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파편 9
타카하시 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110


《너의 파편 9》

 타카하시 신

 정은아 옮김

 서울문화사

 2011.11.30.



  모르는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한들, 그이가 무엇을 받아들이거나 배울 수 있을까요? 모르기 때문에 배우기 마련이지만, 모르는 데에도 마음을 스스로 열지 않으면 이야기가 흘러들 수 없어서 못 배우고 맙니다. 이를테면 고흥하고 서울이 얼마나 먼길인지 모르는 방송일꾼은 고흥에서 서울로 찾아와 주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길삯을 챙겨 줄 생각을 못해요. 그 길을 안다면 길삯을 안 챙겨 주면서 부를 수 없겠지요. 그런데 그 길을 알면서도 길삯을 안 챙긴다면? 아마 이때에는 그 방송일꾼은 참으로 어리석게도 이웃을 등치는 살림일 테니 스스로 갉아먹는 삶이 되겠지요. 《너의 파편》은 아홉걸음으로 이야기를 매조집니다. 해님이 사라진 나라에서 해님을 찾아 길을 나선 두 아이는 저마다 다른 몸짓으로 해님을 되찾아 얼음나라에 따스할 뿐 아니라 넉넉한 숨결이 드리우기를 바라요. 다만 두 아이는 해님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해님을 찾아나섭니다. 해님을 찾아내면 얼음나라가 어떻게 바뀔는지도 모르지만 씩씩하게 길을 나서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두 아이입니다만, 이 두 아이는 저희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이 앞으로 해님 곁에서 해님을 품고 해님처럼 웃고 노래하기를 꿈꾸어요. 더 어린 숨결을 헤아릴 줄 아는 넋, 참말로 아이다운 사랑입니다. ㅅㄴㄹ



“노력하며 포기하지 않고 친구가 되는 거니까, 친구인 거야. 시로, 우리는 모두 결핍되어 있어. 모두가 작은 파편이야. 하지만 파편이 조금씩 모여서, 친구가 모여서, 다 같이 살 길을 찾는거야. 그게 인간이란 생물이야.” (150∼151쪽)


“태양은 가르쳐 주고 있어. 자신의 몸을 열심히 태워서, 나도, 모두도, 눈을 감고 있어서 몰랐지만, 이 나라는 처음부터 아주 예쁜 나라였다는 걸. 태양은 늘 언제나 여기에 있었다는 걸.” (21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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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장난 - 소료 후유미 걸작선 3
소료 후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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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109


《태양의 장난》

 소료 후유미

 박윤정 옮김

 서울문화사

 2003.12.26.



  세찬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하늘이 참으로 눈부십니다. 하늘이란 워낙 이런 빛깔이며 숨결이로구나 싶어 새삼스럽습니다. 여느 날에는 하늘이 이토록 눈부신 줄 모르는 채 살았구나 싶어요. 낮에는 하늘빛이 새파랗다면 밤에는 별빛이 찰랑거립니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빛이 찬찬히 물결치는 모습을 지켜본 옛사람이 미리내·별내 같은 이름을 붙일 만했구나 싶지요. 《태양의 장난》은 짤막짤막하게 이야기를 끊으면서 여러 사람 여러 삶을 들려줍니다. 하루가 따분한 여고생, 갓 스물을 지난 무렵 조직폭력배에서 총알받이로 숨을 거둔 사내, 밖에서는 다부지게 보았으나 속으로는 여렸던 아이, 조용히 뒷자리에 머물며 둘레를 지켜본 눈으로 소설을 써낸 아이, 먹고사는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새 전문직업인이 된 아가씨, 눈치 보는 길이 아닌 마음을 보는 길을 아이한테 들려주는 사람, 이름값하고 자리값에 얽매여 오래도록 삶을 잊으며 맴돌다가 쓰러진 사람 들이 하나하나 나옵니다. 언뜻 보면 다 다르지만, 곰곰이 보면 다 같습니다. 걸음을 늦출 수 있다면 누구나 제 삶결이 얼마나 눈부신가를 깨닫습니다. 서두르거나 다그치다 보면 누구나 제 삶결을 놓칠 뿐 아니라, 쳇바퀴를 도느라 남 눈치에 짓눌려 꿈도 사랑도 잊어버리고 말아요. ㅅㄴㄹ



“뭘 모르시는군. 아사코가 재미있는 게 아니라, 아사코를 보고 있는 료코, 당신이 재미있는 거야.” (103쪽)


“저 말야, 물이 파랗게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림 그릴 땐 마유미가 좋아하는 색으로 칠해. 봐. 이렇게 색깔이 많잖아. 마유미는 어떤 색 젤 좋아해?” (222∼22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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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귀족 5 세미콜론 코믹스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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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8


《백성귀족 5》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8.8.31.



  풀을 먹으면서 바람을 쐬고 해바라기를 하는 염소한테서 얻은 젖을 마시면, 풀내음이며 바람맛이며 볕살을 고루 느낍니다. 사료만 먹으면서 바람도 볕도 없이 시멘트로 지은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살아야 하는 소한테서 얻은 젖으로 공장에서 다룬 우유를 마시면,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어떠한 숨결도 못 느낍니다. 다만 하나는 느껴요. 소가 참 힘들고 짜증을 내며 목숨만 붙었구나 하고요. 《백성귀족》 다섯걸음을 읽는데, 앞선 네걸음하고 세걸음 못지않게 재미없구나 싶습니다. 일본에서 꽤 많이 팔린다고 하지만, 걸음이 늘수록 어쩐지 자잘한 그림장난으로 칸을 땜질하는 셈이로구나 싶어요. 숲에 깃든 풀밭 소밭 남새밭을 누비면서 길어올리는 새롭고 신나는 이야기가 아닌, 기계로 일더미를 치우는 고단한 하루를 익살맞게 담아낼 적에 어떤 기쁨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린이 스스로 이제는 도쿄에서 살며 훗카이도 숲살림하고 동떨어진 하루이다 보니 새롭고 신나게 이야기를 짓기 어려울 만하겠지요. ‘오늘’이 없이 ‘어제’ 일하거나 놀던 일을 떠올려서 짜맞추는 얼거리로는 만화스러운 재미하고 동떨어지리라 느껴요. 취재 아닌 살림으로 마주하는 이야기가 없으니 다음걸음은 더 안 살 생각입니다. ㅅㄴㄹ



가∼끔 있는 일이지만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4WD 차로 목초지를 막 헤집고 다니는 건에 관해. 아마도 목초=작물이라는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목초도 엄연한 ‘작물’로 농가의 재산입니다. 영양도 다 계산해 씨를 뿌린답니다. (108∼10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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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28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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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107


《경계의 린네 28》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9.25.



  아쉽다고 여기니 더 하고 싶습니다. 아쉽다는 생각에 끝내지 못합니다. 그러면 더 하거나 자꾸자꾸 할 적에 아쉬운 마음이 사그라들까요? 후련하도록 하면 더는 생각이 안 날까요? 《경계의 린네》 스물여덟걸음을 읽는데, 지난 스물일곱걸음까지 온갖 사람들 갖은 아쉬움이 저마다 스스로 발목을 잡아 앞으로 못 가도록 하는구나 싶습니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은 없습니다만, ‘아쉬워하는 사람’이 어김없이 있고, ‘아쉽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워요. 다만 이 만화에서 아쉽다고 여기는 마음이 가장 옅은 이라면 로쿠도하고 짝을 이루는 마미야입니다. 이런 마음이기에, 뭔가 붙들어매서 곁에 두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 마음이기에, 맨눈으로도 여러 도깨비나 넋을 볼는지 몰라요. 그리고 아쉬움이 없는 마음일 적에 홀가분하면서 아무것에나 안 휘둘릴 수 있습니다. 뭔가 아쉬워하기에 자꾸 휘둘릴 뿐 아니라 휩쓸리고 때로는 눈속임에 홀라당 넘어가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길에서도 아쉬움이란 마음은 으레 걸림돌이 됩니다. 아쉬움을 털어내는 홀가분한 마음은 징검돌이지요. 똑같은 마음이요 길이지만, 한쪽은 걸림돌을 스스로 쌓아 걸려 넘어지고, 다른 한쪽은 징검돌을 스스로 놓아 사뿐사뿐 딛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ㅅㄴㄹ



“로쿠도, 그렇게 교복에 미련이 많구나.” “후후, 날 비웃어 줘. 하지만 이걸 벗으면 두 번 다시 교복을 입을 수 없다, 그런 기분이 들어 견딜 수가 없어!” (107∼108쪽)


‘죽은 것도 모르고 봄이 올 때마다 그걸 반복했단 말인가. 20년 넘게. 즉 이 영의 진짜 소원은 다시 태어난 자신을 인정받는 것!’ (166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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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 Historie 3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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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6


《히스토리에 3》

 이와아키 히토시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06.2.25.



  ‘종’이란, 몸이 얽매여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사람입니다. 종을 부리는 사람은 상냥한 마음일 수 있으나, 종을 짐짝으로 다루는 거친 마음일 수 있습니다.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람은 삶이 즐거울까요? 누구한테 온갖 일을 시키는 사람은 삶이 재미날까요? 어느 모로 보면 종은 시키는 대로 해야 하기에 내키지 않아도 하기 마련인데, 이러면서 손놀림이나 손재주가 자랍니다. 종을 부리는 이는 손수 하는 일이 드물다 보니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못 서기 일쑤입니다. 《히스토리에》 세걸음에서 종살이란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종을 부리는 자리에 있었으나 늘 스스로 해보기를 즐기던 아이는 하루아침에 종이 되어야 합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에서 종지기를 꽁꽁 묶여 죽인 여러 종들은 배를 어떻게 몰아야 하는지를 몰라 그만 몽땅 바다에 빠져 죽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종이어야 했으나, 저 나라로 가니 종이 따로 없어 홀가분한 몸이 됩니다. 그러나 종이 없는 나라 곁에 다른 권력자는 있으니, 이 권력자는 작은 마을 작은 나라를 멋대로 주무르려 합니다. 무엇이 삶이요 즐거움이며 사랑이 될까요? 책에 적히는 발자취란 무엇이며, 책에 안 적히는 삶자취란 무엇일까요? ‘역사’란, 삶과 동떨어진 뒷그늘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넌 노예가 된 이상, 앞으로 죽도록, 아니 죽는 게 더 나은 꼴을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라. 참고 또 견뎌서 끝까지 살아남으면 반드시!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을 거야. 너라면 그럴 수 있어!” (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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