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재 감동만화 시리즈 (3권 세트)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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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82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상》

 바스콘셀로스 글

 이희재 그림

 미래사

 1992.12.20.



  맨발로 풀밭을 거닌 적이 없는 이웃이 있다면, 꼭 좀 맨발로 풀밭을 거닐어 보시기를 바란다고 여쭙니다. 맨손으로 나무를 쓰다듬거나 안은 적이 없는 동무가 있다면, 부디 맨손으로 나무를 쓰다듬고 폭 안아 보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햇볕을 맨몸으로 받고, 햇살을 눈을 감고 느끼고,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어서 우리 몸하고 마음을 새롭게 헤아리면 얼마나 신나는가 하고도 이야기해요. 이런 마음으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만납니다. 어릴 적에 만화잡지에서 보고는 오래도록 잊었는데, 뜻밖에 셋째 작은아버지네 막내가 앉는 책상맡에 이 만화책이 있더군요. 깜짝 놀라서 어린 조카한테서 이 만화책을 빌렸고, 그 뒤로 찾고 헤매며 드디어 한 벌을 장만했습니다. 늘 뒷전에 머물지만 씩씩한 아이, 언제나 초라하지만 싱글싱글 웃고 노래하는 아이, 으레 꾸지람에 꿀밤으로 몸이 성할 날이 없지만 다시 일어서는 아이, 이 아이는 나무하고 말을 섞습니다. 다른 동무가 없더라도 작달막한 나무 한 그루하고 마음벗이 되어요. 즐겁게 노래하고픈 마음을 나무한테서 배우고, 기쁘게 춤추고픈 몸짓을 나무가 가르쳐요. 어두운 곳이기에 빛이 일어나요. ㅅㄴㄹ



“제제, 난 네 누나가 하는 말이 옳다고 생각해.” “모르는 소리 마. 나는 늘 식은밥이었어.” “그렇지 않아. 내가 친구가 되어 줄게. 함께 놀아. 여기야. 나를 봐. 그리고 조금 전에 찌꺼기라고 한 말은 취소해 줘.” “지금, 네가 말을 하고 있는 거니?” “그래! 네 말도 듣고 있잖아.” “어, 어떻게 말을 하는 거야?” “후후후∼ 나무는 몸 전체로 얘기해. 잎사귀와 뿌리와 가지, 그리고 마음으로.” (84∼85쪽)


‘어머니의 걸음걸이가 처져 있었지만, 등으로부터 전해오는 따뜻함이 밤길을 외롭지 않게 했다. 제제는 고개를 묻고 어머니의 등을 적셨다.’ (111쪽)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 그래요. 노래를 배워 주면 저도 잘 부를 수 있어요. 우리 누나가 노래를 좋아하니까 나중에 팜플렛 남는 것이 있으면 주시면 돼요.” (15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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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여고생 하나코 2
오다 료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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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55


《가면 여고생 하나코 2》

 오다 료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9.2.15.



“가면을 빌려줬더니 친구가 됐어.” “가면을 빌려줘? 친구?” “반 아이들이랑 다 같이 가면 술래잡기를 하고 싶은데, 집에 가면 더 없어?” “가면 술래잡기는 또 뭐야?” (143쪽)



《가면 여고생 하나코 2》(오다 료/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읽고서 조용히 덮는다. 첫걸음을 읽을 적에는 퍽 상큼하구나 싶었는데, 두걸음에서 그리 상큼하지 않다. 첫걸음 이야기를 고스란히 쓴 듯하다. 다음걸음이 하나도 안 궁금하달까.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는지 훤히 보인달까. 어느 모로 본다면 조금 도툼한 낱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길이 훨씬 나았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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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9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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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54


《불멸의 그대에게 9》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2.28.



“너한테 목숨을 걸어준 사람들을 빼앗기지 마. 잊어버리지 마.” (148쪽)


“키하쿠, 난 아직 네가 필요해. 너도 변화를 즐겨!” (76쪽)


‘내게 모자란 것. 검은 놈이 말했다. ‘이것은 내 것이다, 라는 의식’이라는 말. 난 착각을 하고 있었어. 내 ‘것’이다, 라는 뜻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라는 뜻이었던 거야.’ (184쪽)



《불멸의 그대에게 9》(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읽노라면, 우리가 날마다 어느 만큼 발돋움하는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볼 만하다. 둘레에서 아무리 이야기해 준다 한들 스스로 귀를 열지 않으면 못 듣는다. 옆에서 아무리 닦달한다 한들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못 한다. 빼어난 스승이 곁에 있어야 배우지 않는다. 스스로 뜻을 품고 일어서야 비로소 배운다. 그리고 하나를 배운 사람은 이 하나에서 멈추지 않는다. 둘을 배우고 셋을 배우며 열 온 즈믄을 배우려고 차츰차츰 나아간다. 배우기에 달라지고, 배우기에 거듭난다. 배우지 않기에 머무르며, 배우려 않으니 고인물이 된다. ‘불사’는 차츰 깨닫는다. 죽지 않는 몸이란, 그저 오래 사는 몸이 아닌 줄. 죽지 않도록 얼마나 많은 동무하고 이웃이 저한테 숨결을 나누어 주었는가를 느끼면서, 앞으로 나아가면서 배울 길을 새롭게 돌아본다. 이제 불사 스스로 새롭게 배워서 둘레에 이 배움빛을 나누어 줄 때가 무르익으려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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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2
카리야 테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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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81


《맛의 달인 2 꿈의 생선》

 테츠 카리야 글

 아카리 하나사키 그림

 장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1997.4.17.



  우리 집 큰아이가 《맛의 달인》을 다 읽고도 또 읽고 자꾸 읽습니다. 무슨 멋이나 맛이 그리도 깊기에 이토록 아이 눈길이나 마음을 사로잡는가 싶어, 저도 되읽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만화를 자꾸자꾸 읽어 보면 이야기가 새삼스레 와닿고, 문득문득 스치고 지나가던 말이나 그림이 새롭습니다. 아무리 값싸게 치러서 사다 먹을 만한 밥이어도 지음이 사랑이 깃들지 않으면 도무지 맛없어서 못 먹는다는 얘기라든지, 아무리 값싼 밥 한 그릇이어도 지음이 사랑이 넘치면 이토록 엄청난 맛은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는 깊이 새길 만합니다. 참으로 맞거든요. 잔칫밥이라고 해서 잔치가 되거나 푸진 밥이 되지 않습니다. 김치 한 조각이나 국수 한 젓가락이어도 배가 부를 수 있습니다. 된장이나 간장을 한 자락 혀에 얹어도 기쁜 맛에 눈물이 핑 돌 수 있어요. 겉모습이나 값어치로 먹는 밥이 아닙니다. 속살로 먹고 사랑으로 먹는 밥입니다. 비싼값을 치른 물고기를 손놀림이 빼어난 이가 다뤄야 맛나지 않아요. 둘러앉은 사람들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왁자지껄 웃음꽃으로 누리는 밥자리일 적에 비로소 꿀맛을 느껴 사랑맛으로 피어납니다. ㅅㄴㄹ



“매스컴에서 취재했다고 우쭐해 가지고. 손님에게 소홀한 인간이 만드는 음식은 먹을 가치도 없어!” (13쪽)


“바다에서 잡혀 여기까지 1주일은 걸린 셈이군요. 그동안 먹이는?” “그런 건 주지 않아.” “그럼, 인간이라면 어떻겠습니까? 1주일이나 먹지도 못하고, 더구나 살던 곳과 전혀 다른 상자 속에서 여기까지 옮겨졌다면, 배고픔과 피로로 지쳐 있겠군요.” (52쪽)


“무우 한 개로 3미터 이상 길게 깎아낼 수 있으면 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증거지. 열심히 연습해야만 가능한 거야. 정열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몇 개월 걸린 것도 일주일로 줄일 수 있지.” (12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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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과 잿빛의 세계 3
이리에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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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53


《란과 잿빛의 세계 3》

 이리에 아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8.8.31.



“아직도 걱정돼? 뭐가 무서워? 저런 건 내가, 몇 번이고 해치워 줄 텐데.” (36쪽)


“난 마법을 못 써. 마력을 갖지 못하고 태어났거든.”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런데 무슨 수로 마법 교육 같은 걸….” “그걸 당연한 듯 쓸 수 있는 너는, 마력이 몸 어디를 돌고 있는지조차 생각해 본 적 없지?” (210쪽)



《란과 잿빛의 세계 3》(이리에 아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은 지 꽤 된다. 벌써 예닐곱 달이 흐른 듯하다. 진작에 세걸음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으나 끝걸음을 읽고 나서 어쩐히 힘이 풀렸다. 애써 잘 끌어간 이야기를 끝에서 그렇게 엉성하게 매듭을 지어도 되나 싶었다. 어쩌면 세걸음에서 ‘란’이 하는 말처럼, 그린이 스스로 ‘걱정투성이’였을 수 있고, 머리에서 마꾸 쏟아지는 엄청난 이야기를 스스로 짊어지기 벅찬 나머지 그만 뿌리치고 말았을 수 있다. 란한테 마법을 가르치는 아가씨처럼 ‘마력 없이’ 얼마든지 씩씩하고 꿋꿋하게 제길을 걷는 마음이나 눈길을 헤아린다면 사뭇 달랐겠지. 세걸음에서 재미난 대목이란 이 두 가지이다. 어떠한 걱정도 마음에 담지 않으면서 모든 가시밭을 그때그때 신바람으로 풀어내는 란, 엄청난 걱정을 짊어지고 태어나야 했지만 마음을 확 바꾸어 새로운 삶길을 걸어간 타마오, 두 모습 두 갈래 두 빛을 고요히 바라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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