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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탈출 ㅣ 출구 2
맹장미 지음 / 봄알람 / 2021년 3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1.5.17.
인문책시렁 180
《결혼 탈출》
맹장미
봄알람
2021.3.29.
《결혼 탈출》(맹장미, 봄알람, 2021)은 뜻있게 나온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보스러운 짝을 만나서 스스로 바보스럽게 살다가 드디어 굴레를 스스로 떨쳐낸 이야기를 다루니 뜻있어요. 이 책에서는 몇 가지를 짚습니다. 첫째, 글님 스스로 바쁘다는 핑계로 짝꿍하고 ‘술만 마셨을’ 뿐 ‘마음을 털어놓고 생각을 나누는 말’은 거의 안 한 채 함께살기로 했습니다. 이 대목을 매우 가볍게 지나치면서 글님 짝꿍이 노닥술집(유흥주점)에 사로잡힌다고 나무라는데, 글님 짝꿍이던 분은 이분대로 ‘짝을 이루며 살아갈 사람하고 생각을 나눌 말을 안 하거나 못한’ 대목에서 잘못했고, 이는 글님도 매한가지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달아났어요. 두 사람은 서로 ‘느긋이 어울리며 술을 마실 사람’한테 찾아갔습니다.
짝을 짓는대서 꼭 아이를 낳아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짝을 지을 적에는 ‘왜 짝을 지어서 미우나 고우나 함께살려고 하는 뜻’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오래오래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이야기가 없이 짝을 지으면 《결혼 탈출》에 나오듯 서로 골이 깊이 갈리면서 다투다가 생채기를 끌어안고서 헤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나 이 삶터를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아무리 서슬퍼런 총칼나라에서 살아가더라도 바보스럽게 서슬퍼런 총칼나라를 바꾸는 힘은 ‘개미처럼 작은 우리 스스로’이거든요. 들꽃 한 송이가 총칼나라를 바꿉니다. 너울이 쳐야 바뀌지 않아요. 개미 같고 들꽃 같은 우리 스스로 달라질 적에 총칼나라를 바꿔요.
자, 나라꼴을 봐요. 돌림앓이가 아무리 번져도 노닥술집을 안 없앱니다. 벼슬아치(공무원)뿐 아니라 여느사람도 노닥술집을 흔히 들락거려요. 스스로 따라서 알맞게 마시는 술이 아닌, 누가 돈을 대어 노닥이는 술집에 가서 가시내를 껴안거나(사내), 사내를 껴안는(가시내) 일이 흔해요. 스스로 삶을 사랑하지 않기에 노닥거립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한다면 놀이를 해요.
마음을 틔우고서 서로 살림을 새롭게 지으면서 노래할 길을 이야기한다면 우리 삶자리부터 바뀝니다. 따지고 보면, 나라에서는 노닥술집을 없앨 줄 알아야 하는데, 이보다 ‘우리 스스로 노닥술집을 안 쳐다보는,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를 바라보는’ 눈빛일 노릇입니다.
우리는 아이를 낳아도 좋고 안 낳아도 좋습니다. 다만, 어느 길을 가든 우리 곁에는 늘 아이가 있어요. 스스로 낳은 아이가 아니어도 이웃이며 둘레이며 마을에는 늘 아이가 뛰놀아요. 이 아이들한테 ‘어른으로서 삶과 사랑과 살림과 숲과 사람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이야기하는 상냥하고 어진 눈빛’이 되려는가를 먼저 찬찬히 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벗어난다(탈출)’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벗어날 줄 알아야 하면서 온누리 아이들한테 ‘사랑씨앗’이 될 길을 더 생각하고 살피고 헤아려서 심을 적에 비로소 어른인 우리 나름대로 다 다르게 즐겁고 아름다운 하루가 되리라 봅니다.
ㅅㄴㄹ
나와 그가 같은 것을 바라고 문제를 나눌 수 있다면, 전통이며 관습들을 무조건 따르는 대신 우리의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내 안에는 있었다. (37쪽)
남편이 바깥에서 고생하는데 놀기나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런 소리가 놀랍도록 흔했다. 아, 저도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남편도 지금 술 마시고 있는데 말이죠? 제가 술 잘 마시는 게 내 모부의 자랑이었는데 말이죠? (59쪽)
무엇보다 J와 하지 못한 대화는 다른 친구들과 나누어도 충분했다. 하나의 주제로 폭넓고 깊은 대화를 나누던 나의 여자친구들이 그리웠다. (91쪽)
내가 아는 나라면,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과 단 1초도 더 머물 수 없어야 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살을 위해 저벅저벅 나아가야 한다. (107쪽)
내가 이혼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나도 아무렇지 않게 “결혼하셨어요?” 묻고 다녔을까를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