요?’ 하며 주먹을 쥐고 노려보고 욕을 했다. 이대로 물러서면 끝장이다. 나는 더욱더 크게, 힘껏 소리 질러 가며 화를 냈다.(258쪽)” 하고 밝힙니다. 동무들한테 돌을 던지는 아이를 마주하며, 이 아이 돌팔매를 그치게 할 길이란 이때에 이러는 수밖에 없는지 모르니까요.

 

 참말 돌팔매 아이는 왜 돌팔매까지 해야 했을까요. 돌팔매 하던 아이는 왜 교사한테까지 욕을 하고 주먹을 흔들어야 했을까요. 이 아이는 집에서 어떤 아이로 살아갈까요. 이 아이는 마을에서 어떤 아이로 지낼까요.

 

 아이들은 몽둥이나 손찌검 맛을 보아야 좋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오늘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예전에는 어른들한테서 몽둥이 맛이나 손찌검 맛을 보았을 테니, 오늘 어린이로 살아가는 이들도 똑같이 몽둥이랑 손찌검 맛을 보아야 할까요.


.. 4학년 여자아이가 말한다. “아니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어요. 내가 그린 그림을 그냥 콱 찢어 버리고 싶어요.” 아, 그렇구나.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가 … 밥 냄새 맡으며 공부하는 게 즐겁다 … 요즘 아이들은 그런 일 해 본 적 없다. 아이들이 일을 못해 본 건 어른 탓이다. 그러니 아저씨가 버럭 소리 질러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어야 한다 … 오늘은 신나는 시험 보는 날. 학생이야 고생스럽지만 선생은 할 일이 없다. 엉덩이 털썩 붙이고 앉아서 랄랄라, 시험 채점 마치고 나서 이렇게 쉬운 걸 왜 틀렸냐고 물어 보면 그만이다 ..  (37, 93, 250, 293쪽)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우유를 먹입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급식을 먹입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예방주사를 놓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교과서를 읽히고 시험을 치릅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어른은 아이들한테 우유를 마시도록 이끕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어른은 아이들이 줄을 맞추고 조용하며 얌전히 급식실에 앉아 찌꺼기 남기지 말고 그릇을 비우도록 이끕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어른은 예방주사가 무엇이요 어떤 성분인가를 헤아리지 않고 모든 아이가 제때 맞을 수 있도록 이끕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어른은 아이마다 다 다른 삶 다 다른 꿈인 줄 알기는 하더라도 다 같은 교과서 다 같은 지식 다 같은 학년과정을 이끕니다.


.. 광복이 덕에 처음으로 오소리 똥을 보게 되었다. 그걸 보더니 어떤 아이가 “나는 내일 토끼 똥 가져와야지.” 했다. 이거 좋은 공부가 되겠구나 … 오늘 아침에도 과자 너무 먹으면 뼈가 약해진다, 힘들어 번 돈을 함부로 까먹어서야 되겠나, 이야기를 하고 정 먹고 싶으면 일주일에 한 번만 먹으면 어떻겠냐 해서 모두 그러겠다고 하더니 아무 소용없다 … ‘그런 고통도 겪어 보고 분노도 느껴 봐.’ 눈을 부릅뜨고 그 모든 것을 살피는 것 또한 공부 아니겠나. 아니, 또 한편으로는 사람 막 대한다는 그따위 시시한 곳 과감하게 거부하고 자기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46, 49, 188쪽)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집이나 마을에서 늘 아이들과 마주하며 삶을 가르치기 어려운 오늘날입니다. 따로 학교로 보내 따로 교사한테서 지식과 삶을 보고 배우도록 맡겨야 합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아이 나이와 몸과 마음을 그때그때 살피면서 아이와 어른이 다 함께 누릴 꿈과 사랑을 보듬기 어려운 오늘날입니다. 수학이든 국어이든 과학이든 영어이든 따로 전문 지식을 쌓은 이들한테서 배워야, 좋다 하는 대학교에 들어가거나 돈 많이 번다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오늘날입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좋을까요. 아이들한테 하나라도 더 옳은 이야기를 보여주거나 가르치기 앞서, 아이들은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좋은가를 듣고 어깨동무해야 할 노릇이 아닐까요. 아이들이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함께 찾고 알아보지 않고서, 학교 울타리 안팎에서 ‘좋은 지식’이나 ‘좋은 공부’만 찾는다면, ‘좋은 놀이’와 ‘좋은 꿈’만 생각하려 한다면, 참말 ‘좋은 무엇’부터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달려라, 탁샘》을 덮습니다. 이 책은 교사일기입니다. 교사일기에서 내가 무엇을 더 바랐는가 곰곰이 헤아립니다. 제도권 울타리인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사람이 스스럼없이 하루하루 밝히는 틀을 넘어, 어떤 사랑과 꿈을 이야기 하나로 그리기를 바랐는가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해야 좋은지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는 좋은 교사를 만나 좋은 지식을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졸업장을 따야 하고, 아이들은 더 높은 시험성적을 거두어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참말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른들은 왜 교사자격증을 따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서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왜 일기를 쓰며 하루를 뉘우치고, 교사는 왜 교사일기를 쓰며 아쉽거나 안타까운 대목을 뉘우치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런 울타리도 자격증도 이름값도 졸업장도 돈벌이도 없이, 서로서로 두레를 하고 품앗이를 하면서 예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싶습니다.

 

 탁동철 님 할머님은 “(밤) 까먹어. 이 좋을 때 부지래이 까먹어.(416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마따나 이가 좋을 때에 밤을 부지런히 까먹고, 눈이 밝을 때에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응어리가 풀리지 않습니다. 탁동철 님은 강원도 양양과 속초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사랑씨앗을 심으려 했느냐 하는 응어리 한 가지가 풀리지 않습니다. 나는 이 대목 하나를 찾고 싶지만, 450쪽까지 읽고 한숨을 쉬며 책을 덮을 때까지 왜인지 모르게 답답합니다. 어떤 글을 쓰고 어떤 말을 하며 어떤 이야기로 서로서로 어깨동무할 때에 다 같이 즐거울까요. (4345.2.2.나무.ㅎㄲㅅㄱ)


― 달려라, 탁샘 (탁동철 글,양철북 펴냄,2012.1.2./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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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위바위보!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은하 외 옮김 / 예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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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날이 새롭게 자라는 아이와 어른
 [어린이책 읽는 삶 18] 하이타니 겐지로,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예꿈,2008)

 


- 책이름 :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
- 글 : 하이타니 겐지로
- 그림 : 츠보야 레이코
- 옮긴이 : 김은하
- 펴낸곳 : 예꿈 (2008.7.25.)
- 책값 : 8500원

 


 하이타니 겐지로 님 글에 츠보야 레이코 님 그림이 어루어진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예꿈,2008)를 다 읽고 덮습니다. 책 겉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나온 지 몇 해 되지 않았으나 벌써 판이 끊겨 사라진 까닭이 참 알쏭달쏭하구나 생각하며 가만히 바라봅니다. 문득, 이 책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에는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 하며 노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떠오릅니다. 다만, 살짝 스치듯, 아이들이 가위바위보 놀이를 ‘이쿠’라는 어린이 둘레에서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합니다. 이 대목은 이 책에서 그리 대수롭다 할 수 없습니다. 책이름을 가위바위보 놀이를 한다는 투로 붙일 만한 고빗사위가 아니에요. 더욱이, 책 겉에 적힌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애 친구 이야기”라는 작은이름은 더욱 맞갖지 않습니다. 이쿠라는 아이가 여러 차례 수술 받은 가녀린 다섯 살 어린이이기는 하지만,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대서 섣불리 ‘장애 아이’라고 일컬을 수 없어요. 또한, 이 이야기책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가 장애 아이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요.

 

 몸이 여리고 아프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다섯 살 어린이 이쿠가 좋은 동무들을 사귀면서, 다른 좋은 동무들이 한결 씩씩하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찾는 예쁜 이야기를 다루는 이야기책이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름도, 작은이름도 모두 내키지 않습니다. 수수한 삶 수수한 믿음 수수한 사랑을 곱게 헤아리는 몸짓으로 “우리 모두 좋은 동무”라든지 “우리 모두 착한 동무”쯤으로 이름을 붙여야 마땅하지 않으랴 싶어요.


.. 이쿠를 한참 쳐다봤지만, 손도 발도 꼼짝하지 않았다. “이쿠는 아기였을 때 크게 아팠어요. 그래서 아직은 여러분처럼 말하거나 움직이지 못해요.” … “다섯 살이면 우리랑 같은 초록반 아니에요? 네?” 지로는 보채듯 미유키 선생님 팔을 잡아끌었다. “원장 선생님이 친구가 되어 주라고 했는데 반이 다르면 어떻게 친구가 돼요?” … 선생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의사 선생님이 아직은 이쿠의 몸이 갓난아기와 비슷하다고 하셨대. 그래서 …….” “몸이 갓난아기 같으면 마음도 갓난아기 같나요?” 요시오가 물었다 ..  (17, 19쪽)


 아이들은 웃어도 예쁩니다. 아이들은 울어도 예쁩니다. 아이들은 넘어져도 예쁩니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달려도 예쁩니다. 아이들은 밥을 잘 먹어도 예쁩니다. 아이들은 밥알을 흘려도 예쁩니다. 즐거우니 웃고 슬프니 울어요. 기뻐서 웃고 아파서 울어요. 발밑을 미처 못 보았거나 다리에 아직 힘이 튼튼히 붙지 않았으니 넘어져요. 시멘트나 아스팔트 땅에서는 무릎이 금세 까지거나 갈려 피가 나고, 흙땅에서는 살짝 긁히지만 이내 나아요. 깨진 무릎은 며칠 지나면 아물고, 다친 자리도 곧 새살이 돋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씩씩하게 자랍니다.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무럭무럭 씩씩하게 큽니다. 스무 살 어른은 서른 살로 씩씩하게 자랍니다. 서른 살 어른은 마흔 살 어른으로 씩씩하게 자랍니다. 마흔 살 어른은 쉰 살 어른으로 씩씩하게 자라요.

 

 아이들은 제 어버이가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늘 지켜보며 저희 나름대로 씩씩하게 큽니다. 어버이는 제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언제나 바라보며 당신 나름대로 씩씩하게 자라요.

 

 함께 웃어요. 같이 울어요. 함께 밥을 먹어요. 같이 누워 잠자요. 서로 발을 맞추어 천천히 걸어요. 가장 어린 아이 발걸음에 맞추어 다부지게 걸어요. 가장 여린 아이 발걸음에 맞추다가는, 가장 여린 아이를 안거나 업으며 나란히 걸어요.


.. “아픈 친구가 있으면 골치 아프니? 정말 그럴까?”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골치 아프대요.” “정말 그럴까?” “같이 노래를 부를 수도 없잖아요?” “정말 그럴까?” “같이 놀 수도 없구요.” “정말 그럴까?” … “이쿠는 여러분의 친구이긴 하지만, 여러분과 조금 달라요. 일곱 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병과 한참 싸우고 있거든요.” ..  (23, 25쪽)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면서 어떤 삶길을 걸어갈까요.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들은 아이들처럼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 서른 마흔 쉰 예순이 될 무렵 어떤 삶길을 걸어갈까요.

 

 오늘 하루 어디쯤 선 아이들인가요. 오늘 하루 어디쯤 선 어른들인가요. 아이들은 얼마나 좋은 밥과 꿈과 잠과 집과 들과 터를 누리는가요.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들은 얼마나 좋은 밥과 꿈과 잠과 집과 들과 터로 어른들 삶을 북돋우는가요.

 

 더없이 좋은 일에 몸과 마음을 바치는 어른인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가장 사랑할 만한 일에 넋과 얼을 기울이는 어른인지 궁금합니다. 서로서로 아주 흐뭇하고 매우 기쁜 꿈누리를 일구는지 궁금합니다.

 

 여린 아이를 안거나 업듯, 여린 이웃을 안거나 업는 어른인가요. 아픈 아이를 달래며 보살피듯, 아픈 이웃을 달래며 보살피는 어른인가요. 배고픈 아이한테 따순 밥을 차리듯, 배고픈 이웃한테 따순 밥을 나누는 어른인가요.

 

 아이가 다리 아파 더 못 걷겠다는데, 아이가 졸립다고 하는데, 어느 어른이 아픈 아이와 졸린 아이를 못 본 척할 수 있나요. 아이가 아프다는데, 아이가 넘어져서 엉엉 우는데, 못 본 척 지나치는 어른이 있나요. 아이가 배고파서 으앙 하는데, 멀뚱멀뚱 텔레비전만 보는 어른이 있나요.


.. “…… 글쎄, 어딜 보고 있을까나. 그건 할머니도 모르겠다만, 우리 이쿠짱은 지금 온몸으로 꼬마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있을 거야.” “흐∼음.” “여기가 어딘지, 착한 꼬마 친구들이 이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끼고 있을 거야.” 히로시도, 지로도, 요시오도, 치히로도, 아키라도, 세이코도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  (38쪽)


 하이타니 겐지로 님과 츠보야 레이코 님이 《우리 모두 가위바위보!》라는 책으로 아이들과 어른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까 하고 찬찬히 헤아립니다. 나부터 오늘 하루 아이들이랑 옆지기랑 어떤 날을 보냈는가 하나둘 돌아봅니다.

 

 잘 살았을까. 잘 웃었을까. 잘 어우러졌을까. 잘 놀았을까. 잘 사랑했을까.

 

 성적을 매기려는 일이 아니라, 그야말로 뿌듯하고 보람차게 하루를 마감하며 기쁘게 눈을 감고 잠들 수 있을까요. 살살 이마를 쓰다듬고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새 하루를 기다릴 수 있을까요.


.. 이쿠는 소리 없이 울었다.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조용히 울고 있었다 … “세이코, 이쿠는 갓난아기가 아냐. 그러니까 아기처럼 대하면 안 돼! 이쿠는 우리 친구잖아.” ..  (41, 44쪽)


 나날이 새롭게 자라는 아이와 어른이라고 느껴요. 어느 날은 한결 빛나듯 새롭게 자라요. 어느 날은 안쓰럽고 딱하게 흔들리거나 기우뚱하거나 자빠지거나 비틀거리며 고단하게 자리에 누워요. 어느 날은 웃음꽃 예쁘게 피우며 조잘조잘 즐거이 노래해요. 어느 날은 시무룩하거나 찌뿌둥하게 이맛살을 징그려요.

 

 그런데, 어떻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어 이듬날을 맞이하든, 새날은 똑같이 찾아듭니다. 새 아침은 똑같이 밝습니다.

 

 찡그린 얼굴에도 햇살은 곱게 비춥니다. 찌푸린 이맛살에도 햇살은 곱다시 내리쬡니다. 싱그러운 얼굴에도 햇살은 어여삐 듭니다. 환한 얼굴에도 햇살은 아리따이 흘러들어요.

 

 즐거운 일은 더 즐거이 피워요. 슬픈 일은 찬찬히 슬픔을 털어요. 고마운 일은 더 고마움을 느껴요. 서운한 일은 찬찬히 서운함을 씻어요.


.. 미키의 오른쪽 다리가 의자에 끼어 버린 것이다. 미키는 교실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울어댔다. 이쿠는 엉엉 우는 미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느새 이쿠의 큰 눈에도 눈물이 고이더니 똑똑 한 방울씩 떨어졌다. “이쿠는 참 착하구나.” 요시오가 말했다 … 히로시는 이쿠가 탄 휠체어를 꼭 잡고 걸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쿠에게 말했다. ‘이쿠짱, 네가 우리 반에 와서 너무 기뻐. 우리도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내가 너를 꼭 붙잡아 줄게.’ ..  (81, 85쪽)


 인권이나 교육이나 복지나 문화로 따지는 일은 부질없어요. 인권이나 교육이나 복지나 문화는 다른 자리를 살펴야 해요. 아픈 아이한테 더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란 사랑이에요. 배고픈 아이한테 밥을 차려서 내미는 일은 사랑이에요. 헐벗거나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은 사랑이에요.

 

 교육을 생각하거나 인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복지를 누리거나 문화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안을 노릇이에요. 믿음이 샘솟는 몸가짐으로 서로서로 어깨동무할 노릇이에요.

 

 우리 집 살림살이를 비추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교육이라 한다면, 어버이와 아이가 어떠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어떻게 돌보거나 손질하거나 가꾸며 살림을 꾸려야 아름다울까 하는 길을 찾는 일이 되어야 해요. 먹을거리를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하는가를 스스로 찾도록 도와야 비로소 교육이에요. 흙과 물과 바람과 햇살을 어떻게 느끼며 맞아들여야 하는가를 깨닫도록 이끌어야 비로소 교육입니다.

 

 나는 이제껏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어요. 제대로 배우지 못했어요.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른이니, 아이들을 낳아 살아간대서 아이들한테 제대로 된 삶을 가르치거나 물려주지 못해요. 나부터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제대로 옳게 배워야 해요. 삶을 배우고, 밥이랑 옷이랑 집을 배워야지요. 먹을거리를 배우고, 사랑을 참다이 느껴야지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하루를 착하게 깨달아야 해요. 사랑으로 얼크러지는 사람들 꿈을 곧게 느껴야 해요. 착한 아이들은 착한 삶을 꾸리는 길을 어버이와 어른한테서 씩씩하게 배워 튼튼한 삶길을 걸어야 해요. (4345.1.1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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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아이 타로오 창비아동문고 230
마쯔따니 미요꼬 지음, 타시로 산젠 그림, 고향옥 옮김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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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가운데 별 하나만 매기는 일이란 너무 슬프다.

그러나 내 마음을 속일 수 없다.

마음이 움직이지 못한 작품에 별 둘조차 붙일 수 없다.

 


 나한테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어린이책 읽는 삶 15] 마쯔타니 미요꼬, 《용의 아이 타로오》(창비,2006)

 


- 책이름 : 용의 아이 타로오
- 글 : 마쯔타니 미요꼬(마쓰타니 미요코)
- 그림 : 타시로 산젠
- 옮긴이 : 고향옥
- 펴낸곳 : 창비 (2006.11.30.)
- 책값 : 8500원

 


 밤에 쉬를 누러 마당으로 나와 논둑에 섭니다. 시골마을 고샅길 곳곳에 등불이 밝습니다. 고샅길 등불이 없다면 이 시골마을은 아주 깜깜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샅길 등불이 있더라도 밤하늘 별이 초롱초롱합니다. 맑고 환하게 빛납니다. 불빛 하나 없다면 달빛이랑 별빛이 훨씬 맑고 환하겠다고 느끼지만, 시골마을 등불은 달빛이랑 별빛을 못 누리게 할 만큼 거치적거리지 않습니다.

 

 겨울날 밤바람이 차갑습니다. 겨울이니 마땅히 차갑겠거니 생각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땅에 불빛이 적으면 하늘에 별빛이 가득하고, 땅에 불빛이 많으면 하늘에 별빛이 사라집니다. 땅에 풀빛이 가득하면 하늘에 파란빛 넘실거리고, 땅에 까만 아스팔트빛 넘치면 하늘에 시커먼 잿빛이 그득합니다.


.. 뚝배기 깨지는 소리로 노래만 불러댔습니다. 배가 고프면 일어나서 경단을 먹었습니다. 토끼가 있으면 토끼와 함께, 쥐가 있으면 쥐와 함께 먹었습니다 ..  (11쪽)


 밤에 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살아가니 좋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는, 막상 밤에 별을 볼 수 있는 이 시골에서 밤에 한두 시간 즈음 아주 느긋하게 별을 올려다본 적은 없구나 싶습니다. 살짝살짝 나와서 올려다보았을 뿐입니다. 파랗고 높은 낮하늘을 올려다볼 때에도 이와 비슷해요. 살짝살짝 나와서 올려다볼 뿐, 막상 흙을 밟거나 보살피며 오래오래 올려다보지 못합니다.

 

 이 겨울이 가고 봄을 맞이하면 아주 흙에서 살아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겨울에 겨울대로 겨울흙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봄이라 해서 갑작스레 달라지는 삶이 될까요. 아이들이 모두 더 자라 스스로 걷고 달리고 호미를 쥘 무렵에야 비로소 흙하고 마음껏 뒹굴 수 있을까요.

 

 바로 오늘부터 만날 흙이고, 바로 오늘부터 부대낄 바람이며, 바로 오늘부터 등에 질 햇살이에요. 내 삶이 집에서 빨래하고 밥하며 청소하는 삶이 아니라 한다면, 빨래랑 밥이랑 청소는 이대로 즐거이 누리면서 흙을 보듬는 삶이라 한다면, 이 좋은 결을 곱게 즐기면서 누리는 쪽으로 조금씩 거듭나야 합니다.


.. “할머니는 어른이 돼야 한다고 했지만 난 못 기다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엄마를 찾아올게. 옛날처럼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어서 할머니한테 데려올 거야. 갑자기 용이 됐으니까 틀림없이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할머니, 꼭 기다려야 해!” ..  (42쪽)


 마쯔타니 미요꼬 님이 쓴 동화책 《용의 아이 타로오》(창비,2006)를 읽는 내내 곰곰이 생각합니다. 곡식 얻을 땅뙈기가 너무 모자란 멧골 깊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널따란 논을 얻는 줄거리가 나오는 동화책인데, 어쩐지 그닥 가슴이 울렁울렁 뛰지 않습니다.

 

 왜 논에 모를 심고 벼를 거두어 쌀을 얻은 다음 밥을 해서 먹어야 하나요. 사람은 쌀만 먹어야 살아갈 수 있나요. 사람이 목숨을 건사할 만큼 먹을 곡식은 어느 만큼 거두어야 하나요. 사람한테 얼마나 널따란 땅뙈기가 있어야 하나요.

 

 무나 당근이나 감자나 고구마나 온갖 푸성귀랑 열매랑 다른 곡식이 있지 않나요. 풀을 뜯고 잎을 먹으며 뿌리를 캘 수 있지 않나요. 물고기를 잡거나 들짐승을 잡을 수 있지 않나요.


.. 타로오는 얼굴까지 시뻘게져서 화를 냈습니다. “농부들에게 가장 소중한 물줄기를 가지고 못된 짓을 서슴지 않는단 말이지. 좋아, 내가 꼭 없애 주겠어.” ..  (70쪽)


 용이 되고 말았다는 어머니를 다시 사람으로 돌리고픈 꿈을 품은 아이 타로오는 머나먼 길을 떠나고, 온갖 모험을 거친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흙일꾼을 성가시게 구는 이를 죽여서 없애는 일이 참말 흙일꾼을 돕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나쁜 동화나 아쉬운 작품이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한테 집어넣으려 하는 교훈이 너무 뻔하게 드러납니다. 전쟁이 싫으면 더 힘이 세져서 전쟁에서 이기면 될까요. 주먹다짐으로 괴롭히는 이가 못마땅하다면 주먹힘을 더 키워서 이 몹쓸 녀석을 물리치면 되나요.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전쟁을 전쟁으로 이길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밴 어머니가 얼마나 크게 잘못을 했기에 ‘용이 되는 벌’을 받고 ‘두 눈까지 잃어야 하는’지 참으로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다르게 느낍니다. 논일을 하기에 흙일꾼한테 물줄기가 “가장 소중하다” 말할 수 있을 테지만, 물이란 “흙일에서 가장 소중한” 무엇이 아니라, 모든 목숨이 살아숨쉴 때에 밑바탕이 되는 무엇이 아닌가 싶어요. 물과 바람과 햇살이 없으면 어떠한 목숨도 살 수 없어요. 곧, 흙일을 하는 흙일꾼한테는 무엇보다 ‘흙’이 가장 대수로우며 거룩하지 않느냐 싶어요.


.. “그렇지만 이런 보물을 그저 아낌없이 죄다 먹어치울 순 없어. 씨앗으로 둠세. 어때, 우리도 벼농사를 짓자고.” ..  (130쪽)


 《용의 아이 타로오》를 덮습니다.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이 동화책을 쓴 분은 아이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 찬찬히 돌아봅니다. 나는 내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 무엇보다 ‘나한테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나한테 아름다운 길과 옆지기한테 아름다운 길과 아이들한테 아름다운 길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다 함께 아름다운 길을 걷는 삶이라면 어떠한 모습과 매무새와 몸짓이어야 할까 하고 찬찬히 돌아봅니다.

 

 옆지기는 나한테 교훈을 들려줄 수 없습니다. 나는 옆지기한테 교훈을 들려줄 수 없습니다. 서로서로 가장 사랑하는 꿈을 나눌 뿐입니다.

 

 꿈이란 무엇일까, 그래, 동화라 한다면, 동화 아닌 어른문학이라 하더라도 이와 마찬가지일 텐데, 어린이문학이든 어른문학이라 하든 문학이라 한다면, 바로 ‘어떤 꿈을 들려줄 이야기’인가 하는 대목을 깊고 넓게 다룬다고 느껴요. 그러니까, 나는 《용의 아이 타로오》를 읽는 내내, 이 문학에서 아이들하고 나누고픈 ‘꿈’이 무엇인가를 도무지 읽지 못했습니다.


.. 용은 말없이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이 아이의 생각에 힘을 실어 주는 거야.’ ..  (164쪽)


 옛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일이 훌륭하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옛날 옛적 이야기이든 오늘날 이야기이든 앞으로 맞이할 이야기이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면, ‘어떤 사랑을 담는 사람들 꿈’인가를 조곤조곤 밝혀야지 싶어요. ‘어떤 사랑을 담는 사람들 꿈’인가를 낱낱이 드러내지 못한다면, 살가이 꽃피우지 못한다면, 어여삐 북돋우지 못한다면, 이러한 작품은 어린이문학으로나 어른문학으로나 글맛이 없는 노릇이구나 싶어요. 글맛이 없다면 삶맛 또한 없는 셈이구나 싶어요.

 

 애써 옛이야기를 빚으려 하지 않아도 좋아요. 꼭 문학이나 작품이나 예술이나 문화라는 틀에 넣지 않아도 돼요. 좋은 사랑과 착한 꿈과 빛나는 슬기를 이야기 한 자락에 담으면 기쁘겠어요. 나 스스로 오늘 하루 아름답구나 싶은 삶을 누리면, 나는 오늘부터 가장 좋은 문학이 될 이야기를 일군다고 느껴요. 이 이야기는, 내가 눈을 감고 흙으로 돌아간 뒤에, 내 아이들과 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한테 사랑스러울 ‘옛이야기’가 되리라 믿어요. 굳이 ‘오늘 옛이야기 틀을 만들어 뭔가를 써야’ 문학이 되지 않아요. (4345.1.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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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자라는 아이들 - 엄마와 보육사가 함께 슨 솔깃한 자연교육이야기
아이카와 아키코 지음, 장희정 옮김 / 호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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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뜻
 [사랑하는 배움책 3] 아이카와 아키코, 《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

 


- 책이름 : 흙에서 자라는 아이들
- 글 : 아이카와 아키코
- 옮긴이 : 장희정
- 펴낸곳 : 호미 (2011.10.24.)
- 책값 : 13000원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간대서 더 훌륭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며 살아가기에 더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훌륭하게 삶을 짓는 사람은 어떠한 얼거리나 터전에서도 훌륭하게 삶을 짓습니다. 홀가분하게 삶을 빚는 사람은 어떠한 곳 어느 때라도 홀가분하게 삶을 빚습니다.

 

 일본사람 아이카와 아키코 님이 쓰고 엮은 《흙에서 자라는 아이들》(호미,2011)에 나오는 ‘숲 유치원’에서 아이를 함께 키운 어느 어머니는 “육아를 하기 전까지는 간단하고 편리한 것만을 추구했지만, 아이를 앞에 놓고 작은 일이지만 날마다의 삶을 신중하게 다시 돌아보곤 한다(195쪽).”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람한테 들어맞을 말은 아닐 테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살아가지 않는 동안 ‘작은 데까지 꼼꼼히 살피며 내 삶 되짚기’를 못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작은 데까지 찬찬히 헤아리며 내 삶 돌아보기’를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 아이들은 이백 미터 남짓 한 산길을 한 시간쯤 걸려 천천히 이동하면서 벌레하고 놀기도 하고 나무 열매나 낙엽, 꽃잎을 줍기도 한다 … 움직이는 동물들은 표정이 있다. 웃고 찡그리는 표정에서 아이들은 감정을 느낀다 … 산골짜기에서 나는 이른 봄의 풀 냄새, 흙냄새, 짐승들의 똥 냄새, 향긋한 꽃향기 ……. 자연에는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다양한 냄새가 있다 ..  (20, 25, 35쪽)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에 온누리를 더 두루 살피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내 삶을 더 낱낱이 헤아리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갈 때에는 아이가 언제나 내 곁에 붙으며 같이 움직이니, 이 아이 눈썰미와 눈높이와 눈길로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이 아이 눈썰미와 눈높이와 눈길에서는 아이 삶과 어버이 삶이 어떠한가를 톺아보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면서 온누리를 밝게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녁 눈길과 마음길과 생각길을 한결같이 올바로 추스릅니다. 아이를 낳으며 살아간대서 온누리를 밝게 헤아리는 눈길과 마음길과 생각길이 한꺼번에 생기지 않아요. 웃고 울며 뛰고 놀며 먹고 자며 아프고 일어서는 아이를 바라보는 동안 ‘앞으로만 치닫던 내 발걸음’을 멈추거나 그치면서 차근차근 ‘함께 살아가기’를 되뇔 때에 비로소 무언가 깨닫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를 낳았어도 퍽 이른 나이부터 학원에 넣는다든지 어린이집이나 유아원에 보내고는 오직 돈벌이에 얽매인다면, 이러한 삶을 보내는 어버이는 아무것도 못 느끼거나 못 깨닫거나 못 바라보거나 못 생각합니다. 아이한테 삶을 느끼도록 이끌지 않으면서 꽤 이른 나이부터 영어이니 수학이니 한자이니 하며 ‘나중에 대학입시 치를 준비’로 아이를 몰아세우는 어버이 또한 아무것도 못 느껴요. 푸름이가 된 아이한테 대학입시 공부를 시키는 어버이라 해서 다르지 않아요. 대학교는 시험을 치러야 들어가는 데가 아니에요. 대학교는 ‘대학교 마친 다음 돈 잘 버는 일자리 수월하게 얻도록 자격증이랑 졸업장 따는’ 데가 아니에요. 곧, 중·고등학교란 문제집과 참고서를 잔뜩 짊어지고 ‘대학입시 공부를 하는’ 곳이 될 수 없습니다. 푸른 빛 흘러넘치는 아이들이 푸른 꿈 마음껏 꽃피우도록 이끄는 곳이어야 합니다. 푸른 빛 흘러넘치는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라면, 이 아이들한테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서 안기면 안 돼요. 살아숨쉬는 책을 선물하든지, 살아숨쉬는 이야기를 들려주든지, 어버이 스스로 살아숨쉬는 꿈을 이루는 모습으로 살림을 일구어야 해요.

 

 아이들은 집에서 어버이와 함께 삶을 누리면서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스스로 참다이 배우는 길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대학교에 간다 할 때에는, 이제부터 공부뿐 아니라 삶짓기까지 스스로 살피면서 익히는 길을 찾을 마음이어야 합니다.


.. 부모가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뭇 생명을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자연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과 태도는 크게 달라진다 … 아무리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음식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음식을 먹을 때, 엄마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먹어야 몸에도 좋은 법이다 … 아이들은 자신도 똑같이 자기 엄마한테서는 특별한 대우를 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기에 다른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이다 ..  (24, 30, 115쪽)


 나는 참 오래도록 삶을 짓는 일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막상 삶짓기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밥과 옷과 집을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해서 어떻게 누리는가를 옳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목숨을 아끼고 자연을 생각하며 푸나무를 보살필 줄 안대서 삶을 짓는 길에 접어드는 매무새는 아닙니다. 진보를 외치거나 개혁을 부르짖거나 보수를 움켜쥔대서 삶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일구는 삶도 짓는 삶도 누리는 삶도, 진보나 보수나 개혁이나 수구라는 틀로는 다가설 수 없습니다. 봄햇살은 모두한테 따사로운 봄햇살이고, 겨울햇살은 누구한테나 포근한 겨울햇살이듯, 삶짓기란 사상이나 철학이나 학문이나 문학이나 예술이나 그 무엇으로도 재거나 따지거나 다가서거나 알아챌 수 없습니다.

 

 삶짓기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거든요. 나부터 참다이 사랑하고, 내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착하게 사랑하는 나날을 차곡차곡 누리면서 삶짓기를 이루거든요.

 

 손꼽히는 책을 읽는대서 삶을 깨닫거나 느끼거나 알아보지 않아요. 손꼽히는 사람한테서 이야기를 들었기에 삶을 바로보거나 톺아보거나 들여다보지 않아요. 스스로 살아가고픈 삶을 생각하고 찾으며 씩씩하게 걸어갈 때에 스스로 깨닫거나 바로보는 내 모습이에요. 내가 바라보는 대로 내 삶이 돼요. 내가 좋아하는 대로 내 나날이 돼요. 내가 뿌리내리는 대로 내 삶이 돼요.


.. 지금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인공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면 한평생 자연과 접촉할 기회 없이 살아갈는지도 모른다 … 텔레비전은 리모컨으로 조절하고, 휴대전화는 조작 단추만 누르면 신호가 간다. 그러나 숲과 같은 자연은 리모컨이나 조작 단추로 작동시킬 수 없다. 오로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변할 뿐이다 … (시청이 밀어붙이려 하던) 공원조성계획은 엄마들의 의식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육아를 하면서 엄마들은 ‘골짜기’라는 낱말을 자주 썼다. 자연으로써 ‘골짜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런 엄마들의 생각은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아이들은 다른 지역의 골짜기를 찾을 때에도 “논이 있네.” “올챙이고 살고 있을까?” 하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  (51, 89, 156쪽)


 《흙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나오는 ‘숲 유치원’은 아이들을 흙에서 뛰놀며 자라게 합니다. 숲놀이라는 길을 걸으면서 아이와 어버이가 저마다 생각하는 삶이 되도록 이끕니다. 누가 몰아세우거나 등떠미는 놀이나 배움이 아니에요. 대학입시를 일찍부터 채근하는 학습이나 자기주도나 창의력이나 무슨무슨 대단한 이름이 붙는 일이 아니에요. 흙땅을 맨발로 걷습니다. 나무를 두 손으로 쓰다듬습니다. 꽃잎과 풀잎을 어루만집니다. 물웅덩이에서 뒹굽니다. 하늘을 바라봅니다. 구름과 바람을 느낍니다. 햇살을 내리쬐고 멧자락을 오르내립니다. 고드름을 따고 얼음을 주머니에 넣습니다. 나뭇가지를 줍고 동무들과 어울려 숲에서 도시락을 먹습니다.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따로 외울 까닭이 없습니다. 오늘 보고 모레 보며 글피 보면서 아주 천천히 나하고 가까워지는 꽃이나 풀이 되면, 시나브로 마주하는 벗이 돼요.


.. 엄마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볼 때,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은 아이마다 체력과 발달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럴 때 모든 아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이들 중에서 가장 어리고 신체 발달이 느린 아이한테 맞추는 것이다 … 자기 아이를 사랑하고 다른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면, 그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  (86, 197쪽)


 어른은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뜻을 늘 되새길 수 있어야 어른이에요.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내 몸속 목숨으로 빚은 아이가 없으나, 나와 같은 목숨을 빛내는 숱한 이웃 어른과 ‘곧 어른이 될 새 목숨’이 함께 어우러질 사랑스러운 터전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내 아이부터 찬찬히 바라보면서 이 땅 모든 아이들이 사랑스레 발을 디딜 터전을 꿈꾸면서 삶을 빛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을 빛내는 꿈을 이루는 사랑을 따사로이 보듬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4345.1.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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