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슬픔 창비시선 108
김영석 지음 / 창비 / 199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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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2.10.

노래책시렁 282


《썩지 않는 슬픔》

 김영석

 창작과비평사

 1992.12.15.



  이웃님 누구나 글을 쓰기보다는 노래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노래 = 놀이’입니다. ‘놀다 = 날다’입니다. ‘날다 = 모든 나날을 오직 나로서 바라보며 품고 틔우는 길’입니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는, 그저 수수한 하루를 노래하기에 놀 줄 알고 날 수 있으며 나를 나답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글 = 소리를 담은 그림’입니다. ‘소리 = 둘레에서 움직이면서 퍼지는 물결’입니다. 둘레에 휩쓸린다면 시끌시끌한 소리가 마음에 가득하게 마련이요, 스스로 하루를 그리고 지으면서 오늘을 노래하고 놀 수 있다면 모든 삶을 우리 나름대로 ‘말’로 담아냅니다. 《썩지 않는 슬픔》은 1980∼90해무렵에 널리 번진 글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같은 글결이 수두룩합니다. ‘내가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그리면서 짓는 하루’가 아닌 ‘둘레(사회)에서 벌어지고 새뜸(언론)에 나오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흘려듣고서 구경하는 쳇바퀴’를 옮기는 글쓰기입니다. 만경들을 구경하기에 글을 짜맞추고, 호미랑 낫을 쥔 몸으로 흙을 만지면 스스로 노래하지요. 떠도는 말을 옮기기에 목소리를 높이는데, 손수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여미면 언제나 노래합니다. 나를 보고, 나로 살며, 나로 서야, 비로소 삶노래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흙을 먹고 또 먹었다 / 북처럼 가슴을 두드려도 /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하여 // 모든 가슴과 가슴이 / 수만 평의 흙으로 끝없이 이어져 / 더 큰 가슴 / 김제 만경 빈 벌판을 이루고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 지평선 하나 걸어놓았다 (침묵/54쪽)


열세 살짜리 가장 소년이 / 기름때 묻은 손으로 상을 차려 / 병든 할머니와 쬐끄만 계집애 동생과 / 식은밥을 먹고 있다 / 어린이 유괴범이 밤늦게 돌아와 / 제 어린 딸을 무릎에 앉히고 / 볼 부비며 밥을 먹고 있다 (파도/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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