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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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4.7.

책으로 삶읽기 814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비채

 2006.3.8.첫/2013.12.26.120벌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정호승, 비채, 2006)를 누가 읽어 보라고 건네었다. 그분은 읽고서 좋았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도 ‘좋은 기운’을 나누어 주고 싶었나 보다. 그 뜻은 고맙다. 책을 쓴 놈이 얄궂을 뿐이지, 책이 얄궂을 수 있는가? 겉발림말이 가득한 책을 받고서 한 해 남짓 바깥마루에 내놓고 안 쳐다보았다. 숲에서 온 나무로 여민 종이꾸러미가 나쁠 까닭은 없으나, 2006년에 처음 나와서 2013년에 벌써 120벌을 찍었다는 책은 영 손조차 대기 싫었다. 시골에서 사는 살림이니 불쏘시개로 삼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하나쯤 남겨 놓자고 여기며 들추어 보았다.

21쪽, 온누리 모두 ‘빛의 고통’이 없으면 제빛을 못 낸다고 하는데, ‘빛’은 아픔이 아니다. 빛은 기쁨이자 죽음으로 가는 새길이다. 빛에는 환하게 날아오르는 길만 있다. 밤이라는 어둠이 ‘아픈 녹임’인데, 아픔은 안 나쁘다. 아픈 데를 알아보고서 끙끙 앓으면서 나아가는 길이 ‘아픈 녹임’인 밤빛이다. 우리는 저마다 살아갈 뿐이지, ‘괴롭지 않으면 사람으로서 살 수 없다’고 하는 말은 무슨 터무니없는 뜬구름잡는 소리인가?


202쪽, 목댕기를 한 차림새가 왜 무더위에 안 시달리는 옷인가? 그대는 참말 모르는구나? 인천·서울이나 수원·서울이나 의정부·서울을 날마다 새벽이랑 밤에 납작쿵이 되어 오가는 숱한 사람들 가운데 목댕기를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모르는구나? 이런 철딱서니없는 글이 무슨 글이라고?


287쪽, 어떻게 틈(기회)이 두려움 사이에 있는가? 말도 안 된다. ‘두려움’이란 모든 틈(기회)을 막아버린다. 두렵다는 씨앗을 마음에 심기에 누구나 글러먹고 틀러먹는다. 어처구니없다.


315쪽, 글쓴이 속마음을 드러낸 몇 안 되는 대목이다. 그러게, 그대는 글을 쓰지 말고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면 되었겠지. 왜 글을 쓰면서 글판을 겉발림글로 어지럽히는가? 아직 늦지 않았으나 얼른 ‘조선일보사 월간조선부 차장 기자’로 일했던 이름을 내밀고서 문화부장관 자리로 옮겨가시기를 빈다.


390쪽, 하느님은 아무 꽃을 안 꺾는다. 하느님이 왜 꽃을 꺾는가? 하느님은 모든 꽃이 저마다 다 다른 철에 저마다 다 다르게 피어나는 숨결과 빛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사랑한다. 무슨 소리인가? 오래도록 꽃송이를 벌리든 꽃가루받이를 마치자마자 꽃송이를 접든, 꽃마다 다 다를 뿐이다.


ㅅㄴㄹ


이 세상 모든 만물이 빛의 고통이 없으면 제 색깔을 낼 수 없듯이, 이 세상을 사는 우리도 고통이 없으면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21쪽)


한여름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은 그렇게 다녀도 무더위에 시달리지 않을 만한 조건이 마련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한다든가, 냉방시설이 잘돼 있는 사무실에서 일한다거나 하는 등의 조건 말입니다. (202쪽)


기회는 두려움 속에 숨어 있습니다. 기회는 언제나 두려움과 망설임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옵니다. 가장 큰 실패는 어쩌면 시도해 볼 용기조차 지니지 못했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287쪽)


다른 사람이 운전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또 부럽고, 아내와 한바탕 부부싸움을 하다가 ‘지금 내 나이의 다른 많은 이들은 국사를 논하고 있는데, 나는 집에서 이게 뭐냐’ 하는 생각을 하면 그만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칫 우울해지는 날이 많습니다. (315쪽)


신은 가장 아름다운 꽃을 가장 먼저 꺾습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너무 빨리 꺾여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너무 오래 매달려 있어도 안 됩니다. (3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ttps://blog.aladin.co.kr/hbooks/14488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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