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창비시선 37
조태일 지음 / 창비 / 198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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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문학비평 . 동시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296


《가거도》

 조태일

 창작과비평사

 1983.5.25.



  늦은 때란 없고, 이른 때란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에, 모두 다른 삶에, 언제나 다른 날이기에, 늘 다 다르게 찾아와서 짓고 누리고 나누는 때입니다. 문득 ‘늦게 오거나 하는’ 듯하고, 얼핏 ‘일찍 오거나 하는’ 듯하지요. 그렇지만 모든 일은 ‘참말로 해야 하는 때와 곳에서 일어납’니다. 《가거도》를 퍽 오래 되읽으며 1983년에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이 있었네 싶어 새삼스러웠고, 2003년에도 2023년에도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글밭이 우습기에 새롭더군요.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노래하게 마련인데 ‘누구나 노래’는 ‘글담(문학권력)’에 가로막힙니다. 글울타리(문단권력)에 사로잡힌 이들은 쳇바퀴를 돌면서 ‘문학은 이래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요. 이 나라에 ‘국립한국문학관’이 없기에 글밭이 시들지 않아요. 모름지기 모든 글은 ‘소리로 나타내는 말을 눈으로 보도록 담은 무늬’입니다. ‘말 = 소리로 듣는 마음’이요, ‘글 = 눈으로 보는 마음’입니다. 말을 고스란히 옮기기에 글이듯, 말소리를 그대로 살리기에 글소리(시)예요. 글재주가 글빛일 수 없듯, 말재주로는 삶을 못 밝혀요. ‘살림짓기’에서 생각이 자라듯, ‘글살림·말살림’일 노릇이고, 여느 삶자리에서 수수하게 쓰는 말을 살리는 숲빛일 적에 “누구나 노래님(시인)”으로 바뀝니다. ‘可居島’ 아닌 ‘섬’을, ‘군중’ 아닌 ‘사람(너와 나·우리·들풀)’을 볼 적에 노래를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내가 맡기고 온 고향 / 니가 잘 보살피고 있겠지. // 나의 허물까지를 약점까지를 / 니 수염 쓰다듬듯이 / 그렇게 잘 쓰다듬고 있겠지. (친구에게/42쪽)


나의 울음은 언제나 홀로였다. / 군중들의 틈에 끼어서도 / 눈은 늘 젖어 있었고 / 목이 타서 / 홀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 가슴에 핑그르르 떨어져 / 조용히 고이는 눈물을 / 보는 것이었다. (소나기의 울음/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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