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집 분도그림우화 10
레오 리오니 지음, 김영무 옮김 / 분도출판사 / 1979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3.5.17.

그림책시렁 1232


《세상에서 제일 큰 집》

 레오 리오니

 김영무 옮김

 분도출판사

 1979.



  우리 집은 얼마나 커야 즐거울까 하고 이따금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가 안 쓰는 쇳덩이가 일으키는 소리가 안 들릴 만해야지 싶습니다. 흙수레(농기계)라든지 쇳덩이(자동차)가 내는 소리가 하나도 없을 만큼 넉넉하기를 바랍니다. 즈믄 가지 나무랑 풀꽃이 어우러지고, 즈믄 가지 벌나비랑 풀벌레가 얼크러지며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쏟아지는 별빛을 날마다 누리고, 온갖 새가 내려앉아 갖은 노래를 들려줄 만한 너비이면 사랑스럽겠다고 여겨요. 《세상에서 제일 큰 집》은 ‘집’하고 ‘짐’ 사이에 무엇을 고르겠느냐고 묻는 어버이 말에, 아이가 제 나름대로 길을 찾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짓는 집”을 누릴 수 있고, “짐더미 집”에 갇힐 수 있습니다. 말끝 하나로 다르되, 밑자락은 같습니다. ‘비울’ 줄 알아야 채울 수 있을 텐데, ‘비다’라는 낱말이 밑자락이면서 ‘빚’하고 ‘빛’으로 가지를 뻗어요. 마치 ‘너·나’가 말끝 하나로 갈리듯, ‘빚·빛’도 ‘짐·집’도 ‘지다·짓다’도 말끝 하나에서 갈립니다. 그러나 이쪽이기에 좋지 않고, 저쪽이라서 나쁘지 않아요. 좋고 나쁨으로 가를 까닭은 없습니다. 달팽씨는 크게 짊어지면서도 삶을 누릴 만하고, 조촐히 품으면서도 삶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TheBiggestHouseintheWorld #Leo Lionni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벚꽃이 피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7
도고 나리사 지음, 황진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5.13.

그림책시렁 1226


《벚꽃이 피면》

 도고 나리사

 황진희 옮김

 길벗어린이

 2021.4.20.



  우리말로 “눈이 사부작사부작 내린다”고 할 적에, 영어나 일본말로 어떻게 옮길 만할까요? “능금을 사각사각 씹어서 먹는다”나 “갈잎이 진 길을 사박사박 밟으며 걷는다”는 영어나 일본말로 어떻게 옮겨야 어울릴까요? 《벚꽃이 피면》을 읽으면서 좀 따분했습니다. 그저 도쿄(서울) 한복판에서 피고 지는 커다란 벚나무 한 그루를 둘러싸고서 ‘서울내기(도시인)가 쳇바퀴로 돌고도는 따분한 하루’를 살짝 꽃빛으로 입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일본사람이 쓰고 그린 책이기에 더 찾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일본판은 “さくらがさくと”로 나왔더군요. 아, 그렇구나! ‘さくら’가 ‘さくと’로구나! ‘さくと’를 ‘피면’으로 바꾸니, 처음부터 아예 다른 쪽으로 바라볼밖에 없습니다. 책이름 하나가 얼마나 대수로운데, ‘さくと’를 우리말로 안 옮기고 섣불리 ‘피면’으로 바꾸었을까요? “벚나무가 바작바작”이든 “벚꽃이 바스락”이든, 꽃송이와 꽃잎과 나뭇잎과 바람과 흙내음과 바람결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맞아들이는 동안, 제아무리 도쿄(서울) 한복판이라 하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마음을 바꾸어 숲빛으로 물들일 수 있다는 숨결을 펼 텐데요. 풀꽃나무를 노래하려면 서울 아닌 시골에서 바라볼 일입니다.

 

ㅅㄴㄹ


#NarisaTogo #さくらがさくと #東郷なりさ

#WhentheSakuraBloom


https://www.instagram.com/narisa.togo

https://www.fukuinkan.co.jp/book/?id=6556#modal-conten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그리고 ‘Narisa Togo’는
‘토고 나리사’로 옮겨야 맞을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해 친구야 온세상 그림책
존 그래험 글, 토미 드 파올라 그림, 고수미 옮김 / 미세기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3.5.13.

그림책시렁 1231


《사랑해 친구야》

 존 그래험 글

 토미 드 파올라 그림

 고수미 옮김

 미세기

 2009.1.15.



  모내기철을 앞둔 시골은 흙수레(농기계)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삽차가 삽질을 할 적에도 시끄럽고, 쇳덩이(자동차)가 달릴 적에도 시끄럽고, 흙수레도 시끄럽습니다. 털털이(경운기)도 시끄럽습니다. 기름을 먹이며 달리거나 움직이는 모든 쇠붙이는 시끄럽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은 조용합니다. 다만, 사람손이라 하더라도 살림길이 아닌 죽임짓을 일삼는다면 싸늘하지요. 쇳소리로 시끄러운 낮이 저물고 별이 돋을 즈음에 이르니 비로소 호젓한 시골입니다. 낮에는 숨죽이던 멧새하고 개구리가 나란히 노래합니다. 온갖 멧새가 노래하는 사이에 ‘호로로롱 호로로롱’ 소리가 유난합니다. 어느 새일까 가늠해 보다가 ‘호로롱이’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해 친구야》는 “I Love You Mouse”를 옮겼습니다. 글님·그림님은 틀림없이 “사랑해 쥐야” 같은 이름을 붙였으나, 한글판은 뜬금없이 “친구야”로 바꿉니다. 왜 멀쩡한 이름을 바꿀까요?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나서 영어 이름을 알려주니 두 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한마디 거듭니다. ‘동무’란 동글동글 돌볼 줄 아는 사이예요. 온누리에는 고양이도 쥐도 박새도 쥐며느리도 소똥구리도 어우러져 살아가는 뜻이 다 있습니다.


ㅅㄴㄹ


#JohnGraham #TomieDePaola #ILoveYouMous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상 왈츠 - 2023 북스타트 선정도서 The Collection
박은정 지음 / 보림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5.3.

그림책시렁 1227


《책상 왈츠》

 박은정

 보림

 2022.6.1.



  아이들은 ‘춤’을 즐깁니다. 아이들은 ‘댄스’도 ‘왈츠’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둥글게 모여 ‘둥글춤’을 즐겨요. 강강술래도 하고 왁자지껄합니다. 《책상 왈츠》를 가만히 읽다가 덮습니다. 여러 글살림(문방구)이 책상에서 춤추며 논다는 얼거리를 담아내는구나 싶으면서 그리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뭔가 ‘붓결(그림 기법)’을 선보이려는 마음을 읽을 수는 있되, “그래서, 뭘?” 하는 마음이 드는군요. 붓이며 지우개이며 종이가 책상맡을 떠나서 마을이나 들숲이나 바다나 하늘이나 먼먼 별누리로 마실을 다녀온다든지, 글살림 여럿이 뜻과 힘과 슬기를 모아서 ‘아이들이 고달파 하는 배움수렁(입시지옥)을 끝장낸다’든지 하는, 그야말로 꿈꾸는 줄거리나 이야기를 담아내었으면 볼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글살림을 겹쳐 보이는 얼거리는 한낱 ‘붓장난’에 그친다고 느껴요. 뻔한 붓질로 아이들한태 생각날개(상상력)를 키워 준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날개는 책상머리에 갇힐 수 없습니다. 날개는 하늘을 훨훨 날아요. 날개를 달고 땅밑으로 깊디깊이 나들이를 다녀옵니다. 날갯짓으로 가없는 별누리를 훅 가로지릅니다. 아이 곁에서 아이 마음으로 바라보면 어디에나 이야깃감이 흘러넘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계인 친구 도감 스콜라 창작 그림책 26
노부미 지음, 황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3.5.3.

그림책시렁 1230


《외계인 친구 도감》

 노부미

 황진희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10.20.



  우리말도 이웃말도 언제나 말끝 하나에 따라 말뜻이며 말빛이 확 바뀝니다. 어느 말이든 스스럼없이 쓰면 되고 알맞게 가누면 될 일이지만, 아무 말이나 쓸 일은 아니에요. ‘어느·아무’는 그야말로 한 끗입니다. 한글판 《외계인 친구 도감》인데, 읽는 내내 어쩐지 책이름하고 줄거리가 안 맞는구나 싶었어요. 일본책은 어떤 이름으로 나왔는지 찾아보니 《さらう宇宙人圖鑑》입니다. ‘さらう’라는 일본말은 ‘채다·날치기·휩쓸다’를 가리키고, 한자말로는 ‘납치’입니다. 그러니까 노부미 님 이 그림책은 “잡아가는 우주인 도감” 또는 “납치하는 우주인 도감”이에요. 푸른별 아이를 ‘잡아가는(납치)’ 이웃별 사람들이 잔뜩 나오는 터라, 이 책이름을 함부로 ‘외계인 친구’르 고치면, 줄거리가 어긋나지요. 더구나 일본 그림책에 나온 이야기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동무’라면 ‘동글동글한’ 사이요, ‘돌아보는’ 둘입니다. 이웃별로 찾아올 적에 아직 ‘동무’로 사귀는 길을 모르는 이웃님(우주인)한테 ‘잡아가려 하지 말고 동무로 지내자’는 뜻을 푸른별 아이가 들려주려는 얼거리를 한글판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밝혀야 할 노릇입니다. 슬그머니 책이름이나 속살을 바꾸지 않기를 바랍니다. 얼른 바로잡기를 빕니다.


ㅅㄴㄹ


#のぶみ #さらう宇宙人図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