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크는아이 만화동화
황순원 지음, 차성진 그림 / 크는아이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차성진 님 <장백산의 비밀>이 없어 다른 만화책에 이 글을 얹습니다.


+ + +


만화책시렁 62


《장백산의 비밀》

 차성진

 고려원미디어

 1990.10.5.



  낱권 만화책으로 긴 발자국을 두루 담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긴 삶을 다루려 하는 만큼 숨을 더 길게 쉬면서 찬찬히 짚을 노릇입니다. 옛날 옛적 삶을 다루든, 오늘날 삶을 다루든, 옛날에서 오늘로 이어지는 삶을 다루든 말이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리 발자취를 만화로 담은 일이 퍽 드뭅니다. 《장백산의 비밀》은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줄거리를 다루려 합니다. ‘백 포수’ 집안을 잇는 네 사람이 백 해라는 나날에 걸쳐서 어떤 생채기랑 슬픔을 가슴에 품어야 했는지, 이 땅은 얼마나 안타까이 짓밟혔는지, 또 이 땅을 다스리는 이들은 얼마나 끔찍했는가를 짚으려 해요. 모든 사람은 다르고, 다 다른 만큼 눈길이 다르며, 눈길이 다른 대로 ‘삶터와 삶길을 읽는 마음’이 다릅니다. 차성진 님은 한국 근현대사롤 가로지르는 만화를 그리려고 어떤 자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으셨는지 모릅니다만, 정치 다툼하고 얽힌 줄거리에 퍽 기울면서 한겨레 생채기를 만화로 그리려 하는 붓끝에서도 그만 한쪽으로 기운 모습이 됩니다. 땅을 짓고 사람을 아끼며 숲을 돌보던 뭇사람(백성) 눈길로 만화를 그렸다면 좋았겠지 싶지만 1990년이란 벽을 못 넘어요. ㅅㄴㄹ



“나중에 원수를 갚아야 하니까!” “어느 놈 총에 맞았건 그놈이 그놈이다.” “그렇지만 일본놈들만 아니면 우리가 이겼을 거 아냐. 엄마도 죽지 않고.” “일본놈도 일본놈이지만 그놈들을 끌어들인 조정 대신들이 더 죽일 놈들이다. 머지않아 이 나라는 일본놈들한테 잡혀먹히고 만다.” (1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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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이
오세영 지음 / 게나소나(G&S)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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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61


《외뿔이》

 오세영

 게나소나

 2001.8.25.



  문학이나 그림이나 사진은 모두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나는 삶이요, 다른 하나는 꿈입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놓고서 저마다 다르게 파고들어서 줄거리를 짭니다. 삶을 이야기로 여미든, 꿈을 이야기로 갈무리하든 모두 아름답습니다. 눈을 뜨며 지켜보는 동안 손수 짓기에 삶이요, 눈을 감으며 고요히 쉬는 동안 새로 그리기에 꿈입니다. 한국은 예나 이제나 삶터가 여러모로 짓눌린 터라 그동안 삶이나 꿈 모두 마음껏 펴기 어려웠습니다. 한국만화도 이 얼거리가 매한가지이니, 삶을 삶대로 어루만지는 만화라든지 꿈을 꿈처럼 빛내는 만화가 나오기 만만하지 않아요. 이 가운데 삶을 다루는 오세영 님 만화는 《외뿔이》로 살그마니 피어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보배처럼 태어난 만화 하나입니다. 그런데 숱한 학습만화에 밀리거나 묻히면서 좀처럼 제빛이 드러나지 못했어요. 한국에서는 만화를 만화로 여기지 못하고 ‘학습도구’ 가운데 하나로 보거나, ‘불량만화’라는 홉뜬 눈이 매우 깊거든요. 외뿔이가 외뿔 하나로도 씩씩하게 삶터를 일구듯, 만화라는 자리를 알뜰살뜰 씩씩하게 일군 분들을 가만히 그립니다. ㅅㄴㄹ



“몇 년 동안 목재소에 일해 모은 돈입니다. 이걸로 구 사장 돈을 갚으세요.” “뭐라구!” “거저 드리는 게 아니니까 놀라지 마세요. 외뿔이가 시합에 나가 이기면 그 상금은 제 겁니다. 지면 외뿔이를 가져갈 거구요.” “만약 이긴다 해마다 상금을 독차지하던 구 사장이 이런 걸 알면 가만히 있겠나.” “그런 건 걱정 마세요. 목재소 머슴살이 그만두고 오는 길이니까요.” (39∼4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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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처럼 1
김진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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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60


《레모네이드처럼 1》

 김진

 대화

 1993.5.8.



  1970년대가 저물며 1980년대가 되자 이 나라는 퍽 바뀌었습니다. 1980년대가 저물고 1990년대가 될 적에도 꽤 바뀌었고, 2000년대나 2010년대가 될 적에도 제법 바뀌었습니다. 2020년대가 되면 또다시 바뀔 테지요. 꾸준히 바뀌는 삶터를 보면서 이를 안 바꾸려고 버티는 힘이 있고, 낡은 틀을 무너뜨리기를 바라는 힘이 있습니다. 1990년대를 열며 태어나는 순정만화는 1980년대 만화결하고 사뭇 달랐습니다. 만화뿐 아니라 만화집지도 달랐고, 대여점 판을 넘어 낱권 하나로 오롯이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길을 이제 막 열려 했어요. 한국에서 만화는 그저 만화로 아름다운 책이라고 외친 첫무렵이라 할 만합니다. 이즈음 태어난 《레모네이드처럼》은 여러 틀이나 길이 얽히면서 부딪히는 삶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왜 남들이 하는 대로 해야 하지?’를 묻고, ‘앞으로 가야 하는 길은 뭐지?’를 묻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지만 길을 보고 싶어 헤매는 젊은 넋을 달래 주고, 낡은 틀을 허물려는 어른들이 여러모로 힘겨운 넋을 어루만집니다. 우리 삶길은 틀림없이 하루하루 나아지겠지요? 달콤하며 신 레몬물 한 잔처럼. ㅅㄴㄹ



“학교는 어디로 갈지 정했어?” “아니.” “아직도 안 정했단 말야?” “그런 걸 왜 가야 하는지 이해 못하겠어.” “얘가 머리가 이상한가 봐.” (68쪽)


“엄마,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오늘 우리 딸이 참 예뻐 보여서 그래. 엄만 너희들이 너무 예뻐. 정말이야.” (15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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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스피카 2
야기누마 고 지음,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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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59


《트윈 스피카 2》

 야기누마 고

 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3.10.18.



  고흥 나로섬에 국립청소년우주센터가 있고, 이곳 도서관에 만화책 여덟 권이 곱다라니 꽂힙니다. 어떤 만화책이 청소년우주센터 도서관에 꽂힐까요? 바로 《트윈 스피카》예요. 다만 이 만화책이 꽂힌 자리는 좀 높아서 아이들 손이 닿기 어렵습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서 씩씩하게 새길을 나서려 하는 푸름이 이야기를 담은 매우 드문 만화인데, 조금 더 손이 닿기 수월한 자리에, 책등도 잘 보이도록 두면 더 좋으리라 느꼈어요. 그나저나 학교도서관 가운데 이 만화책을 건사하는 곳은 얼마나 될까요? 사서교사가 먼저 이 만화책을 알아볼까요? 과학교사는 이 만화책을 알아볼 만할까요? 체육교사나 수학교사나 국어교사는 이 만화책을 알아보는 눈이 있을까요?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여러 가지를 두루 잘할 줄 알아야 한답니다. 이러면서 몇 가지를 더 갖추어야 하는데, 이웃하고 동무를 참다이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목숨이 걸린 자리에서 더욱 씩씩하면서 슬기로울 줄 알아야 한다지요. 그런데 별을 바라보고 우주를 헤아리는 아이들만 이런 마음이어야 할까요?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 모든 어른이 이 같은 마음이어야 하지는 않을까요? ㅅㄴㄹ



“그 나이 땐 아직 모를 수도 있지만, 같은 꿈을 꾸는 친구가 바로 곁에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60쪽)


‘어째서 어른들은 다들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까? 스즈나리 선생님도, 라이온 오빠도, 우리 아빠도, 사노 선생님도, 모두 다 우주에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98∼99쪽)


“우주는 어디까지 펼쳐져 있을까? 우주의 끝은 하얀색일까? 검은색일까?” (32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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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잭 Black Jack 22 - 완결
데즈카 오사무 지음, 하주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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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58


《블랙잭 22》

 테즈카 오사무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5.25.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한다면 달리 바라볼는지 모릅니다. 목숨이 안 걸린 일이기에 어영부영 지나갈는지 모릅니다. 하찮은 일이라 넘겨 버릇하면서 어느새 목숨조차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몸짓이 되고, 작은 일 하나를 대수로이 받아들이면서 삶을 짓기에 목숨을 참다이 살리는 길을 튼튼히 걷는달 수 있습니다. led전등이 망막을 갉아먹기에 이 전등을 모두 없애고 백열전구로 바꾸거나 촛불이나 등잔불을 밝혀야 눈이 쉰다는 말을 듣고서 집안 전구를 모두 갈아치울 수 있을까요? 돈이 드는 길이기에 몸이 다치면서 돈이 덜 드는 길을 간다면 참말 돈이 적게 들까요? 《블랙잭》은 스물두걸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릅니다. 삶에서 무엇이 대수로운가를 물으면서, 사람은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가를 가만히 따지면서 긴긴 이야기를 끝맺지요. 발에 치일 만큼 널렸어도 아름다운 님이라면 아름답지요. 아주 드물어도 도무지 안 아름답다면 안 아름답습니다. 무엇을 보는 삶일까요. 무엇을 지키려는 삶일까요. 이름이나 돈을 지키니 즐겁습니까, 사랑이나 꿈을 돌보니 기쁩니까? 어디로 가든 모두 길입니다. 어느 길에 서면서 삶을 지을 생각입니까?



“너는 마니가 살아서 기쁘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는군. 마니가 목숨을 건진 것과, 가십 중 어느 게 더 중요하지?” (181쪽)


“근데 어째서 고양일 수술 한 거야?” “이리오모테 들고양이는 이리오모테 섬에서도 멸종되어 가고 있는 동물이야. 지금은 약 40마리 정도밖에 안 남았어. 허나 대의원은 발에 치일 정도로 널렸잖아.” (22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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