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자키에게 바친다 2
야마모토 사호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85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2》

 야마모토 사호

 정은서 옮김

 미우

 2016.10.31.



  얼마나 사랑받고 자라는가를 모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받는 줄 모르는 채 자라기 일쑤라고 할 만합니다. 무럭무럭 자란다면, 걱정없이 큰다면, 마음껏 놀면서 자란다면, 신나게 꿈꾸면서 큰다면, 모두 좋겠지요.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두걸음을 보니, 그린이는 나이가 들어도 철이 들 생각이 없이 그저 하루하루 재미나게 놀 생각이 가득할 뿐입니다. 참으로 철이 없다고 할 노릇이지만, 어린 날을 걱정도 근심도 없이 뛰어놀려 하는 터라, 둘레에 있는 여러 동무도 뜻밖에 근심걱정을 문득문득 내려놓고 어울리면서 마음을 쉴 수 있었을는지 모릅니다. 놀이란 몸에 새숨을 불어넣는 몸짓이거든요. 놀이를 할 줄 아는 마음이기에 새롭게 배울 수 있어요. 깨닫기야 어른이 되어서 해도 됩니다. 철들기 또한 나이를 더 먹고서 느즈막히 해도 되지요. 오래도록 못 깨닫거나 철들지 않았더라도, 한결 홀가분하게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웃고 춤추면서 하루를 누린 나날이 있다면, 바로 이런 나날을 밑바탕으로 삼아서 어떤 가시밭길이나 수렁도 씩씩하게 헤쳐나갈 만하지 싶습니다. 아이는 홀가분하게 뛰놀기에 바로 아이입니다. ㅅㄴㄹ



그러다가 전근을 가게 된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 몰래 나에게만 선물을 주셨다. 안에는 크로키북과 ‘언제까지나 즐겁게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라는 메모가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 선물이 가진 의미나, 선생님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68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종 일기 2 - 알코올 병동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84


《알코올 병동, 실종일기 2》

 아즈마 히데오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5.6.15.



  술을 입에 대면 그만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알맞게 즐기는 길이 아닌 마구 퍼마시다가 넋을 잃는다든지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도 꽤 있어요. 그런데 이 같은 술을 제대로 배우거나 가르치는 터전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로 즐기고, 함께 나누며, 두고두고 누리는 길을 배울 수 없다면 ‘나이가 찼다’고 해서 섣불리 손에 대게는 하지 말아야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알코올 병동, 실종일기 2》은 만화가 한 사람이 그만 술독에 빠지면서 삶도 만화도 사람도 잃던 나날을 그려냅니다. 술에 절어 지내도 손에 다시 술을 쥐면서 그만 만화를 더는 그릴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녁은 ‘알코올 병동’이라고 하는 술독쟁이가 모인 병원에서 지내며 술을 아예 한 모금도 안 하는 삶으로 바뀌었을까요? 아마 뭔가 크게 바뀌었을 테니 다시 만화를 그리고, 이렇게 이녁 발자국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만화까지 그렸겠지요. 가만히 살피면 술독뿐 아니라 돈독도 있고, 정치독이라든지 이름독처럼 그만 빠져서 갇히고 마는 수렁이 곳곳에 있습니다. 알맞음·어울림을 잊으면 즐거움·기쁨이 사라지면서 삶·사랑이 나란히 스러지겠지요. ㅅㄴㄹ



‘앞으로 평생 술을 마실 수 없다니 무슨 보람으로 살라고.’ (65쪽)


‘마음의 공동을 메울 것을 찾아라. 그렇구나. 내 경우 역시 일. 만화를 그리는 것이겠지. 잡지가 망해서 중단된 만화, 마저 그려서 단행본으로 만든다거나.’ (293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세모노 여관 1
호즈미 지음, 서현아 옮김 / 애니북스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시렁 89


《우세모노 여관 1》

 호즈미

 서현아 옮김

 애니북스

 2016.9.23.



  개미는 어디에서 비롯한 목숨일까요. 마당에 풀벌레나 애벌레가 죽은 채 있으면 어느새 개미가 잔뜩 몰려들어 풀벌레 주검이나 애벌레 주검을 깨끗이 토막내어 개미집으로 옮겨 갑니다. 아마 마당에서뿐 아니라 풀밭이나 숲에서도 개미는 모든 주검을 낱낱이 뜯어서 치우겠지요. 죽은 몸뚱이는 조용히 스러지는데, 몸뚱이에 깃들던 숨결은 어디로 갈까요. 사람은 죽어서 몸뚱이를 내려놓으면 넋은 어디를 떠돌려나요. 《우세모노 여관》 첫걸음은 어딘가 남다른 길손집을 이야기합니다. ‘잃어버린 것’이 있으나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이들이 찾아가는 길손집이라고 합니다. 잘 모르겠으나 찾고 싶은 것이 있기에 이 길손집을 찾아가고, 이 길손집에 머물면서 어느새 마음 한켠을 채울 사랑어린 것을 손에 담고서 아늑하면서 부드러이 이 땅을 떠난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살 적이든 죽을 적이든 ‘잊거나 잃은’ 것이 있으면 바로 이 잊거나 잃은 것을 생각하느라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는지 하나도 모르겠지요. 잊은 길을 찾고 잃은 꿈을 찾으려 합니다. 앞으로는 더 잊지 않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잃고 싶지 않습니다. ㅅㄴㄹ



“정말 후회 없는 사람이라면 여기 오지 않아.” (125쪽)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건 인간의 어리석은 속성이에요. 탐욕스럽고, 교만하고, 나약한 인간의 사랑스러운 속성이죠.” (168∼169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월의 라이온 9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시렁 88


《3월의 라이온 9》

 우미노 치카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3.12.25.



  아이들이 눈부시게 자랍니다. 뛰놀면서, 비를 맞고 놀면서, 구르며 놀면서, 먹고 놀면서 자랍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자라고, 때로는 곯아떨어져 잠들면서 자랍니다. 노는 아이들은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놀다가 다치는 까닭이라면 아무래도 어른이 끼어든 탓입니다. 또는 어른이 벌여 놓은 자질구레한 것이 널린 탓입니다. 놀이로 가득한 곳에는 서로 돌보면서 어우러지는 길이 있습니다. 《3월의 라이온》 아홉걸음을 읽습니다. 학교에서 여러 아이가 부대끼는데 어느 아이는 따돌림을 받는 곳에서 듬직히 보듬는 손길을 보금자리에서 느끼며 자라고, 어느 아이는 따돌림을 일삼으면서 아무런 손길을 받을 수 없는 보금자리에서 쓸쓸히 자랍니다. 따돌림이란 뭘까요? 누가 누구를 따돌릴 수 있을까요? 돌림질을 하는 아이는 이 돌림질로 무엇을 얻을까요? 돌림질을 받은 아이는 굳이 학교라는 곳을 더 다니거나 졸업장까지 따야 할까요? 기사 자격증을 일찍 얻으려는 아이는 이 자격증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틀림없이 자격증은 돈이 되겠지요. 그러나 삶은 돈으로만 이루지 않습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은 아주 가까이에, 마음속에 있어요. ㅅㄴㄹ



“네가 아무 데도 힘을 쏟기 싫어하는 건, 자기의 크기를 알고 실망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지. 하지만 타카기. 실망해도 괜찮아. ‘자기의 크기’를 알면 ‘뭘 해야 할지’를 비로소 알게 되지.” (19쪽)


“‘즐거울 것 같아서’ 그러면 어때? 이유 같은 건 그거 하나면 충분해. 할아버진 말이지, 네가 즐겁게 살아 주는 게 제일이란다.” (48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세스 메종 1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83


《프린세스 메종 1》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18.2.23.



  서울이나 부산 한복판에 비행시험장을 세우려는 개발업자는 없습니다. 서울이나 부산에 안 어울리기 때문이 아니라, 비행기를 시험하다가 떨어지면 피해배상을 엄청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비행시험장을 세운다면 사막이나 사막하고 비슷한 곳에 합니다. 이때에는 비행기를 시험하다가 떨어져도 피해배상을 할 일이 매우 적을 테니까요. 한국에 사막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사람이 적게 사는 곳은 있되, 사람이 적게 사는 시골이나 멧골은 도시사람이 누리는 밥이며 옷이며 집이 태어나는 터전입니다. 《프린세스 메종》을 읽으면서 집을 떠올립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보금자리가 될 아파트를 장만할 꿈을 꾸거나, 아파트를 파는 일을 합니다. 아파트란 어떤 곳이 될까요? 아파트 곁에 공항이나 고속도로나 기찻길이 지나가면 살 만할까요? 도시가 커지면서 위험·위해시설을 ‘도시에서 먼’ 시골에 자꾸 지으려 합니다. 조용하면서 깨끗한 삶을 지키던 시골사람은 갑작스레 위험·위해시설을 떠맡아야 할 노릇인데, 이런 삽질은 얼마나 올바를까요? 집을, 보금자리를, 아늑한 쉼터를 바라는 꿈이란 무엇일까요. ㅅㄴㄹ



“나 같은 놈에겐 죽어도 이룰 수 없는 꿈이에요. 아파트 구입이라니 환상이에요, 환상.” “그렇지 않아. 노력하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을 불가능하다고 상상만으로 판단하고는 시도해 보지도 않고 멋대로 비굴해지면 안 돼.” (92쪽)


“커다란 꿈이 아니에요. 내가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목표예요. 집을 사는데, 나 말고 다른 누구의 마음은 필요없으니까요.” (177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