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 개정판 창비시선 1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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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숲노래 시읽기 2023.4.9.

노래책시렁 295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창작과비평사

 1979.3.30.



  ‘슬픔이 기쁨에게’란 글은 ‘셈겨룸(시험문제)’에 나오느라 온갖 곳에서 갖가지로 읽고 새겨서 풀이를 합니다. 우리처럼 글을 이리저리 뜯는 나라가 또 있을까 아리송합니다. 그런데 어느 곳(학교·학원)에서 글을 뜯든 ‘글쓴이 발자취’는 그리 안 더듬는 듯싶습니다. 글을 뜯으려면, 글을 쓴 사람이 나고자란 터전과 마음을 다스린 하루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며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찬찬히 짚고 새길 노릇이지 않을까요? 《슬픔이 기쁨에게》는 1979년에 태어납니다. 글님은 1973년에 〈대한일보〉에, 1982년에 〈조선일보〉에 새봄글(신춘문예)로 뽑힙니다. 글이란, 누가 훌륭하다고 뽑아 줄 수도 따로 뽑힐 수도 없습니다. 모든 글은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저마다 새롭게 누리는 하루를 옮기면서 태어날 뿐입니다. 1982년은 박정희가 저물고 전두환이 자리를 차지해서 한창 떵떵거릴 즈음인데, 박비어찬가에 이은 전비어찬가가 드날리던 무렵입니다. 이럴 때에 ‘글을 쓰는 꿈’을 키우는 이들은 왜 조중동 새봄글에 목을 매었을까요? 스스로 살림꾼으로 서면서 삶빛을 글로 벼리자면 입에 풀을 못 발랐을까요? ‘조선일보사 월간조선부 기자’로 일자리를 찾은 정호승 씨가 누린 ‘기쁨’을 이 노래책으로 읽습니다.


ㅅㄴㄹ


안아 주세요 곧 새벽이에요 / 저는 결코 당신을 저버리지 않았어요 / 첫닭이 먼저 목놓아 흐느끼고 / 총총걸음으로 새벽별이 떠나가요 / 안아 주세요 부디 저를 겁탈하여 주세요 / 채우면 채울수록 비어 있는 잔을 / 슬픔으로 가득히 채워 주세요 …… 사람들은 들녘에서 말없이 돌아오는데 / 슬픔의 마지막 옷을 벗겨 주세요 / 저는 결코 당신을 저버리지 않았어요 (가두 낭송을 위한 詩 5/32∼33쪽)


할아비가 머슴이라 머슴이 된 아버지도 / 새벽 붉은 보름달 지게에 지고 / 동해바다 아침해 만나러 가서 / 주인마님 은장도 뺏어 던졌다 …… 어미가 종년이라 계집종 된 복순이가 / 모시밭 사잇길 걸어가다가 / 물동이에 떨어지는 별을 건진다. / 머슴들은 죽은 뒤 새벽달로 떠 / 복순이 눈썹 위에 앉았다 가고 (지게/114∼1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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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읍으로 간다 창비시선 103
이상국 지음 / 창비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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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2.14.

노래책시렁 287


《우리는 읍으로 간다》

 이상국

 창작과비평사

 1992.5.25.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87년 사이에는 말장난을 하는 뜬구름 잡는 치레글을 ‘동시·동화’로 배워야 했습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93년에는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건너뛰려고 ‘문학·문법’을 그저 달달 외워야 했습니다. 이제는 어버이란 자리에 서서 두 아이를 돌보는데, 우리 아이들 또래가 배움터에서 익히는 배움책(교과서)을 이따금 들여다보면 차마 말할 수 없도록 창피한 글장난이 수두룩합니다. ‘문학’이란 허울을 내세우는 글치고 무엇이 ‘문학’이라고 여길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허울만 문학인 자본주의나 상업주의나 예술지상주의나 선동주의’로구나 싶어요. 《우리는 읍으로 간다》를 읽었습니다. 글님은 한국작가회의 우두머리(이사장)를 맡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짓는 살림·숲·사랑이 아닌, 얼핏설핏 둘레에서 쳐다보거나 구경한 남·바깥을 늘어놓기에 ‘문학’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읍으로’ 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두멧마을에서 읍내를 가는지요? 서울에서 읍내를 가는지요? ‘가시울타리 안쪽에서 500원을 넣고 구경하는 북녘’뿐 아니라 ‘금강산·백두산 구경’도 장사(자본주의·상업주의)입니다. 숱한 문학·문화·예술도 오늘날은 하나같이 장사 아닌지요?


ㅅㄴㄹ


장에 갔다 오는 여자들은 무릎팍에 얼굴을 묻고 꾸벅꾸벅 졸거나 / 팔다 남겨온 강낭콩을 까고 앉았다 / 쇠꼬리처럼 비틀린 촌로 몇이 땅바닥에 / 새우깡 봉지를 터뜨려놓고 소주를 마신다 (북골 가는 길/30쪽)


결국 북조선이 500원짜리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 / 반도의 몸값을 관리하는 아메리카 같은 큰 자본가들의 나라나 / 돈이 되는 것이라면 에미 속곳도 팔아먹는 / 그런 장사꾼들 손에 들면 / 조국이니 통일이니 하는 것들이 결국 / 닳지 않은 장사 밑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 / 철조망 같은 그리움으로도 오갈 수 없는 땅의 / 소나무숲과 인민군 초소와 사람 사는 마을을 / 단돈 500원에 볼 수 있다니 / 그대는 자본가들의 고마움에 눈물짓게 되리 (분단 장사/84쪽)


《우리는 읍으로 간다》(이상국, 창작과비평사, 199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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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 시인동네 시인선 135
이승은 지음 / 시인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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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2.14.

노래책시렁 283


《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

 이승은

 시인동네

 2020.9.9.



  어떻게 쓰든 모두 글이되, 어떻게 쓰더라도 글이 아니곤 합니다. 사랑이라는 꿈을 숲빛으로 그리면서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면서 살림살이를 푸르게 돌보려는 하루를 고스란히 노래하는 삶이라면, 어떻게 쓰든 모두 글입니다. 이런 글이 아니라면 모두 멋부리는 겉치레로 흐르고 말아 글하고는 동떨어져요. 알록달록 멋을 부려야 밥이나 물을 잘 담는 그릇이지 않습니다. 즐거이 지은 살림을 반가이 담도록 여미기에 그릇입니다. 보기에 좋도록 꾸며야 멋스러운 말이지 않아요. 사랑을 나누려는 수수한 마음이 흐르기에 말입니다. 《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를 읽는데, “애년(艾年)의 끄트머리엔 시간도 비껴갔다(22쪽)”라든지 “조붓한 저 플랫폼 깔아놓은 침목 따라(92쪽)” 같은 치레말이 잇달아 나옵니다. 쉰 살을 ‘쉰’이라 말하지 않는다면 하늘을 알 길이 없고 철이 들 턱이 없습니다. 바닥에 깔아놓기에 ‘받침’이자 ‘굄나무’일 텐데, “깔아놓은 침목”처럼 굳이 ‘침목’이라는 한자말을 끌어들여 멋부리려 하니, 이때에는 노래하고도 멀고 글하고도 동떨어집니다. 멋부림은 멋부림일 뿐 노래가 아닙니다. 치레는 치레일 뿐 글이 아닙니다. 글을 쓰려면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하고, 집안일을 하는 오늘을 살아내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얼결에 만들어 낀 바다풀꽃 반지만큼 // 순간을 열고 닫으며 멀어지는 저 빗줄기 // 그렇지, 꼭 그만큼의 시듦으로 시드는 것 // 아닌 척 쥐어주던 참소라 껍데기가 // 바람에 희뜩희뜩 말라가는 동안까지 // 나는 또 몇 종지 눈물을 짜디짜게 뿌릴까 (웃비/16쪽)


장맛비도 천둥번개도 몸 밖의 일이라서 / 애년(艾年)의 끄트머리엔 시간도 비껴갔다 / 갇힌 채, / 가두는 시늉만 / 서툴게 이어졌다 (갓길 없음/22쪽)


《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이승은, 시인동네, 20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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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2.10.

노래책시렁 269


《작은 시집》

 김연희

 꾸뽀몸모

 2015.1.2.



  어린이라면 어린이로서 노래하면 됩니다. 스무 살이라면 스무 살로서 노래하면 넉넉합니다. 아저씨라면 아저씨로서 노래하고, 아줌마라면 아줌마로서 노래하면 즐겁습니다. 높다란 자리나 나즈막한 자리란 없습니다. 살아가는 자리만 있습니다. 멋스런 자리나 따분한 자리는 없습니다. 생각하는 자리랑 살림하는 자리만 있습니다. 《작은 시집》은 그야말로 작게 나온 노래꾸러미입니다. 여느 누리책집에서는 찾을 길이 없을 테지만, ‘작은노래’를 눈여겨보며 이 노래꾸러미를 들여놓고서 이웃을 기다리는 마을책집이 있습니다. 아줌마로서 아줌마 하루를 그리는 노래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아줌마이자 어머니로서 한 사람으로서 서울내기로서 살림꾼으로서, 무엇보다도 오늘을 노래하면서 노는 눈길로 글자락을 여미기에 줄마다 사랑이 흐릅니다. 어떻게 글을 쓰면 되느냐고요? 이녁이 살아가는 오늘을 노래하셔요. 우리 삶을 드러내기에 부끄럽거나 수줍다고요? 그러니까 춤을 추고 노래하셔요. 자장노래를 부르는 어버이 마음 그대로 글로 담으면 됩니다. 놀이노래를 부르는 어린이 눈빛 그대로 글로 적으면 됩니다. 모든 작은 씨앗은 천천히 자라서 우람하게 숲을 이룹니다. 작은빛이 모이기에 하늘을 이루고 온누리가 반짝반짝 깨어납니다.


ㅅㄴㄹ


나는 아줌마가 돼 버렸다 / 그러니까 이 시는 아줌마가 쓴 시다 (아줌마 시/9쪽)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일상 혁명/20쪽)


많이 걸어다니는 복 / 삐뚤빼뚤 돌밭을 걷는 복 / 오르막내리막 계속 걷는 복 / 달리다 멈추는 복 / 멈추다가 또 달리는 복 / 쉬기도 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기도 / 하는 그런 복 이래도 복 / 저래도 복 복을, 복을 받으렴 (복을 받으렴/66쪽)


https://smartstore.naver.com/dasibookshop

다시서점, 이곳에서 살 수 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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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지 않는 슬픔 창비시선 108
김영석 지음 / 창비 / 199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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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2.10.

노래책시렁 282


《썩지 않는 슬픔》

 김영석

 창작과비평사

 1992.12.15.



  이웃님 누구나 글을 쓰기보다는 노래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노래 = 놀이’입니다. ‘놀다 = 날다’입니다. ‘날다 = 모든 나날을 오직 나로서 바라보며 품고 틔우는 길’입니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는, 그저 수수한 하루를 노래하기에 놀 줄 알고 날 수 있으며 나를 나답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글 = 소리를 담은 그림’입니다. ‘소리 = 둘레에서 움직이면서 퍼지는 물결’입니다. 둘레에 휩쓸린다면 시끌시끌한 소리가 마음에 가득하게 마련이요, 스스로 하루를 그리고 지으면서 오늘을 노래하고 놀 수 있다면 모든 삶을 우리 나름대로 ‘말’로 담아냅니다. 《썩지 않는 슬픔》은 1980∼90해무렵에 널리 번진 글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같은 글결이 수두룩합니다. ‘내가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그리면서 짓는 하루’가 아닌 ‘둘레(사회)에서 벌어지고 새뜸(언론)에 나오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흘려듣고서 구경하는 쳇바퀴’를 옮기는 글쓰기입니다. 만경들을 구경하기에 글을 짜맞추고, 호미랑 낫을 쥔 몸으로 흙을 만지면 스스로 노래하지요. 떠도는 말을 옮기기에 목소리를 높이는데, 손수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여미면 언제나 노래합니다. 나를 보고, 나로 살며, 나로 서야, 비로소 삶노래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흙을 먹고 또 먹었다 / 북처럼 가슴을 두드려도 /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하여 // 모든 가슴과 가슴이 / 수만 평의 흙으로 끝없이 이어져 / 더 큰 가슴 / 김제 만경 빈 벌판을 이루고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 지평선 하나 걸어놓았다 (침묵/54쪽)


열세 살짜리 가장 소년이 / 기름때 묻은 손으로 상을 차려 / 병든 할머니와 쬐끄만 계집애 동생과 / 식은밥을 먹고 있다 / 어린이 유괴범이 밤늦게 돌아와 / 제 어린 딸을 무릎에 앉히고 / 볼 부비며 밥을 먹고 있다 (파도/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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