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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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7.26.

책으로 삶읽기 838


《고르고 고른 말》

 홍인혜

 창비

 2021.11.24. 



《고르고 고른 말》(홍인혜, 창비, 2021)을 읽었다. 고르고 골라서 쓴 글을 엮었으리라. 그런데 ‘무엇’을 ‘왜’ 골랐을까? ‘어디’에서 ‘누구’로서 살아가는 ‘어떤’ 마음을 골랐을까? 고르는 길이란 하나도 안 나쁘다만, 고르기만 할 적에는 언제나 곪는다. 우리는 삶을 지어서 살림을 사랑하려고 푸른별에 태어난다. 골라내기만 하거나, 가려내기만 하거나, 가르기만 하는 길이라면, 어느새 스스로 굴레에 갇힌다. 마음이 왜 안 보일까? 마음을 안 보려 하니까 마음이 안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을 볼까? 얼굴이나 몸매나 옷차림을 안 쳐다보고서 가만히 눈을 감기에, 오히려 마음눈을 밝게 뜨면서 오롯이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 ‘클래식한 면’이 있다는 ‘문학계 공모전’이란 무엇일까? 일본스런 한자말에 영어를 뒤섞은 글쓰기가 ‘고르고 고른 말’인 셈일까? 그래도 끝까지 다 읽고서 내려놓았다. 부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서거나 살거나 있고 싶다면, ‘고르기(취사선택 + 소비지향 + 물질문명)’를 가만히 내려놓고서 ‘짓기(사람 + 사랑 + 숲 + 살림)’이라는 오늘을 바라보는 길을 두 다리로 천천히 거닐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ㅅㄴㄹ


우리는 불투명 인간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영혼이 담긴 두툼한 가죽 부대 같다. 마음은 단단한 외피 속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4쪽)


문학계 공모전은 클래식한 면이 있어서 출력한 원고를 우체국에서 부쳐야 한다. 나는 동네 출력소에서 투고작을 뽑았다. (16쪽)


프로야구를 즐겨 본다. 특정 구단에 집념에 가까운 애정을 쏟고 있다. 스포츠 팬이 된다는 것은 묘한 경험이다. 그날 나의 바이오리듬이나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오직 게임 승패에 따라 기분이 천상계로 승천하기도 하고, 마계로 추락하기도 한다. (19쪽)


+


사람은 저마다의 영혼이 담긴 두툼한 가죽 부대 같다

→ 사람은 다 다른 넋이 담긴 두툼한 가죽 자루 같다

4쪽


단단한 외피 속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어

→ 단단한 껍질 깊숙한 곳에 웅크려

4쪽


문학계 공모전은 클래식한 면이 있어서

→ 글꽃마당은 예스러워서

→ 글잔치는 옛날스러워서

16쪽


게임 승패에 따라 기분이 천상계로 승천하기도 하고, 마계로 추락하기도 한다

→ 이기고 지면 하늘로 오르기도 하고, 수렁으로 고꾸라지기도 한다

→ 이기거나 지면서 하늘로 춤추도 하고, 불굿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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