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는 물소리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9
신현배 지음, 최정인 그림 / 도토리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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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30.

노래책시렁 413


《일어서는 물소리》

 신현배 글

 최정인 그림

 도토리숲

 2020.11.5.



  오래오래 깃들 살림집이라면 서둘러 짓지 않습니다. 느긋느긋 추스르고, 온집안이 함께 일하면서 가꿉니다. 두고두고 누리는 살림집에는 나무하고 새가 곁에 있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고, 개구리가 겨울잠을 이루고, 나비가 내려앉을 적에 비로소 살림집이라는 이름이 어울립니다. 《일어서는 물소리》는 ‘일어서다’나 ‘물소리’를 이름으로 내걸지만, 막상 어떤 삶이 일어서거나 어떤 숲이 물소리로 흐르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나이든 분들이 아이를 귀엽게 쳐다보는 ‘재롱’이라는 굴레인 ‘동심천사주의’가 가득할 뿐이라고 느낍니다. 글쓴이는 마흔 해라는 나날을 ‘동시인’으로 보냈다고 밝히는데, 어린이 곁에 서는 글이 아닌 어린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경글이라고 느껴요. ‘친척 촌수’를 따지고 ‘이어달리기 선수 바통’ 같은 뻔한 ‘새마을운동’스러운 줄거리로는 아이들한테 꿈도 사랑도 속삭이기는 어렵다고 느낍니다. 어린이를 어린이로 마주하려는 눈길이라면, 어린이를 구경거리가 아닌 동무와 이웃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 어진 이슬받이라는 살림을 글에 담게 마련입니다. 집살림을 짓는 손길일 때라야 노래가 노래답습니다. 집살림하고 먼 손놀림이라면 글쎄, 뭐가 될까요?


ㅅㄴㄹ


눈송이 불러 앉히던 / 쓸쓸한 빈 가지에 // 나그네새 한나절 / 시끌시끌히 울더니 (흰 목련나무에게/14쪽)


이어달리기 선수들이 / 바통을 넘겨받듯 // 진달래와 철쭉이 / 꽃빛 웃음 주고받자 // 배시시 웃는 먼산에 / 덧니 같은 절간 한 채. (먼산 1/16쪽)


늙은 티를 낸다고 / 네 이름이 느티나무니? // “할배!”라고 부르면 / “오냐!” 대답할 거니? // 턱없이 촌수만 높은 / 우리 친척 아이처럼 (느티나무에게/27쪽)


우리 동네 교회 종탑에 / 둥지 튼 까치 한 마리 // 땅의 소식 전하는 / 심부름꾼 되었나 봐. // 울리는 종소리 따라 / 하늘 우러러 깍깍깍! (까치 /48쪽)


조끼 옷을 맞춰 입고 / 주인 품에 안겼어도 // 덜덜덜 떠는 애완견 / 산책길이 안쓰럽다. / 동장군 첫나들이에 / 재롱마저 얼어붙었다. (재롱마저/59쪽)


+


《일어서는 물소리》(신현배, 도토리숲, 2020)


동시인으로 살아온 지 어언 41년째입니다

→ 노래지기로 살아온 지 벌써 41해째입니다

4쪽


시조의 백미(白味), 시조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단시조

→ 빛나는 가락글, 노래꽃이라 일컫는 토막노래

→ 눈부신 글자락, 노래꽃이라 일컫는 도막글

4쪽


갓난쟁이 노란 꽃들

→ 갓난쟁이 노란 꽃

13쪽


이어달리기 선수들이 바통을 넘겨받듯

→ 이어달리기꾼이 막대를 넘겨받듯

→ 이어달리는 사람이 개비를 넘겨받듯

16쪽


투명한 마음의 창이 흐리다 못해 붉어졌다

→ 맑은 마음길이 흐리다 못해 붉다

→ 맑은 마음닫이가 흐리다 못해 붉다

18쪽


귀한 손님 오시는지

→ 고이 손님 오시는지

→ 곱게 손님 오시는지

→ 반가운 손 오시는지

21쪽


카펫을 까는 은행나무

→ 자리를 까는 부채나무

→ 멍석을 까는 부채나무

21쪽


“할배!”라고 부르면 “오냐!” 대답할 거니?

→ “할배!” 부르면 “오냐!” 대꾸하니?

→ “할배!”라 부르면 “오냐!”라 말하니?

27쪽


턱없이 촌수만 높은 우리 친척 아이처럼

→ 턱없이 길만 높은 우리 피붙이처럼

→ 턱없이 사이만 높은 우리 살붙이처럼

27쪽


날마다 몸단장하는지 미끈하게 잘생겼다

→ 날마다 꾸미는지 미끈하다

→ 날마다 몸치레하는지 잘생겼다

29쪽


나를 깨우는 향기로운 알람이에요

→ 나를 향긋하게 깨워요

37쪽


동장군 첫나들이에 재롱마저 얼어붙었다

→ 강추위 첫나들이에 귀염마저 얼어붙었다

→ 눈보라 첫나들이에 깜찍마저 얼어붙었다

59쪽


저녁놀 가마에 구운 최고 명품 도자기네

→ 저녁놀 가마에 구운 으뜸 질그릇이네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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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284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

 김명식

 학민사

 1989.3.20.



  하루를 살아내며 오가는 길에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숨결이 어느덧 새롭게 이야기로 드리웁니다. 두들겨맞고 쓰러진 하루도, 빗물로 달랜 하루도, 휘둘리고 휩쓸리다가 휘청이는 하루도, 햇볕을 듬뿍 쬐면서 사르르 눈을 감는 하루도, 모두 다르게 젖어들면서 우리 이야기로 퍼집니다. 더 캄캄한 나라는 없습니다. 캄캄굴레를 바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들은 우리가 부아를 내기를 바랍니다. 히죽거리면서 송곳으로 옆구리를 쑤시지요. 이래도 성내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이기죽거리는데, 고이 서는 길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그놈을 흘겨볼 적에는 그만 와르르 무너집니다.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를 문득 되읽습니다. 아마 1995년 가을에, 새뜸나름이로 일하는 틈을 쪼개어 책집마실을 하던 어느 날 처음 읽었을 텐데, 그 뒤로 1999년 무렵에 다시 읽었고, 2024년에 이르러 새삼스레 들춥니다. 1989년이면 전두환을 끌어내렸어도 다른 우두머리가 또아리를 틀었고, 벼슬자리를 꿰차거나 나눠먹는 무리가 무시무시했습니다. 그 뒤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가 흐르는 동안에도 힘꾼과 이름꾼과 돈꾼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 뻘짓’을 구경하기를 바랍니다. 불수렁을 끝내는 길은 단출해요. 우리 꿈길을 걸으면 돼요.


ㅅㄴㄹ


창 너머 휘황한 호텔의 불빛은 / 나에게는 차라리 포화처럼 / 두려워졌읍니다 // 희 희 락 락 / 웃어대는 저 웃음소리가 / 나에게는 차라리 칼날처럼 / 가슴 떨렸읍니다 // 버젓한 승용차가 들어 나가고 / 기름 낀 목덜미 / 저 사람들은 / 나에게는 차라리 / 침략군처럼 / 소름끼쳤읍니다 (님 16/99쪽)


더운물에 몸 담글 수 있고 / 포근한 침상에 몸 뉘일 수 있는 / 높은 자리에 앉아 / 호령하며 권세부리며 / 호사한 글방에서 멍든 세상 구경하면서 // 굶주리는 형제보다 더 처먹는 것은 / 부끄럼입니다 / 부끄럼입니다 (님 18―나의 죄 나의 부끄럼/102쪽)


+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김명식, 학민사, 1989)


창 너머 휘황한 호텔의 불빛은 나에게는 차라리 포화처럼 두려워졌읍니다

→ 저 너머 눈부신 길손채 불빛은 나한테는 차라리 벼락처럼 두렵습니다

→ 저 너머 반짝이는 나들채 불빛은 나한테는 차라리 불살처럼 두렵습니다

99쪽


포근한 침상에 몸 뉘일 수 있는

→ 포근한 자리에 몸 뉘일 수 있는

102쪽


호령하며 권세부리며 호사한 글방에서 멍든 세상 구경하면서

→ 을러대며 거머쥐며 돈지랄 글칸에서 멍든 나라 구경하면서

→ 으르렁 뽐내며 배부장나리 글집에서 멍든 삶터 구경하면서

102쪽


굶주리는 형제보다 더 처먹는 것은 부끄럼입니다

→ 굶주리는 또래보다 더 처먹는 짓은 부끄럽습니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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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겨울
김경훈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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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285


《한라산의 겨울》

 김경훈

 삶이보이는창

 2003.3.27.



  겨울에 내리는 눈은 모두 포근하게 덮습니다. 이쪽만 덮거나 저쪽을 안 덮지 않습니다. 봄에 내리는 비는 모두 푸르게 녹입니다. 저쪽만 녹이거나 이쪽을 안 녹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내리쬐는 해는 모두 어루만집니다. 어느 쪽만 어루만지는 일이란 없이 모든 숨붙이를 어루만지면서 살립니다. 우리는 한겨레란 이름이되, 짧지 않은 나날을 위아래로 갈린 채, 윗놈이 아랫사람을 짓밟고 죽이고 들볶고 우려냈습니다. 위아래틀이 걷힌 뒤에도 돈·이름·힘은 고스란해서, 굴레를 씌우거나 옭아매기 일쑤였어요. 《한라산의 겨울》은 제주에 몰아친 죽음바람에 휩쓸리면서 눈물앓이를 한 발자취를 그립니다. 예부터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때린 놈만 다리를 뻗고 잔다’ 싶을는지 모르나, 때린 놈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깨비한테 시달립니다. 그들이 벙긋하지 않을 뿐, 여태 일삼거나 저지른 잘못·말썽·사달은 안 사라집니다. 숨기거나 감추거나 덧씌우더라도 모든 삶은 그대로예요. 제주 피바람도, 온나라 피눈물도, ‘때린 놈이 남기는 글’은 겉치레에 핑계가 판칩니다. ‘맞은 이가 새기는 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앙갚음을 바라는 불길을 남길까요, 해바람눈비를 품는 마음을 새길까요?


ㅅㄴㄹ


새벽 1시경 / 위미리 해안가에서 / 마대자루에 담긴 채 / 바닷물 속에 처박혔다 / 숨이 막히면 / 짠물 후루룩 들이키며 / 죽을 힘 다해 몸부림쳤다 / 그제서야 자루가 들어올려지고 / 그리곤 다시 물 속에 잠겼다 …… 저 놈은 김태성이가 아니고 김태섭이야 / 이런, 잘못 잡아 왔잖아 / 피라미 새끼도 못 되는 거 / 에이 그냥 묻어버리지 뭐 (생매장/57쪽)


나는 / 벽장에 숨어 / 틈새로 다 보았다 / 군인 둘이가 누나를 끌고 와서 / 옷을 다 벗기고 눕힌 다음 / 둘이서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 한 놈이 먼저 / 혁대를 풀고 바지를 벗고 / 누나 위로 엎어졌다 / 나는 들었다 / 발버둥치며 살려달라는 소리 / 나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 벌벌 떨었다 (증거인멸/63쪽)


+


《한라산의 겨울》(김경훈, 삶이보이는창, 2003)


위미리 해안가에서 마대자루에 담긴 채

→ 위미마을 바닷가에서 자루에 담긴 채

57쪽


그제서야 자루가 들어올려지고

→ 그제서야 자루를 들어올리고

57쪽


혁대를 풀고 바지를 벗고 누나 위로 엎어졌다

→ 허리띠 풀고 바지를 벗고 누나한테 엎어졌다

6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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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38
강세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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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396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

 강세환

 실천문학사

 2015.12.18.



  술을 술술 넘기는 하루를 끝없이 이으면서, 이 술판을 고스란히 옮기는 웃사내가 그득그득합니다. 술푸념을 그려야 글(문학)인 줄 아는 분이 제법 많은데, 가만 보면 중국을 섬기며 한문만 끄적이던 옛사람도 으레 술타령입니다. 스스로 넋을 차리거나 세우기보다는, 다른나라 틀(이론)에 따라서 글을 요모조모 얽는 길(기법)을 펼쳐야 한다고 보는 셈입니다.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를 읽다가 술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얼른 덮었습니다. 더구나 ‘미당 서정주’하고 얽힌 노닥술 이야기는 차마 보아주기가 어렵고, “가난한 시인의 아내”를 말술로 들볶는 발걸음이란 글도 노래도 아닌, 그저 술판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술김에 쓰는 글은 술에 찌듭니다. 술기운으로 읊는 말은 술에 빠진 채 허우적입니다. 우리나라 글판은 온통 술마당 같습니다. 사람들한테 길잡이로 눈밝은 글이 아닌,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참한 글이 아닌, 끼리끼리 놀고 마시는 술짓이란, 이제부터 모조리 씻어내고 털어낼 사슬이지 싶어요. 아이들이 마당이며 온 집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어울려 놀고 옛이야기를 사랑으로 들려주는 자리에서 한두 모금 가볍게 홀짝이는 술이 아니라면, 몽땅 걷어치우고 갈아엎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한 잔 더 하고 나오다 술집 문턱에 넘어졌다 / 와르르 와르르 무너졌다 / 부딪친 건 정강이인데 마음이 먼저 아팠다 / 마음의 벽도 무너지면서 / 마음에 가두었던 이들에게 /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조금씩 눌러 보았다 (술/20쪽)


가난한 시인의 집 마당 술 취한 발자국들을 / 시인의 아내가 거둬들이고 / 시인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퍼 올린 슬픔도 거둬들이고 (정릉 명호 호프집에서/32쪽)


소주 한 병은 그대 풀 위에 가지런히 눕혔고 / 또 한 병은 내 가슴에 눕혔다 / 술병을 내려놓다 / 시비에 깊게 패인 글자를 (김수영 무덤에 관한 기억/46쪽)


+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강세환, 실천문학사, 2015)


너의 고단하고 힘겨운 하루가

→ 네 고단하고 힘겨운 하루가

→ 고단하고 힘겨운 네 하루가

11


내게 와서는 한 줄의 시가 되어라

→ 네게 와서는 한 줄 노래 되어라

→ 네게 한 줄 노래로 오라

11


내 잔에다 자작하고

→ 내가 그릇에 붓고

→ 손수 부어 마시고

20


큰 술 또 꺼내놓던 미당의 환호작약!

→ 큰 술 또 꺼내놓고 기뻐하는 미당!

→ 큰 술 또 꺼내놓고 활짝대는 미당!

32


소주 한 병은 그대 풀 위에 가지런히 눕혔고

→ 불술 한 담이는 그대 풀에 가지런히 눕혔고

46


삼베 수의(壽衣)도 관두고

→ 삼베 주검옷도 관두고

→ 삼베 저승옷도 관두고

51


타관의 여관에 들어

→ 낯선 길손집에 들어

→ 먼 길손채에 들어

66


눈길 닿는 곳마다 돼지 내장 부속물 같다

→ 눈길 닿는 곳마다 돼지 속 곁거리 같다

1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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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의자 걷는사람 시인선 69
정정화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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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411


《알바니아 의자》

 정정화

 걷는사람

 2022.9.25.



  배움터도 일터도 삶터도 모름지기 어우러지면서 즐겁습니다. 얼싸안기에 따뜻하고, 어루만지기에 반갑습니다. 어긋나니 고단하고, 엇갈리니 헤매지요. 억누르니 고단하고, 어거지로 밀어대니 슬픕니다. 기쁘게 얹으면 하나도 안 어렵지만, 섭섭하거나 서운하게 얹어대면 짐입니다. 아기를 업는 마음은 오롯이 사랑입니다. 마냥 업히거나 업으려고 들면 사랑하고 멉니다. 삶은 뚝딱 만들 수 없습니다. 물처럼 흐르면서 모든 곳에 스미거나 드나드는 삶입니다. 삶을 다독이면 살림이고, 삶에 옭매이면 굴레예요. 살림을 하는 길이니 스스로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고, 이동안 문득 사랑이 깨어나면서 활짝 꽃피웁니다. 《알바니아 의자》를 읽고서 덮습니다. “낱말을 엮거나 짜야 글(문학)”인 듯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만, 바느질이나 뜨개질 모두 힘을 들여 억지로 하려고 들면, “겉보기로는 예쁘되, 입기에는 뻑뻑하거나 작거나 크”게 마련이에요. 밥짓기도 옷짓기도 집짓기도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 하나로 풀어놓을 적에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뚝딱뚝딱 올라가는 높다란 잿집은 “집을 짓는 길”하고 먼 “시멘트를 들이부어 똑같이 짜맞추는 굴레”입니다. 짜맞추려고 하면 굴레예요. 짜거나 엮지 말아요. 삶을 노래하면 될 뿐입니다.


ㅅㄴㄹ


빨갛게 물든 피클을 포크로 찔러대면서 /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왜 넌 자꾸 숨어 버리는 거니 / 재미없는 갑각류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 난 기차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인데 (늪이었을 거야, 아마도/26쪽)


폴란드에서는 코를 치켜세우고 있는 코끼리들이 행복을 물어다 준다고 합니다 (폴란드 그릇/31쪽)


+


《알바니아 의자》(정정화, 걷는사람, 2022)


식탁 아래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넓어졌다

→ 밥자리 밑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늘어난다

11쪽


종 모양의 단추를 찾았습니다

→ 방울꼴 단추를 찾았습니다

16쪽


어둠을 이끌고 가고 있다

→ 어둠을 이끌어 간다

→ 어둠을 이끈다

19쪽


잔디밭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이해해

→ 잔디밭 물뿜개에서 나오는 물을 알아

20쪽


퉁퉁 부은 심장은 불규칙적이고 테이블보를 깔면

→ 퉁퉁 부은 가슴은 들쑥날쑥이고 자리천을 깔면

21쪽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를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 이야기를 하려 했다

26쪽


벤치 위에 해변과 파도를 올려놓고

→ 걸상에 바닷가와 물결을 올려놓고

50쪽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여행자가 된 것 같아

→ 소릿줄을 꽂으면 나그네가 된 듯해

66쪽


수평을 맞추지 못하지

→ 똑바로 맞추지 못하지

→ 나란히 맞추지 못하지

10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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