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라면이라면
권기덕 지음, 임효영 그림 / 창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61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

 권기덕

 창비

 2021.9.3.



  앞자리에 있으려고 겨룹니다. 먼저 쥐거나 얻거나 잡으려고 다툽니다. 높이 올라서려고 싸웁니다. 빼앗으려고 치고받습니다. 살림하고 등지면서 겨루고, 삶을 잊은 채 다투고, 사랑을 품지 않아 싸우고, 숲을 모르면서 치고받아요. 겨루기에 빠지라며 줄을 세웁니다. 다투며 미워하라고 담을 쌓습니다. 싸우며 죽으라고 등을 떠밀지요. 치고받으며 끙끙거리라고 서울로 모입니다.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은 오늘날 우리 모습 같아요. 마음을 가꾸는 길이 아닌, 겉차림을 반드레하고 꾸미는 오늘날입니다. 생각에 날개를 다는 하루가 아닌, 틀에 따라 외우면서 홀리는 수렁입니다. 사랑으로 푸르게 품으려면 스스로 풀꽃나무일 노릇인데, 풀과 꽃과 나무는 들숲바다를 이루는 바탕인 줄 몰라보기만 하더군요. 아이도 어른도 “인기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고, “인기 있는 라면”은 더더욱 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무엇을 보나요? 풀잎을 스치기에 푸른바람이고, 나뭇잎을 살랑이기에 푸른노래인데, 푸나무가 아닌 바람이(에어컨)라는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면서 여름땀을 잊고 겨울추위를 잃어 바보로 뒹굴지 않는가요? “둥근 모서리”란 없습니다. ‘모’란 뾰족하게 나온 것이나 곳입니다. ‘볏모’요 ‘못’이요 ‘모시풀’입니다. ‘목’도 매한가지예요. 얼핏 보면 뾰족하게 길되, 부드러이 샘솟으면서 숨결을 품는 ‘모·못’을 헤아리지 않는 눈길로는, 우리 별이 왜 ‘둥근 공’인지 모를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스펀지 책상의 둥근 모서리처럼 / 우리도 점점 둥글어지고 있어 (스펀지 교실/11쪽)


폭염 땐 / 에어컨 설치된 방에 틀어박혀 / 외톨이가 되는 게 / 소원이래 (달성공원/17쪽)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이 되고 싶다 (라면/42쪽)


+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권기덕, 창비, 2021)


둥근 모서리처럼 우리도 점점 둥글어지고 있어

→ 둥근 귀퉁이처럼 우리도 차츰 둥글어

→ 둥근 가처럼 우리도 어느새 둥글어

11쪽


내가 던진 너의 공이 던진 나의 공이 던진 너의 공이 던진 나의 공이

→ 내가 던진 네 공이 던진 내 공이 던진 네 공에 던진 내 공이

14쪽


나를 위해 자신의 음식과 방까지 내줄 때도 있어

→ 나한테 밥과 칸까지 내줄 때도 있어

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