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마리코 4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136


《80세 마리코 4》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9.3.31.



  쑥을 뜯어서 국에 넣으면 쑥국이 됩니다. 쑥을 훑어서 밥에 넣으면 쑥밥이 됩니다. 뿌리까지 캐면 다시 돋을 때까지 오래 걸리지만, 잎을 톡톡 끊으면 어느새 새잎이 돋으면서 꾸준히 쑥을 누립니다. 부추도 그렇고 파도 그렇습니다. 모든 풀줄기는 봄을 지나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흐드러집니다. 그렇다면 겨울은? 겨울은 모든 풀이 눈바람을 맞이면서 땅으로 돌아가요. 시들어서 죽는다고 합니다만, 죽음이라기보다는 새로 태어날 길을 꿈꾸는 모습이지 싶어요. 《80세 마리코》 네걸음을 읽으면서 깊이 바라는 마음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겨울을 맞이한 지는꽃이라 여길 만한 할머니입니다만, 지는꽃은 겨울을 딛고서면서 피는꽃으로 다시 태어나요. 그저 사라지는 지는꽃이 아니라 씨앗을 남기고 뿌리를 단단히 버티면서 새 줄기를 올리는 숨결입니다. 할머니이기에 할머니다운 꿈을 키웁니다. 할머니로서도 얼마든지 새봄꽃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할 대목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면서 더 짙고 푸른 빛을 뿜습니다. 늙기 때문에 죽는 삶이 아니라, 꿈이 없기 때문에 죽는 삶이 아닐까요? 늙은 몸이라 해도 꿈이 있다면 언제나 푸릇푸릇하면서 힘차게 새걸음을 내딛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가 고맙습니다. ㅅㄴㄹ



‘정말 멋진 일이야. 할머니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다니.’ (47쪽)


‘오랜만이야. 나.’ ‘이제 없어진 줄로만 알았어.’ ‘아니. 난 언제나 네 안에 있었는걸.’ (50∼51쪽)


“엄마가 올라와 줬을 때 이 안을 손을 잡고 돌아다녔어요. 엄마 손이 작고 차가워서 깜짝 놀랐죠. 하지만 내 손에 착 감겨서, 아아, 이 손은 도쿄에는 없는 손이다, 도쿄가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손이다, …….” (73쪽)


‘더 이상 사회적으로 활약하겠다는 바람을 가져선 안 되는 걸까. 난 아직 쓰고 싶은 게 있는데.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게 해주세요.’ (95쪽)


“작가는 잡지에 공헌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죠. 작가는 좀더 좋은 작품을 쓰고, 잡지는 그 자리를 제공한다, 전 늘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1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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