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의자 걷는사람 시인선 69
정정화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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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411


《알바니아 의자》

 정정화

 걷는사람

 2022.9.25.



  배움터도 일터도 삶터도 모름지기 어우러지면서 즐겁습니다. 얼싸안기에 따뜻하고, 어루만지기에 반갑습니다. 어긋나니 고단하고, 엇갈리니 헤매지요. 억누르니 고단하고, 어거지로 밀어대니 슬픕니다. 기쁘게 얹으면 하나도 안 어렵지만, 섭섭하거나 서운하게 얹어대면 짐입니다. 아기를 업는 마음은 오롯이 사랑입니다. 마냥 업히거나 업으려고 들면 사랑하고 멉니다. 삶은 뚝딱 만들 수 없습니다. 물처럼 흐르면서 모든 곳에 스미거나 드나드는 삶입니다. 삶을 다독이면 살림이고, 삶에 옭매이면 굴레예요. 살림을 하는 길이니 스스로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고, 이동안 문득 사랑이 깨어나면서 활짝 꽃피웁니다. 《알바니아 의자》를 읽고서 덮습니다. “낱말을 엮거나 짜야 글(문학)”인 듯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만, 바느질이나 뜨개질 모두 힘을 들여 억지로 하려고 들면, “겉보기로는 예쁘되, 입기에는 뻑뻑하거나 작거나 크”게 마련이에요. 밥짓기도 옷짓기도 집짓기도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 하나로 풀어놓을 적에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뚝딱뚝딱 올라가는 높다란 잿집은 “집을 짓는 길”하고 먼 “시멘트를 들이부어 똑같이 짜맞추는 굴레”입니다. 짜맞추려고 하면 굴레예요. 짜거나 엮지 말아요. 삶을 노래하면 될 뿐입니다.


ㅅㄴㄹ


빨갛게 물든 피클을 포크로 찔러대면서 /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왜 넌 자꾸 숨어 버리는 거니 / 재미없는 갑각류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 난 기차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인데 (늪이었을 거야, 아마도/26쪽)


폴란드에서는 코를 치켜세우고 있는 코끼리들이 행복을 물어다 준다고 합니다 (폴란드 그릇/31쪽)


+


《알바니아 의자》(정정화, 걷는사람, 2022)


식탁 아래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넓어졌다

→ 밥자리 밑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늘어난다

11쪽


종 모양의 단추를 찾았습니다

→ 방울꼴 단추를 찾았습니다

16쪽


어둠을 이끌고 가고 있다

→ 어둠을 이끌어 간다

→ 어둠을 이끈다

19쪽


잔디밭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이해해

→ 잔디밭 물뿜개에서 나오는 물을 알아

20쪽


퉁퉁 부은 심장은 불규칙적이고 테이블보를 깔면

→ 퉁퉁 부은 가슴은 들쑥날쑥이고 자리천을 깔면

21쪽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를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 이야기를 하려 했다

26쪽


벤치 위에 해변과 파도를 올려놓고

→ 걸상에 바닷가와 물결을 올려놓고

50쪽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여행자가 된 것 같아

→ 소릿줄을 꽂으면 나그네가 된 듯해

66쪽


수평을 맞추지 못하지

→ 똑바로 맞추지 못하지

→ 나란히 맞추지 못하지

10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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