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희재 브로콜리숲 동시집 15
임동학 지음, 고니 그림 / 브로콜리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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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60


《개 같은 희재》

 임동학

 브로콜리숲

 2020.11.11.



  우리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확 줄어듭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글 아닌 말’로 마음을 나누고 살림을 지어 아이한테 물려주고 이웃하고 주고받는 나날이었기에, 지난날에는 저마다 말빛이 씨앗으로 영글었어요. 오늘날에는 어느새 ‘말 아닌 글’을 배움책(교과서)으로 달달 외워서 겨루고 싸우고 다투고 치고받느라, 어느새 말빛은커녕 글빛조차 없이 시들고 멍글고 찌드는 굴레에서 스스로 허덕입니다. 《개 같은 희재》처럼 글장난에 사로잡히는 글이라면 그저 굴레입니다. 글이란, 마음을 소리로 담은 말을 눈으로도 읽도록 그린 빛줄기일 수 있지만, 생각이 뻗지 말라며 붙들어매는 굴레일 수 있어요. ‘개’란 무엇일까요? ‘개’가 나쁘거나 낮거나 못 먹는 것을 가리키는 곳에 쓰는 낱말이라고 잘못 받아들이니 “개 같은” 소리를 읊느라 바빠요. 그런데, 왜 ‘개다’일까요? ‘열다’하고 비슷하되 다른 ‘개다’예요. 구름이 걷히고 비가 멎고 해가 나면서 온누리가 맑고 밝게 새롭게 빛나는 터전을 ‘개·다’로 그립니다. 들숲을 거친 모든 부스러기에 숨결이 ‘개(개펄·갯벌)’를 거쳐서 바다로 나아가기에 푸르면서 파랗게 싱그러운 숨빛으로 거듭납니다. 이제 제발 ‘개’가 뭔지 읽고 느끼고 헤아려서 아이어른 사이를 잇는 실타래로 풀어내야지 싶습니다. 개가 왜 개인 줄 모르니, ‘예뻐하다’가 ‘사랑’이 아닌 줄 모를 테고, 모든 글치레가 부글부글 쳇바퀴인 줄도 모르겠지요.


ㅅㄴㄹ


엄마, 아빠도 다예를 / 얼마나 예뻐할까? // 그거, 다 모르고 하는 말이다 / 다예는 미치겠다 (모르고 하는 말/10쪽)


구름 속에서 / 수많은 빗방울들은 / 까마득한 저 아래로 / 누가 먼저 뛰어내릴지 / 어떻게 정했을까? (맨 처음 내린 빗방울 2/55쪽)


+


풀의 씨앗이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풀씨앗이 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풀씨가 붙은 줄 볼 수 있습니다

2쪽


그게 바로 저만의 매력이거든요

→ 바로 제 멋이거든요

→ 제가 그렇게 멋지거든요

18쪽


구름 속에서 수많은 빗방울들은 까마득한 저 아래로 누가 먼저 뛰어내릴지 어떻게 정했을까

→ 구름이던 숱한 빗방울은 까마득한 저 밑으로 누가 먼저 뛰어내릴지 어떻게 골랐을까

→ 구름을 이룬 숱한 빗방울은 까마득한 저곳으로 누가 먼저 뛰어내릴지 어떻게 잡았을까

55쪽


또다시 죽어 고향에 오는 건 아닐까

→ 또다시 죽어 돌아오지 않을까

→ 또다시 죽어 집으로 오지 않을까

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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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라면이라면
권기덕 지음, 임효영 그림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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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61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

 권기덕

 창비

 2021.9.3.



  앞자리에 있으려고 겨룹니다. 먼저 쥐거나 얻거나 잡으려고 다툽니다. 높이 올라서려고 싸웁니다. 빼앗으려고 치고받습니다. 살림하고 등지면서 겨루고, 삶을 잊은 채 다투고, 사랑을 품지 않아 싸우고, 숲을 모르면서 치고받아요. 겨루기에 빠지라며 줄을 세웁니다. 다투며 미워하라고 담을 쌓습니다. 싸우며 죽으라고 등을 떠밀지요. 치고받으며 끙끙거리라고 서울로 모입니다.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은 오늘날 우리 모습 같아요. 마음을 가꾸는 길이 아닌, 겉차림을 반드레하고 꾸미는 오늘날입니다. 생각에 날개를 다는 하루가 아닌, 틀에 따라 외우면서 홀리는 수렁입니다. 사랑으로 푸르게 품으려면 스스로 풀꽃나무일 노릇인데, 풀과 꽃과 나무는 들숲바다를 이루는 바탕인 줄 몰라보기만 하더군요. 아이도 어른도 “인기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고, “인기 있는 라면”은 더더욱 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무엇을 보나요? 풀잎을 스치기에 푸른바람이고, 나뭇잎을 살랑이기에 푸른노래인데, 푸나무가 아닌 바람이(에어컨)라는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면서 여름땀을 잊고 겨울추위를 잃어 바보로 뒹굴지 않는가요? “둥근 모서리”란 없습니다. ‘모’란 뾰족하게 나온 것이나 곳입니다. ‘볏모’요 ‘못’이요 ‘모시풀’입니다. ‘목’도 매한가지예요. 얼핏 보면 뾰족하게 길되, 부드러이 샘솟으면서 숨결을 품는 ‘모·못’을 헤아리지 않는 눈길로는, 우리 별이 왜 ‘둥근 공’인지 모를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스펀지 책상의 둥근 모서리처럼 / 우리도 점점 둥글어지고 있어 (스펀지 교실/11쪽)


폭염 땐 / 에어컨 설치된 방에 틀어박혀 / 외톨이가 되는 게 / 소원이래 (달성공원/17쪽)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이 되고 싶다 (라면/42쪽)


+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권기덕, 창비, 2021)


둥근 모서리처럼 우리도 점점 둥글어지고 있어

→ 둥근 귀퉁이처럼 우리도 차츰 둥글어

→ 둥근 가처럼 우리도 어느새 둥글어

11쪽


내가 던진 너의 공이 던진 나의 공이 던진 너의 공이 던진 나의 공이

→ 내가 던진 네 공이 던진 내 공이 던진 네 공에 던진 내 공이

14쪽


나를 위해 자신의 음식과 방까지 내줄 때도 있어

→ 나한테 밥과 칸까지 내줄 때도 있어

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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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넘세 창비시선 51
신경림 지음 / 창비 / 198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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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62


《달넘세》

 신경림

 창작과비평사

 1985.10.10.



  그제 새벽에 비가 억수로 내립니다. 이른아침에 이웃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로 읍내에 가서, 다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려 하는데, 함께 움직일 아이들이 걱정합니다. “걱정 마. 우린 우산 없이 다닐 테니까.” 새벽비는 우리가 짐을 꾸리고 나서기 앞서 그칩니다. 그런데 이날 밤 경기 일산 길손집에 깃드니 또 함박비가 오고, 다시 아침에 할아버지한테 찾아갈 즈음에는 말끔히 갭니다. 아이들이 이모를 만나서 이모네에 깃드니 또 비가 오고, 다시 우리가 길손집으로 돌아갈 즈음에는 구름이 걷혀요. “별을 보라는 하늘일까요?” “음, 구름은 우리가 서울(도시)에서도 푸르게 숨쉬라고 내렸대. 별은 고흥으로 돌아가서 보라고 하네.” 아이들하고 두런두런 말을 섞은 밤에, 끝없는 부릉물결을 느끼면서 《달넘세》를 곱씹습니다. 신경림 님이 쓴 글을 1992년부터 읽었고, 2010년부터 더는 못 읽겠다고 여겼습니다. 떠도는 말을 떠돌듯 구경하면서 옮기는 글재주는 있을 테지만, 살아가는 하루를 푸르게 노래하는 글결은 찾기가 어렵구나 싶어요. 이녁은 왜 ‘글쓰기’가 아닌 ‘이름벌이’를 할까요? ‘가난하고 낮은 이웃’을 찾아다니면서 술그릇을 부딪으면서 쏟아내는 술타령도 ‘시’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손수 기저귀를 빨래하지 않고, 아침저녁을 차리지 않고, 살림꾼으로 하루를 누리지 않을 적에는, 어쩐지 텅 빈 채 별빛 한 줄기 없는 ‘서울 한복판 밤거리’를 보는 듯싶습니다.


ㅅㄴㄹ


더 오르리라는 수몰보상금 소문에 / 아침부터 들떠 있다 / 농협창고에 흰 페인트로 굵게 그어진 / 1972년의 침수선 표시는 이제 아무런 뜻도 없다 / 한 반백 년쯤 전에 내 아버지들이 주머니칼로 새겼을 / 선생님들의 별명 또는 이웃 계집애들의 이름이 / 헌 티처럼 붙어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들만이 / 다시는 못 볼 하늘을 향해 울고 있다 (강길 2/60쪽)


신새벽에 일어나 / 비린내 역한 장바닥을 걸었다. / 생선장수 아주머니한테 / 동태 두 마리 사 들고 / 목로집에서 새벽 장꾼들과 어울려 / 뜨거운 해장국을 마셨다. // 거기서 나는 보았구나 / 장바닥에 밴 끈끈한 삶을, / 살을 맞비비며 사는 / 그 넉넉함을, / 세상을 밀고 가는 /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편지―시골에 있는 숙에게/80쪽)


+


너는 나를 칼날 위에 서게 한다

→ 너는 나를 칼날에 세운다

10쪽


어물전에서 난장판에서

→ 고깃간에서 북새판에서

52쪽


두 길 험한 낭떠러지를 만들며

→ 두 길 낭떠러지로

→ 두 길 가파른 길로

54쪽


갈미봉에 뿌옇게 비 몰려도

→ 갈미메에 뿌옇게 비 몰려도

54쪽


그는 나의 소학교 동창이다

→ 그는 어린배움터 또래이다

→ 그는 씨앗배움터 벗이다

58쪽


목로집에서 새벽 장꾼들과 어울려 뜨거운 해장국을 마셨다

→ 시렁집에서 새벽 저잣꾼과 어울려 속풀이국을 마셨다

→ 널술집에서 새벽 장사꾼과 어울려 술풀이국을 마셨다

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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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창비시선 37
조태일 지음 / 창비 / 198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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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문학비평 . 동시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296


《가거도》

 조태일

 창작과비평사

 1983.5.25.



  늦은 때란 없고, 이른 때란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에, 모두 다른 삶에, 언제나 다른 날이기에, 늘 다 다르게 찾아와서 짓고 누리고 나누는 때입니다. 문득 ‘늦게 오거나 하는’ 듯하고, 얼핏 ‘일찍 오거나 하는’ 듯하지요. 그렇지만 모든 일은 ‘참말로 해야 하는 때와 곳에서 일어납’니다. 《가거도》를 퍽 오래 되읽으며 1983년에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이 있었네 싶어 새삼스러웠고, 2003년에도 2023년에도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글밭이 우습기에 새롭더군요.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노래하게 마련인데 ‘누구나 노래’는 ‘글담(문학권력)’에 가로막힙니다. 글울타리(문단권력)에 사로잡힌 이들은 쳇바퀴를 돌면서 ‘문학은 이래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요. 이 나라에 ‘국립한국문학관’이 없기에 글밭이 시들지 않아요. 모름지기 모든 글은 ‘소리로 나타내는 말을 눈으로 보도록 담은 무늬’입니다. ‘말 = 소리로 듣는 마음’이요, ‘글 = 눈으로 보는 마음’입니다. 말을 고스란히 옮기기에 글이듯, 말소리를 그대로 살리기에 글소리(시)예요. 글재주가 글빛일 수 없듯, 말재주로는 삶을 못 밝혀요. ‘살림짓기’에서 생각이 자라듯, ‘글살림·말살림’일 노릇이고, 여느 삶자리에서 수수하게 쓰는 말을 살리는 숲빛일 적에 “누구나 노래님(시인)”으로 바뀝니다. ‘可居島’ 아닌 ‘섬’을, ‘군중’ 아닌 ‘사람(너와 나·우리·들풀)’을 볼 적에 노래를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내가 맡기고 온 고향 / 니가 잘 보살피고 있겠지. // 나의 허물까지를 약점까지를 / 니 수염 쓰다듬듯이 / 그렇게 잘 쓰다듬고 있겠지. (친구에게/42쪽)


나의 울음은 언제나 홀로였다. / 군중들의 틈에 끼어서도 / 눈은 늘 젖어 있었고 / 목이 타서 / 홀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 가슴에 핑그르르 떨어져 / 조용히 고이는 눈물을 / 보는 것이었다. (소나기의 울음/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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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문학비평 . 동시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15


《20世紀는 바빠서 그렇다》

 서정길

 열화당

 1985.1.20.



  온누리 모든 사람은 바쁩니다. 안 바쁜 사람은 없어요. 일하느라 바쁘고, 노느라 바쁘고, 시키느라 바쁘고, 심부름에 바쁠 뿐 아니라, 먹거나 자거나 입느라 바쁘고, 말하느라 바쁘고, 듣느라 바쁘고, 사느라 바쁘고, 죽음 길턱에 이르러도 죽음이 두려워서 달아나느라 바쁩니다. 그러나 한켠에는 안 바쁜 사람들이 바지런합니다. 스스로 그리는 하루를 바라보면서 오늘 이곳에서 누릴 삶을 사랑으로 푸르게 맞아들이는 사람은 꿈그림을 밝게 펴면서 노래하지요. 《20世紀는 바빠서 그렇다》를 읽었습니다. 어느덧 사라진 노래책입니다. 1995년에는 이럭저럭 읽혔고, 2005년에도 조금 읽혔으나, 2015년을 넘어 2025년에 이르면 까맣게 잊히리라 봅니다. 글자락에 곧잘 새까맣게 한자를 입히는 글은 갈수록 안 읽힐밖에 없는데, 한자를 안 입히더라도 멋부리거나 글자랑을 일삼듯 어려운 말씨나 일본말씨·옮김말씨가 범벅인 글도 머잖아 모조리 쓰레기통에 박힐 만합니다. 사람들이 가난이나 설움 탓에 죽어야 할 적에도 푸른별은 텅 빌 테지만, 스스로 마음에 생각씨앗을 안 심고서 헤매거나 갇힐 적에도 푸른별은 텅 빕니다. 개미가 한둘 아닌 몇 울(조兆)에 이르도록 많다고 하더라도 푸른별은 아랑곳하지 않아요. 이 별은, 또 우리는, ‘몇 사람’이냐가 아닌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스스로 빛나거나 어둡습니다. 꿈은 고요한 어둠인 밤에 그리고, 환하게 트는 낮에 펴요. 바쁜 굴레를 벗고, 바다와 바람이 될 일입니다.


ㅅㄴㄹ


가난과 설움 때문에 죽어야 한다면 / 地球는 빈 집이리라 / 사람이 좋아서 돈 못번 친구야 친구야 / 고생 빼면 뭐 살만한 게 있다더냐 / 健康하게 슬프라. (친구야 친구야/19쪽)


沙漠 …… / 위대한 單純性이여. // 코란의 絶對性처럼 / 코란의 無修正主義처럼 / 沙漠은 徹頭徹尾하다. (沙漠記/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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