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009 완결편 2
이시노모리 쇼타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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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1


《사이보그 009 완결편 2》

 이시노모리 쇼타로·오노데라 조 글

 하야세 마사토 그림

 강동욱 옮김

 미우

 2018.8.31.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꽃한테서도 풀한테서도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고, 작은 돌하고 커다란 바위가 나누어 주려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뿐 아니라 개구리하고 뱀이 저마다 달리 들려주는 이야기라든지, 태풍 이야기나 빗방울 이야기까지 받아들일 만합니다. 《사이보그 009 완결편》 두걸음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기계를 몸에 붙인 사이보그는 기계를 몸에 붙이기 앞서까지는 ‘다른 사람하고 같은’ 삶이었지만, 그 뒤로는 사뭇 다른 길을 걷습니다. 끝없이 싸우고 다시 싸우는 길을 간다고 할 만한데, 이 길은 그동안 잊거나 잃었던 소리를 다시 찾으려는 길이면서, 사람이 무엇인가 하고 처음부터 새로 생각하려는 길입니다. 목숨을 다시 생각하는 길입니다. 삶과 사랑을 새로 생각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 지구라는 별에서 서로 아름답게 어깨동무하는 기쁜 길을 하나씩 찾아서 씨앗을 뿌리고 싶은 길이에요. 우리가 별이랑 구름이랑 바람이 속삭이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개미하고 풀벌레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섣부른 막삽질이란 일어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식물은 수다쟁이다. 낮에도 밤에도 하루 종일 소곤소곤 속삭이거나, 큭큭큭 하고 웃고 울고 소리 지르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떠든다. 수많은 나뭇잎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에 숲이 조용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식물들의 수다가 들리지 않는 자의 감상일 것이다.’ (85쪽)


“제로니모, 너는 여기서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지? 이것이 정의일까? 사이보그로 개조되어 네가 싸워 온 상대는 정말로 악일까? 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정말로 정의일까?” (13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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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 달리다 1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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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2


《카나타 달리다 1》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18.7.25.



  달려 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숨이 턱에 차오를 적에 어느새 이 숨결이 가라앉으면서 외려 몸이 가벼워 마치 깃털 같구나 하는 느낌을 말이지요. 더는 못 달릴 듯하다 싶지만 저도 모르게 발을 새로 내딛어 달립니다. 이제는 그만 달리고 풀밭에 드러눕자 싶어도 다시금 발을 새로 놀리며 달립니다. ‘숨턱’이라 할 만한데, 숨턱을 지나면 몸을 잊고 오롯이 마음으로 저 먼 앞길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몸하고 마음이 다른 줄을, 마음을 움직이는 넋이 어떻게 몸을 다스리는 줄을, 오래오래 달리면서 새삼스레 배우지 싶습니다. 《카나타 달리다》 첫걸음은 둘레에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는지 모르는 아이가 무턱대고 달리고 또 달리다가 저 스스로 얼결에 깨달은 기쁜 숨결을 어디에서나 누리고 싶어서 그저 달리고 달리는 줄거리로 첫머리를 엽니다. 둘레에서는 이 아이가 왜 달리는지 알 바 없고 알려 하지 않아요. 그래도 오직 한 아이는 이 달림쟁이한테 마음을 기울입니다. 무턱대고 몸만 쓰지 말고 입을 열어 마음을 터놓으면 될 텐데 하고 여기지요. 사람이란, 몸이 아닌 마음이라는 대목을 두걸음에서도 잘 짚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큰둥한 얼굴을 하는 것보다, 저 녀석은 웃는 게 훨씬 좋아. 우리 반 애들은 모를 거야. 저 녀석이 저런 얼굴로 웃는다는 거. 신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마을의 경치를 보여주고 싶어. 저녁해가 산 뒤로 숨기 직전, 이 마을을 비추는 아름다운 경치.’ (26쪽)


“마법도 근성도 기술도, 압도적인 ‘달리는 힘’ 앞에서는 의미가 없어. 오직 몸 하나로, 그저 한결같이 빠르게 빠르게 앞으로 내달린다.” (16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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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009 완결편 1 - 컨클루전갓즈워
이시노모리 쇼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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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0


《사이보그 009 완결편 1》

 이시노모리 쇼타로·오노데라 조 글

 하야세 마사토 그림

 미우

 2018.7.31.



  어디엔가 다니면서 배우는 동안 어디에서 배우는 것이 머리에 스며들고, 제 삶자리에서 스스로 익히던 것은 머리에서 밀립니다. 누구한테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사이 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머리에 남고, 제 삶터에서 스스로 짓던 이야기는 머리에서 잊힙니다. 학교나 교사가 나쁘다고 여길 수 없습니다만, 학교나 교사가 보금자리하고 우리 스스로보다 앞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못 가거나 스스로 이야기를 짓는 사랑이 없는 하루라면? 《사이보그 009 완결편》 첫걸음은 책이름처럼 ‘사이보그 009’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첫발입니다. 이 만화는 먼 앞날을 살던 누가 만화가한테 텔레파시를 보내어 그릴 수 있었다고 첫머리에 밝힙니다. 앞으로 끔찍한 과학문명이 되지 않기를 비는 뜻을 만화로 담고, 사람이 지구에 왜 태어났는가를 사람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라는 뜻도 만화에 얹었다고 합니다. 사이보그 아홉 사람은 저마다 몸에 기계장치를 심었기에 사람도 기계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라고들 하는데, 우리는 오늘 얼마나 사람답다 할 만할까요? 지식이, 마음이, 넋이, 사랑이, 말이, 눈빛이, 발걸음이, 또 삶이.



“그런 사이보그는, 인간으로서도 기계로서도 어중간한 쓰레기다! 그런 건 형편없는 불량품이야! 해치워! 어서 없애버려!” (106쪽)


“예를 들면 유다에서 출토된 4억4천 년 전의 삼엽충 화석 같은 거죠. 세 마리의 삼엽충이 놀랍게도 샌들에 짓눌린 흔적이 보였어요 … ‘있을 수 없는 것’들은 전시되지 않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보관실에 감춰지고 마는 거예요.” (126∼12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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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제갈량 2
김달 지음 / 레진코믹스(레진엔터테인먼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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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69


《여자 제갈량 2》

 김달 글·그림

 레진엔터테인먼트

 2015.12.28.



  《여자 제갈량》 첫걸음을 읽으면서 두걸음이 궁금했지만, 두걸음을 읽으니 너무 늘어지고 어정쩡해서 세걸음은 장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게 풀어내는 이야기라면 알맞게 추리고 덜어낼 노릇이고, 길게 보는 눈으로 그리더라도 군말이 아닌 ‘삶을 여자 제갈량 눈으로 새롭게 보는 길’을 담아내야지 싶습니다.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이 누구나 주연이기 마련이지만, 어느 한 사람만 너무 길게 다루면서 다른 여럿은 저절로 묻히는 흐름도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여럿을 나란히 다루려 한다면 길이를 알맞게 갈라서 겹쳐 보여주어야겠지요. ‘여자라는 눈’으로 본다고 해서 새롭지 않습니다. 남자라는 눈이든 여자라는 눈이든, 똑같이 권력자나 전쟁이라는 눈으로 본다면 매한가지입니다. 어린이 눈으로 보든, 꽃송이나 지렁이나 사슴벌레나 메뚜기 눈으로 보든, 이 같은 얼거리라면 조금도 새로울 수 없겠구나 싶어요. 웹툰으로 선보일 적하고 종이책으로 선보일 적에는 결이나 흐름이 아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대목도 놓친 듯합니다. ‘제갈량이 왜 제갈량일까?’를 곰곰이 따져 봅니다. 슬기로움이란, 번쩍이는 눈빛이란 무엇일까요. ㅅㄴㄹ



“쓰레기가 죽은 것뿐이다.” “아니오.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람이 아니야. 해로운 짐승이다.” “아니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됩니다.” (268∼26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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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동심문 1 - 탈북남의 좌충우돌 열혈 남한 정착기 로동심문 1
최성국 글.그림 / 꼬레아우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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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68


《연재웹툰 로동심문 1》

 최성국 글·그림

 꼬레아우라

 2016.11.1.



  북녘에서 태어나고 자라 어른이 되어 일자리를 얻어 지내다가 남녘으로 건너와서 만화를 그리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누리그물에 만화를 꾸준히 올렸고, 이 만화 가운데 몇 꼭지가 《연재웹툰 로동심문》 첫걸음으로 나옵니다. 이분이 빚어서 선보이는 만화가 꽤 되기에 두걸음이나 세걸음이 넉넉히 나올 만한데, 좀처럼 빛을 보기 어렵지 싶습니다. 남녘 못지않게 북녘도 돈이나 계급이나 신분으로 단단히 얽매여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힘든 모습을 이 만화로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언뜻 보자면 북녘은 이렇게 권리도 민주도 자유도 없구나 하고 여길 테지만, 남녘은 얼마나 나을까요? 서슬퍼런 군사독재가 얼마 앞서까지 있기도 했지만, 아직 국가보안법이나 국정원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빼돌리기나 주먹다짐이나 따돌림이나 돈질은 버젓이 있지요. 북녘은 이런 끔찍한 모습뿐 아니라 목숨을 잃기까지 하고, 아직 고문질이나 강제노역질이 있으니 더 고되겠지요. 우리가 이룰 평화란 경제나 정치로 나아지려는 길에서 그칠 수 없습니다. 꿈을 그릴 수 있는 길이어야 하고, 서로 사랑스레 어우러져 아름답게 삶을 지을 수 있는 길이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이거이 여기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막하는구나.’ (41쪽)


“어머 이 언니! 내가 다 봤는데, 고기 씹는 척하는 거 봐. 어찌게 신통하다. 역시 언니는 살아갈 줄 압니다.” “뭐든 기회 됐을 때 챙겨야지비. 그래야 살아남재.” (10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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