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책 / 문학비평 . 동시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15


《20世紀는 바빠서 그렇다》

 서정길

 열화당

 1985.1.20.



  온누리 모든 사람은 바쁩니다. 안 바쁜 사람은 없어요. 일하느라 바쁘고, 노느라 바쁘고, 시키느라 바쁘고, 심부름에 바쁠 뿐 아니라, 먹거나 자거나 입느라 바쁘고, 말하느라 바쁘고, 듣느라 바쁘고, 사느라 바쁘고, 죽음 길턱에 이르러도 죽음이 두려워서 달아나느라 바쁩니다. 그러나 한켠에는 안 바쁜 사람들이 바지런합니다. 스스로 그리는 하루를 바라보면서 오늘 이곳에서 누릴 삶을 사랑으로 푸르게 맞아들이는 사람은 꿈그림을 밝게 펴면서 노래하지요. 《20世紀는 바빠서 그렇다》를 읽었습니다. 어느덧 사라진 노래책입니다. 1995년에는 이럭저럭 읽혔고, 2005년에도 조금 읽혔으나, 2015년을 넘어 2025년에 이르면 까맣게 잊히리라 봅니다. 글자락에 곧잘 새까맣게 한자를 입히는 글은 갈수록 안 읽힐밖에 없는데, 한자를 안 입히더라도 멋부리거나 글자랑을 일삼듯 어려운 말씨나 일본말씨·옮김말씨가 범벅인 글도 머잖아 모조리 쓰레기통에 박힐 만합니다. 사람들이 가난이나 설움 탓에 죽어야 할 적에도 푸른별은 텅 빌 테지만, 스스로 마음에 생각씨앗을 안 심고서 헤매거나 갇힐 적에도 푸른별은 텅 빕니다. 개미가 한둘 아닌 몇 울(조兆)에 이르도록 많다고 하더라도 푸른별은 아랑곳하지 않아요. 이 별은, 또 우리는, ‘몇 사람’이냐가 아닌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스스로 빛나거나 어둡습니다. 꿈은 고요한 어둠인 밤에 그리고, 환하게 트는 낮에 펴요. 바쁜 굴레를 벗고, 바다와 바람이 될 일입니다.


ㅅㄴㄹ


가난과 설움 때문에 죽어야 한다면 / 地球는 빈 집이리라 / 사람이 좋아서 돈 못번 친구야 친구야 / 고생 빼면 뭐 살만한 게 있다더냐 / 健康하게 슬프라. (친구야 친구야/19쪽)


沙漠 …… / 위대한 單純性이여. // 코란의 絶對性처럼 / 코란의 無修正主義처럼 / 沙漠은 徹頭徹尾하다. (沙漠記/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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