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타카코 씨 3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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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23


《행복한 타카코 씨 3》

 신큐 치에

 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8.12.15.



‘머릿속에서 울리던 소리가 없어졌어. 몸이 회복될 때 느껴지는 편안함. 몸이 ‘잠잠해져라’라고 말하고 있어.’ (31쪽)


‘눈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 조용하다. 내 무게만이 울리는 주택가. 나 홀로 세상에 남겨진 듯한 이런 시간은 도리어 느끼게 해준다. 집집마다 다른 삶이 있음을.’ *124∼125쪽)



《행복한 타카코 씨 3》(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8)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소리’하고 ‘노래’하고 ‘말’을 헤아린다. 세 낱말은 생김새나 뜻이 다르지만, 언제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저 흐르는 소리가 새롭게 노래로 거듭나다가 우리가 나눌 말이 된다. 아무 뜻이 없이 흐르는 말은 그저 자질구레한 소리가 되기도 하지만, 사랑을 담은 말은 아름다운 노래가 되기도 한다. 아플 적에 찌링찌링 머리에서 울리는 소리는, 이제 다른 곳은 쳐다보지 말고 오로지 마음하고 몸만 바라보면서 새롭게 깨어나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참말로 몸이 말끔히 나으면 찌링찌링 소리는 가뭇없이 사라진다. 겨울에는 눈이 여름에는 비가 온누리 소리를 잠재우면서 새로운 노래를 퍼뜨린다. 이러한 소리란 노래란 말이란 우리를 둘러싸면서 상냥하게 서로를 잇는 숨결이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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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솜나물 1 - 아빠와 아들
타가와 미 지음, 김영신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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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63


《풀솜나물 1》

 타카와 미

 김영신 옮김

 서울문화사

 2018.11.30.



  이른바 아홉 살이란 나이로 접어드는 작은아이는 부엌에서 밥을 지을 적에 저도 칼을 쥐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아무 칼이나 쥐기를 바라지 않기에 ‘그동안 부엌칼로 밥을 지은 살림’을 돌아보면서 작은 손아귀에 꼭 쥘 만하면서 야무진 칼을 살펴서 주고 싶어요. 두 아이 모두 제법 값있으면서 좋은 부엌칼이 하나씩 있어요. 저마다 그 부엌칼로 도마질을 하는데 나날이 솜씨가 늡니다. 《풀솜나물》 첫걸음을 다 읽고서 꽤 오래 책상맡에 둡니다. 이 만화책을 우리 아이들이 언제쯤 펼쳐서 살림꽃을 읽어낼 만할까 하고 그립니다. 어쩌면 이쯤이야 수월히 받아먹고서 한결 너른 꿈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아이로서 아직 어버이 마음을 헤아리기는 멀 수 있습니다. 두 길 가운데 하나일 텐데 어느 길이든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거꾸로 보면, 아이 눈에 비치는 어버이도 어느 눈빛이든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을까요? 아이한테는 약풀이든 아니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버이하고 마음으로 잇는 즐거운 풀포기이면 넉넉해요. 풀을 뜯어서 풀밥을 먹습니다. 풀밭에 드러누워 풀내음을 맡습니다. 풀꽃으로 가락지를 엮어 들뜬 노래를 부릅니다. 풀바람을 마시면서 몸을 싱그러이 살리는 하루를 짓습니다. ㅅㄴㄹ



“당신 아들, 매일 밤 진짜 잘 울던데! 분명 아빠와 함께 여행하는 매일이 그 아이에겐 무척 자극적인 거겠지! 명예로운 눈물이야! 뇌를 잘 정리해 주도록 해!” (74쪽)


“이런 평범한 꽃을 잘도 아네. 약초로도 거의 못 쓰는데.” “아냐! 카노에몬이 엄청난 꽃이라고 했어.” “어?” “갖고 있으면 시요랑 아빠가 쭉 사이좋게 지낼 수 있대!” (187∼18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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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형사 ONE코 12
모리모토 코즈에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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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164


《개코형사 ONE코 12》

 모리모토 코즈에코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9.2.15.



  낯설다고 할 적에는 나한테 안 익숙하다는 뜻입니다. 내가 겪은 삶에서는 마주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마주해야 할는지 모르기에 낯설다고 해요. 내가 누구를 낯설다고 여길 적에는, ‘내가 낯설다고 여기는 쪽’에서도 나를 낯설다고 여기기 마련이에요.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달리 새롭다고 한다면 나한테 안 익숙하지만 기꺼이 맞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내가 겪은 삶에서 처음이지만, 나를 마주하는 쪽에서도 처음일 테지요. 서로 같아요. 《개코형사 ONE코》 열두걸음을 읽으면서 ‘낯설다’하고 ‘새롭다’ 사이에 선 사람들을 지켜봅니다. 한쪽은 어떤 모습이나 몸짓을 낯설게 여기고, 다른 한쪽은 어떤 모습이나 몸짓을 새롭게 여깁니다. 낯설게 여기기에 등을 돌리거나 딴짓을 하거나 딴마음을 품습니다. 새롭게 여기기에 마음을 나누거나 함께 움직이거나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삶이라면, 모든 길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배우는 하루는 아닐까요? 삶이 따분하거나 싫거나 괴롭다면, 새로움을 느끼지 못한 채 온통 낯설기만 할 뿐이라 숨이 막히거나 가슴을 못 펴는 셈이 아닐까요? 낯설어서 멀리한다면 언제나 낯설어요. 새롭기에 가까이할 적에는 늘 새롭습니다. 스스로 품는 마음에 따라 삶길이 달라집니다. ㅅㄴㄹ



“경위님은 교토에 대해 잘 아세요? 가고 싶은 덴 없어요?” “시끄러! 넌 여기 뭐 하러 온 건지 잊었어? 생각 좀 하고 살아, 이 멍청아!” (83쪽)


“남이 시키는 대로 두 사람을 죽이고, 그 사람마저 죽이고, 지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 아무 생각도.” “아무 생각도?” “당신처럼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모를 거예요.” “난 어릴 때 너무 예민한 후각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해서 친구가 별로 없었어요.” (18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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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8
오카이 하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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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으로 삶읽기 424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8》

 오카이 하루코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7.15.



“괜찮아. 내가 선택한 운명인걸. 게다가 나한테 할 일도 있고.” (31쪽)


“웃기지 마! 내가 왜 요 며칠 너한테 주제에도 안 맞는 행복을 맛보게 한 줄 알아? 행복의 절정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기 위해서야!” “그게 무슨.” “죽으려는 남자를 죽이는 건 아무 벌도 되지 않으니까.” (45쪽)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8》(오카이 하루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으면서 ‘말하는 고양이’가 스스로 짊어지려는 길을 헤아린다. 어느 날 인어 살점을 얼결에 먹고 난 뒤 죽음하고 멀어졌다는 ‘말하는 고양이’인데, 죽음이 멀어지면서 오래오래 살다가 ‘사람이 쓰는 말’을 익혀서 쓸 줄 알기도 한단다. 고양이는 오래오래 살며 앙갚음을 하는 길을 걸었다는데, 막바지에 이르러 갈림길에 선다. 이대로 모든 앙갚음을 마무리하면 될는지, 마지막 앙갚음길에서 앙갚음 아닌 다른 몸짓을 하면 될는지 살짝 헤맨다. 스스로 고른 삶길이라 하지만, 무엇을 스스로 골랐고 무엇을 얼결게 했을까? 우리가 오늘 하는 일이란 얼마나 스스로 바라는 길일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바라지도 않은 길을 걷지는 않는가? ‘할 일’이나 ‘맡은 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막상 헤매는 하루는 아닐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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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숟가락 15
오자와 마리 지음, 노미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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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22


《은빛 숟가락 15》

 오자와 마리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1.17.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지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애가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치며 괴로워했는지는 안다. 그때에 아무것도 못 하고 손을 놔버린 자신을 책망한 나날도 있었기에,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향해 스타트를 끊은 그 애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 말하고 싶었다.’ (14쪽)



《은빛 숟가락 15》(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을 가만히 읽는다. 우리 아이들이 저녁이 깊어 가는 줄 잊으며 까르르 웃고 자빠지고 뛰노는 곁에서 조용히 읽는다. 만화책을 덮고서 눈가리개를 하고 누운 다음 작은아이 발목을 슬쩍 잡는다. 작은아이는 깜짝 놀라면서도 간지럽고 재미나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살며시 잡을 뿐이지만, 발목잡기만으로도 엄청난 놀이가 된다. “은빛 숟가락”이란 말을 새삼스레 떠올리면서 열다섯걸음 줄거리를 하나하나 되짚는다. 갈팡질팡하지만 서로한테 마음이 닿는 두 사람은 차분한 척하지만 차가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둘을 둘러싼 여러 사람은 저마다 바쁘면서 부산하거나 벅찬 하루를 맞이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씩씩하면서 즐겁게 웃고 꽃피울 삶을 그린다. 넘어지면 눈물을 짓다가도 일어선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거나 자전거를 탈 적에는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삶이 아름답다면 스스로 아름다운 꽃이 되어 노래하기 때문이 아닐까? 숱하게 넘어지거나 고비를 맞닥뜨려도 새삼스레 웃음을 지으면서 가시밭길을 온몸으로 맞아들이기에 참으로 온삶이 곱게 피어날는지 모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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