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는 물소리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9
신현배 지음, 최정인 그림 / 도토리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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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30.

노래책시렁 413


《일어서는 물소리》

 신현배 글

 최정인 그림

 도토리숲

 2020.11.5.



  오래오래 깃들 살림집이라면 서둘러 짓지 않습니다. 느긋느긋 추스르고, 온집안이 함께 일하면서 가꿉니다. 두고두고 누리는 살림집에는 나무하고 새가 곁에 있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고, 개구리가 겨울잠을 이루고, 나비가 내려앉을 적에 비로소 살림집이라는 이름이 어울립니다. 《일어서는 물소리》는 ‘일어서다’나 ‘물소리’를 이름으로 내걸지만, 막상 어떤 삶이 일어서거나 어떤 숲이 물소리로 흐르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나이든 분들이 아이를 귀엽게 쳐다보는 ‘재롱’이라는 굴레인 ‘동심천사주의’가 가득할 뿐이라고 느낍니다. 글쓴이는 마흔 해라는 나날을 ‘동시인’으로 보냈다고 밝히는데, 어린이 곁에 서는 글이 아닌 어린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경글이라고 느껴요. ‘친척 촌수’를 따지고 ‘이어달리기 선수 바통’ 같은 뻔한 ‘새마을운동’스러운 줄거리로는 아이들한테 꿈도 사랑도 속삭이기는 어렵다고 느낍니다. 어린이를 어린이로 마주하려는 눈길이라면, 어린이를 구경거리가 아닌 동무와 이웃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 어진 이슬받이라는 살림을 글에 담게 마련입니다. 집살림을 짓는 손길일 때라야 노래가 노래답습니다. 집살림하고 먼 손놀림이라면 글쎄, 뭐가 될까요?


ㅅㄴㄹ


눈송이 불러 앉히던 / 쓸쓸한 빈 가지에 // 나그네새 한나절 / 시끌시끌히 울더니 (흰 목련나무에게/14쪽)


이어달리기 선수들이 / 바통을 넘겨받듯 // 진달래와 철쭉이 / 꽃빛 웃음 주고받자 // 배시시 웃는 먼산에 / 덧니 같은 절간 한 채. (먼산 1/16쪽)


늙은 티를 낸다고 / 네 이름이 느티나무니? // “할배!”라고 부르면 / “오냐!” 대답할 거니? // 턱없이 촌수만 높은 / 우리 친척 아이처럼 (느티나무에게/27쪽)


우리 동네 교회 종탑에 / 둥지 튼 까치 한 마리 // 땅의 소식 전하는 / 심부름꾼 되었나 봐. // 울리는 종소리 따라 / 하늘 우러러 깍깍깍! (까치 /48쪽)


조끼 옷을 맞춰 입고 / 주인 품에 안겼어도 // 덜덜덜 떠는 애완견 / 산책길이 안쓰럽다. / 동장군 첫나들이에 / 재롱마저 얼어붙었다. (재롱마저/59쪽)


+


《일어서는 물소리》(신현배, 도토리숲, 2020)


동시인으로 살아온 지 어언 41년째입니다

→ 노래지기로 살아온 지 벌써 41해째입니다

4쪽


시조의 백미(白味), 시조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단시조

→ 빛나는 가락글, 노래꽃이라 일컫는 토막노래

→ 눈부신 글자락, 노래꽃이라 일컫는 도막글

4쪽


갓난쟁이 노란 꽃들

→ 갓난쟁이 노란 꽃

13쪽


이어달리기 선수들이 바통을 넘겨받듯

→ 이어달리기꾼이 막대를 넘겨받듯

→ 이어달리는 사람이 개비를 넘겨받듯

16쪽


투명한 마음의 창이 흐리다 못해 붉어졌다

→ 맑은 마음길이 흐리다 못해 붉다

→ 맑은 마음닫이가 흐리다 못해 붉다

18쪽


귀한 손님 오시는지

→ 고이 손님 오시는지

→ 곱게 손님 오시는지

→ 반가운 손 오시는지

21쪽


카펫을 까는 은행나무

→ 자리를 까는 부채나무

→ 멍석을 까는 부채나무

21쪽


“할배!”라고 부르면 “오냐!” 대답할 거니?

→ “할배!” 부르면 “오냐!” 대꾸하니?

→ “할배!”라 부르면 “오냐!”라 말하니?

27쪽


턱없이 촌수만 높은 우리 친척 아이처럼

→ 턱없이 길만 높은 우리 피붙이처럼

→ 턱없이 사이만 높은 우리 살붙이처럼

27쪽


날마다 몸단장하는지 미끈하게 잘생겼다

→ 날마다 꾸미는지 미끈하다

→ 날마다 몸치레하는지 잘생겼다

29쪽


나를 깨우는 향기로운 알람이에요

→ 나를 향긋하게 깨워요

37쪽


동장군 첫나들이에 재롱마저 얼어붙었다

→ 강추위 첫나들이에 귀염마저 얼어붙었다

→ 눈보라 첫나들이에 깜찍마저 얼어붙었다

59쪽


저녁놀 가마에 구운 최고 명품 도자기네

→ 저녁놀 가마에 구운 으뜸 질그릇이네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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