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City 1
아라이 케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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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80


《CITY 1》

 아라이 케이이치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9.30.



  민들레씨는 동그랗게 맺습니다. 민들레씨 하나는 동그랗지 않으나, 숱한 씨앗이 저마다 다른 자리에 옹기종기 붙어서 아슬아슬 매달린 모습이 동그랗습니다. 바람이 살짝 분다든지 아이가 꽃대를 꺾어 후 입김을 불면 날아가는 꽃씨인데,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또는 코앞에 깃들면서 새로 뿌리내려 자라날 꿈을 키워요. 《CITY》 첫걸음을 읽으면, 어느 고장 또는 어느 마을 이야기가 흐릅니다. ‘도시’로 여겨도 되지만, 이보다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서 얼크러지는 마을로 바라볼 적에 한결 어울리지 싶습니다. 그야말로 다른 사람들이 다른 꿈을 품고서, 또는 아직 꿈은 없으나 꿈을 품고 싶다는 뜻으로 모여서 살아갑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길을 좋아하니 다 다른 눈으로 다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이러다가 문득 눈이 마주치고 마음이 만납니다. 때로는 툭탁거리고, 때로는 어깨동무를 합니다. 같이 웃기도 하지만 혼자 조용히 웃기도 합니다. 아주 조그마한 일이지만 서로 이어지고, 아주 작은 데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도 해요. 마을이란 받아들이는 곳일 만합니다. 마을이란 너른 품일 수 있습니다. 끼리끼리 뭉치는 모습이 마을이라기보다, 넉넉히 헤아려서 곱게 품어 저마다 새롭게 피어나도록 하는 터전이 마을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니하하하, 그러니까 아침에도 말했잖아요?! 이번 달엔 돈 빌려줄 수 없다고요! 엄청 열심히 모은 거라고요! 이제 마음껏 찍을 수 있어요!” “굉장하다. 니이쿠라는 하고 싶은 게 벌써 정해졌구나.” (14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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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시작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이토우 히로미 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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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79


《만화가 시작된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이토 히로미 이야기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10.25.



  어떤 일이든 기쁘니까 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기쁘지 않고서야 아무 일도 못하지 싶어요. 기쁘지 않은데 어떤 일을 한다면, 이때에는 몸이며 마음이 매우 지치겠지요.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면 몸하고 마음이 얽매이기 쉽습니다. 마지못해서 하는 일이기에 콧노래도 어깨춤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하루가 재미있다면 스스로 바라거나 꿈꾸던 길을 가기에 기쁠 테고, 우리 하루가 따분하다면 스스로 바라거나 꿈꾸던 길을 접기에 고될 테지요. 《만화가 시작된다》를 펴면, 만화님 한 분이 어떤 마음이나 뜻으로 만화라는 길을 걸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찬찬히 털어놓습니다. 어떻게 무엇을 왜 그렸는가를 숨김없이 들려줍니다. 모름지기 만화이든 글이든 읽는이 마음이면서도, 그린이는 어떤 눈길이나 손길이었을까 하고 돌아보기 마련이에요. 그 농구 만화를, 그 칼부림 만화를, 그리고 숨을 돌리면서 붓을 한동안 놓는 길을, 만화님 목소리로 하나하나 헤아려 봅니다. 이레마다 끝없이 그려내야 하던 만화는 틀림없이 손목이 아프도록 힘들다 할 만하지만, 아주 신나게 붓춤을 누리던 나날이었지 싶어요. 이레라는 틀에서 벗어난 오늘은 아무래도 손목이 쉰다 할 만하지만, 새바람을 마시면서 곁을 돌아볼 수 있는 새 하루이겠지요. ㅅㄴㄹ



“스스로도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 ‘아직 못 보는 부분이 엄청나구나’ 하고. 그걸 알면 좀더 깊이가 생길 텐데 자기가 모르니까 못 그리는 거라고요.” (50쪽)


“좌우간 자기 시간이 없어요. 창작에 관해서는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판매부수를 위해 내키지 않는 전개를 넣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주간연재라는 흐름 속에서 변변히 쉬지도 못하는 상태로 쭈욱 계속한다는 것은, 이제 이 레이스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합니다.” (14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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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마고마고 도서랜드 1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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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50


《앤의 마고마고 도서랜드 1》

 히구치 타치바나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6.7.15.



‘지금 상황에 불만은 없다. 가족도, 조직원도 좋고, 하지만 가끔은 까닭 없이 여기 밖의 어딘가 본 적 없는 다른 경치를, 세상을, 태생이나 그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은 채 볼 수 있기를 꿈꾼다.’ (42쪽)



《앤의 마고마고 도서랜드 1》(히구치 타치바나/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6)를 읽는데 글도 그림도 어수선하면서 줄거리를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는구나 싶다. 억지인지 아닌지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하겠으나, 굳이 일부러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듯 줄거리를 짜야 만화가 될는지 좀 아리송하다. 줄거리나 이야기를 훑어도 ‘어차피 막가니까’라는 느낌으로 더더 막가는구나 싶다. 이른바 생각날개하고 막길은 좀 다르다. 마구 나아간대서 생각날개가 되지는 않는다. 두걸음은 굳이 안 읽기로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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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빛 1 삼양출판사 SC컬렉션
아키★에다 지음, 심이슬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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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78


《사랑은 빛 1》

 아키★에다

 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7.6.2.



  누구를 사랑할 적에 몸에서 빛이 나온다고 합니다. 스스로 사랑을 느끼고 펴면서 마음에서 먼저 빛이 나올 테고, 마음빛이 어느새 몸빛으로 거듭나는 얼거리이지 싶어요. 스스로 사랑빛을 길어올릴 적에는 스스로 기쁩니다. 다른 어느 것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롯이 나를 보고, 옹글게 나를 감싸며, 온빛으로 일어섭니다. 《사랑은 빛》 첫걸음은 남한테서 사랑빛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아저씨’가 나옵니다. ‘아저씨’라고 했지만, 이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아가씨가 귀엽게 이르는 이름입니다. 둘레에서 다른 사람은 이 ‘아저씨’를 눈여겨보지 않으나 여러모로 재미있기도 하고 착하기도 한 마음씨인 터라, 아가씨 한 사람은 이 사람 곁에 같이 있으면서 말벗이 되고 도움벗도 되며 술벗이나 밥벗이나 마실벗도 되어요. 다만,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이 다른 누구를 마음에 들어할 적에 뿜어져나오는 사랑빛은 보되, 늘 곁에서 ‘아저씨’ 저를 쳐다보는 아가씨가 어떤 마음인지는 못 느껴요. 가까이 있는데 외려 못 알아채고, 저한테 있는데 제값을 못 보는 셈이라 할까요. 아마 이 대목에서는 우리도 매한가지이지 싶습니다. 남이 아닌 나를 사랑할 노릇이면서, 나처럼 모든 이가 사랑스러운 줄 못 깨달으니까요.



“분명히 선생님을 보고 반짝 빛날 운명의 여자를 만나기 위해 보이는 걸 거야!” ‘내가 말하고도 창피하네.’ (12쪽)


“너,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없잖아?” “뭐야.” “응?” (57쪽)


‘애도리기가 선생님을 보고 빛난다고 한 이상, 내가 선생님을 보고 빛나지 않는다고 하니, 한사코 ‘사랑이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싶어져.’ (16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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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4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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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36


《80세 마리코 4》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3.31.



  쑥을 뜯어서 국에 넣으면 쑥국이 됩니다. 쑥을 훑어서 밥에 넣으면 쑥밥이 됩니다. 뿌리까지 캐면 다시 돋을 때까지 오래 걸리지만, 잎을 톡톡 끊으면 어느새 새잎이 돋으면서 꾸준히 쑥을 누립니다. 부추도 그렇고 파도 그렇습니다. 모든 풀줄기는 봄을 지나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흐드러집니다. 그렇다면 겨울은? 겨울은 모든 풀이 눈바람을 맞이면서 땅으로 돌아가요. 시들어서 죽는다고 합니다만, 죽음이라기보다는 새로 태어날 길을 꿈꾸는 모습이지 싶어요. 《80세 마리코》 네걸음을 읽으면서 깊이 바라는 마음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겨울을 맞이한 지는꽃이라 여길 만한 할머니입니다만, 지는꽃은 겨울을 딛고서면서 피는꽃으로 다시 태어나요. 그저 사라지는 지는꽃이 아니라 씨앗을 남기고 뿌리를 단단히 버티면서 새 줄기를 올리는 숨결입니다. 할머니이기에 할머니다운 꿈을 키웁니다. 할머니로서도 얼마든지 새봄꽃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할 대목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면서 더 짙고 푸른 빛을 뿜습니다. 늙기 때문에 죽는 삶이 아니라, 꿈이 없기 때문에 죽는 삶이 아닐까요? 늙은 몸이라 해도 꿈이 있다면 언제나 푸릇푸릇하면서 힘차게 새걸음을 내딛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가 고맙습니다. ㅅㄴㄹ



‘정말 멋진 일이야. 할머니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다니.’ (47쪽)


‘오랜만이야. 나.’ ‘이제 없어진 줄로만 알았어.’ ‘아니. 난 언제나 네 안에 있었는걸.’ (50∼51쪽)


“엄마가 올라와 줬을 때 이 안을 손을 잡고 돌아다녔어요. 엄마 손이 작고 차가워서 깜짝 놀랐죠. 하지만 내 손에 착 감겨서, 아아, 이 손은 도쿄에는 없는 손이다, 도쿄가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손이다, …….” (73쪽)


‘더 이상 사회적으로 활약하겠다는 바람을 가져선 안 되는 걸까. 난 아직 쓰고 싶은 게 있는데.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게 해주세요.’ (95쪽)


“작가는 잡지에 공헌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죠. 작가는 좀더 좋은 작품을 쓰고, 잡지는 그 자리를 제공한다, 전 늘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1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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