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공주 6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40


《해파리 공주 6》

 히가시무라 아키코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1.10.25.



  학교를 다니면서 동무를 ‘딴이름(별명)’으로 부른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학교를 마치고 회사란 곳에 다닐 적에도 그랬고, 아이를 낳아 돌보는 오늘날에도 이 말씨는 그대로입니다. 스스로 붙인 새이름 아닌, 사람들이 문득 억지로 함부로 붙인 딴이름은 그이 삶이나 넋이나 꿈하고는 동떨어지기 일쑤라고 여겨, 그런 딴이름을 제 혀에 얹으면 제 혀도 함께 망가지리라 여겼어요. 《해파리 공주》 여섯걸음을 보면 스스로 깎아내리며 살아가는 아가씨들이 모인 곳에서 그동안 그이들 스스로 얼마나 깎아내렸는지뿐 아니라, 둘레에서 놀리는 이름을 듣고 살았는가를 털어놓는 대목이 나옵니다. 남들이 딴이름으로 부를 적에도 쓰라렸을 테지만, 이런 일을 오랫동안 겪은 나날을 입밖으로 털어놓는 일도 쓰라리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입밖으로 지난자국을 털어놓으면서 거듭날 수 있어요. 이제는 그깟 딴이름이란 ‘참된 내 모습’이 아닌 줄 안다고, 앞으로는 스스로 새이름을 지어서 이 새이름에 걸맞게 꿈길을 걷겠다는 마음이 된다고 밝힐 만해요. 그러니 ‘해파리 꽃옷’을 꿈꿀 만하고, 이 꽃옷을 함께 지으면서 ‘남들 눈치 아닌, 우리 마음눈으로 스스로 바라보는 길’에서 이름도 삶도 사랑도 찾아나설 수 있어요. ㅅㄴㄹ



“난 무려 초·중·고를 통틀어 별명이 ‘오오야마 노부요’였어. 밤바 씨는 아마 ‘아프로’였을 테고, 지지 님은 아마 ‘유령.’ (마야야 씨는 별명이) 좋잖아. ‘대나무 빗자루’라니, 부러울 정도야. ‘킬러’도 폼 나잖아. 키가 크고 마른 게 부끄럽다니, 전국의 뚱녀가 들었다간 맞아 죽을지도 몰라.” (122∼12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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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사 1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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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139


《충사 1》

 우루시바라 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5.8.15.



  눈을 감고서 가만히 있는데 눈앞에서 무언가 꼬물꼬물 춤을 추듯 날아다니곤 합니다. 눈을 번쩍 뜨면 눈앞에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다시 눈을 감으면 밝은 빛덩어리가 몽실몽실 춤을 추면서 날아다니는데, 다시 눈을 뜨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이런 일을 겪은 이웃님이 있고, 이런 일은 겪은 적이 없는 이웃님이 있어요. 무엇이 ‘감은 눈’에 밝게 보일까요? 허깨비일뿐일까요, 아니면 빛벌레? 아니면 죽어서 떠다니는 넋? 《충사》 첫걸음을 읽으면서 빛벌레를 헤아립니다. 빛벌레를 못 보는 분도 많겠지만, 빛벌레를 보는 이도 꽤 있지 싶습니다. 그래서 이 빛벌레가 무엇인지, 참말로 빛덩어리로 이루어진 벌레인지, 아니면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우리가 맨눈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숨결인지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 싶습니다. 때로는 소리벌레도 있겠지요. 둘레에 아무것도 없으나 귓가에 늘 맴도는 소리가 있어요. 으레 귀울음이라고도 하는데, 귀울음을 넘어선 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학으로는 아직 밝힐 수 없거나, 어쩌면 과학이 굳이 안 밝히고 넘어가려 하는 온갖 수수께끼가 우리 곁에 있어요. 무엇을 볼까요? 마음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볼까요? 무엇을 들을까요? 마음에서 솟는 불길소리를 들을까요?



“엄만, 막 사라져버릴듯 불안해질 때면, 이 소릴 듣곤 한단다. 뭐든지 녹여버리는 용암처럼, 불안도 괴로움도 전부 녹아내릴 것 같아서. 자, 너도 한번 해보렴. 네 안에도 용암이…….” (99쪽)


“두 번째 눈꺼풀을 닫으면 보여. 계∼속 진짜 어둠을 보고 있으면, 먼 곳에서 빛의 알갱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점점 불어나 홍수가 돼. 그 빛은 자세히 보면 전부 작은 벌레들이야.” (15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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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3
미쯔다 타쿠야 지음, 오경화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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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91


《메이저 세컨드 3》

 미츠다 타쿠야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7.6.30.



“실수 따윈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 단, 실수를 겁내며 고개 숙인 플레이를 했다간 바로 교체해 버리겠다―” (145쪽)



《메이저 세컨드 3》(미츠다 타쿠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을 보면 여러 사람이 어떻게 한마음이 되어 아이 하나를 돕는가를 잘 그린다. 가만히 보면 아이 하나를 돕는 길이지만, 곰곰이 보면 둘레에 있는 다른 아이를 돕는 길이 되기도 한다. 자리를 빼앗기는 아이는 없다. 이곳에 있을 적에는 이곳에서 배우고, 저곳으로 나아가면 저곳에서 배운다. 이러면서 동무를 아끼거나 돕는 길을 배우고, 어느 자리에서나 즐겁게 어우러지는 길을 배운다. 놀이를 떠올려야 한다. 흐물거리면서 놀 수 없다. 신나게 놀 적에는 온힘을 다 쏟는다. 이른바 젖먹던 힘을 다해서 놀아야 나부터 신나고, 동무들도 신난다. 일하는 자리에서는 어떨까? 흐물거리면서 일손을 잡는다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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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Silver Spoon 10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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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90


《은수저 10》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4.4.25



‘그래.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팔리는 게 아니라 애조노 브랜드니까 팔리는… 건가? 선배들이 쌓아올린 신뢰는 굉장한 거구나!’ (135쪽)


“학력이 있으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건 알아. 그래도 난, 나 자신을 간판이나 상표 없이 봐 줬으면 해.” (160쪽)



책상맡을 치우다가 《은수저 10》(아라카와 히로무/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4)을 다 읽고도 아직 책숲집으로 안 옮기고 꽂아둔 줄 알아챈다. 얼른 꺼내어 죽 되읽은 뒤에 한쪽에 챙긴다. 아까 책숲집에 다녀올 적에 미처 몰랐으니 이튿날에 다녀올 적에 갖다 놓자고 생각한다. 《은수저》는 처음 나올 무렵만 해도 싱그럽고 감칠맛이 있었으나 얼추 너덧걸음이 지날 무렵부터 어쩐지 길을 잃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띄엄띄엄 읽다가 그만 사이에 몇 걸음은 건너뛰곤 했는데, 그린이 아주머니가 좀 갈피를 못 잡는구나 싶다. 이 만화는 일찍 끝맺어도 좋았으리라 본다. 아니면 제대로 깊고 넓게 파든지. 재미난 줄거리를 두 탕 세 탕씩 써먹으며 자리를 채우려 하면 권수는 늘지라도, 이 만화뿐 아니라 그린이 다른 책을 찾는 손길이 떨어지리라. 열걸음에서 겨우 두 마디를 건졌지만, 이 두 마디조차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보던 말이요, 나도 이런 말을 예전부터 하고 살던 터라, 많이 싱거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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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미코 6
요시모토 마스메 지음, 이병건 옮김 / 노엔코믹스(영상노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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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으로 삶읽기 389


《쿠마미코 6》

 요시모토 마스메

 이병건 옮김

 노블엔진

 2016.10.18.



“사실은 무척 쓸쓸하지만, 나는 응원할게. 마치가 웃으며 지내 줬으면 하는걸. 마치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니까 무서울 뿐이야. 괜찮아. 우선은 역에 가 보자. 분명 상상도 될 거고, 거기서 망설여지면 돌아와도 돼.” (138쪽)



《쿠마미코 6》(요시모토 마스메/이병건 옮김, 노블엔진, 2016)을 덮고서 곧 일곱걸음을 장만하려다가 쉰다. 여섯걸음까지 읽으며 첫걸음하고 세걸음만 느낌글을 마무리했을 뿐이라서, 숨을 돌리고서 뒷걸음을 장만하기로 한다. 여섯걸음을 되읽으면서 돌아보는데, 엊저녁 곁님 이야기가 내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곁님한테도 아이들한테도 내가 보금자리에서 맡을 몫이란 아주 크지 않다. 아주 작은 씨앗으로 이야기를 지피는 구실을 하면 된다. 이 만화책에서 곰이랑 숲무녀 둘이 나누는 말 한 마디도 대수롭지 않다. 언제나 아주 작은 씨앗 같은 말마디로 보듬고 어루만진다. 밤을 지내고 새벽을 거쳐 아침이 찾아오면 한발 새로 내딛자고 생각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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