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읍으로 간다 창비시선 103
이상국 지음 / 창비 / 1992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2.14.

노래책시렁 287


《우리는 읍으로 간다》

 이상국

 창작과비평사

 1992.5.25.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던 1982∼87년 사이에는 말장난을 하는 뜬구름 잡는 치레글을 ‘동시·동화’로 배워야 했습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93년에는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건너뛰려고 ‘문학·문법’을 그저 달달 외워야 했습니다. 이제는 어버이란 자리에 서서 두 아이를 돌보는데, 우리 아이들 또래가 배움터에서 익히는 배움책(교과서)을 이따금 들여다보면 차마 말할 수 없도록 창피한 글장난이 수두룩합니다. ‘문학’이란 허울을 내세우는 글치고 무엇이 ‘문학’이라고 여길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허울만 문학인 자본주의나 상업주의나 예술지상주의나 선동주의’로구나 싶어요. 《우리는 읍으로 간다》를 읽었습니다. 글님은 한국작가회의 우두머리(이사장)를 맡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짓는 살림·숲·사랑이 아닌, 얼핏설핏 둘레에서 쳐다보거나 구경한 남·바깥을 늘어놓기에 ‘문학’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읍으로’ 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두멧마을에서 읍내를 가는지요? 서울에서 읍내를 가는지요? ‘가시울타리 안쪽에서 500원을 넣고 구경하는 북녘’뿐 아니라 ‘금강산·백두산 구경’도 장사(자본주의·상업주의)입니다. 숱한 문학·문화·예술도 오늘날은 하나같이 장사 아닌지요?


ㅅㄴㄹ


장에 갔다 오는 여자들은 무릎팍에 얼굴을 묻고 꾸벅꾸벅 졸거나 / 팔다 남겨온 강낭콩을 까고 앉았다 / 쇠꼬리처럼 비틀린 촌로 몇이 땅바닥에 / 새우깡 봉지를 터뜨려놓고 소주를 마신다 (북골 가는 길/30쪽)


결국 북조선이 500원짜리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 / 반도의 몸값을 관리하는 아메리카 같은 큰 자본가들의 나라나 / 돈이 되는 것이라면 에미 속곳도 팔아먹는 / 그런 장사꾼들 손에 들면 / 조국이니 통일이니 하는 것들이 결국 / 닳지 않은 장사 밑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 / 철조망 같은 그리움으로도 오갈 수 없는 땅의 / 소나무숲과 인민군 초소와 사람 사는 마을을 / 단돈 500원에 볼 수 있다니 / 그대는 자본가들의 고마움에 눈물짓게 되리 (분단 장사/84쪽)


《우리는 읍으로 간다》(이상국, 창작과비평사, 199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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