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속 건축 도시 속 건축 시리즈
이승헌 지음 / 안그라픽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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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7.5.

책으로 삶읽기 830


《부산 속 건축》

 이승헌

 안그라픽스

 2016.9.5.



《부산 속 건축》(이승헌, 안그라픽스, 2016)을 읽었다. 그런데 “부산 속 건축”은 말이 안 된다. “부산 건축”이라고만 하든지 “부산집”이나 “부산사람 집살림”이나 “부산에서 집”이나 “부산 살림집”이라 해야 올바르다. 우리말은 영어가 아니라서 아무 데나 ‘in’을 넣듯 ‘속·안’ 같은 낱말을 안 넣는다. 책이름부터 ‘무늬만 한글’이다. 겉멋을 부리려고 하기에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쓰게 마련이다. 속을 보거나 살림살이를 품으려 하면 ‘멋 아닌 살림’을 보고 품고 사랑하려 하겠지. 글쓴이는 대학교수로 일하면서 ‘겉을 꾸민’ 곳만 ‘디자인’이라고 가르치는 듯싶다. 이 책을 읽어 보니 그렇다. 그러나 보금자리를 일구는 모든 손길은 언제나 ‘가꿈(디자인)’이다. 부산에 있는 ‘골목마을’을 놓고서 “낡아 허름하고 불편한 달동네”라든지 “색이 바라고 낡아 남루해”처럼 말하는 이가 부산을 사랑한다고 할 수 없다. ‘디자이너·건축가’가 목돈을 받고서 새로 올린 집만 ‘건축 디자인’이라고 여긴다면, 이리하여 “칙칙함을 벽화가 감춰 주고 생기가 돌게” 바꾸었다고 읊는 대목을 보면, 이 책은 그저 허접할 뿐이다. 스스로 골목마을에서 안 살기에 이런 허접글을 쓰고야 만다. ‘대학교수’를 하기 앞서 ‘마을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


ㅅㄴㄹ


몸을 기댈 수 있는 땅 한 뙈기 확보하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잇고 이어서 허름한 판잣집을 지어 살았다. 겨우겨우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지붕을 뜯어 고치고, 금 간 흙벽을 벽돌로 바꾸어가며 지금껏 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낡아 허름하고 불편한 달동네에 최근 외지인의 발길이 잦다. 한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 삶의 온갖 체취가 퀴퀴하게 묻어나는 동네를 사람들은 왜 찾는 걸까. (86쪽)


한때 상권을 형성하던 식육점과 양복점, 이용원, 미용실, 세탁소, 의상실, 약국 등은 색이 바라고 낡아 남루해 보인다. 적어도 40∼50년은 더 되었을 법한 세월의 흔적은 시간이 동결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 곳곳의 폐가와 공가는 을씨년스럽기도 하지만 칙칙함을 감추려 새로이 바른 페인트와 벽화 때문에 마을에 다시 생기가 돈다. (123쪽)


+


부산이라는 도시는 다양한 무늬로 직조되어 있다

→ 부산이라는 고장은 여러 무늬로 짰다

→ 부산이라는 마을은 온갖 무늬로 땋았다

→ 부산이라는 데는 온갖 무늬로 엮었다

17쪽


마천루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 높은집과 일집이 가득한

→ 솟은집과 일집이 넘치는

→ 뾰족집과 일집이 늘어선

18쪽


서울 조정에 소식을 알리는 당시 최고의 통신수단이었다

→ 서울로 새뜸을 알리는 첫손꼽는 이음길이었다

→ 서울 임금한테 얘기를 알리는 훌륭한 다리였다

31쪽


풀빌라 성격의 노천 풀장까지 갖추고 있어 부티크 호텔의 면모를 갖췄다

→ 트인헤엄터까지 갖춘 길손채여서 멋스럽다

→ 트인물놀이터를 갖춘 멋스러운 손님채이다

35쪽


삶의 온갖 체취가 퀴퀴하게 묻어나는 동네를 사람들은 왜 찾는 걸까

→ 사람들은 온갖 삶내음이 퀴퀴하게 묻어나는 마을을 왜 찾을까

→ 사람들은 온갖 삶빛이 퀴퀴하게 묻어나는 마을을 왜 찾을까

86쪽


곳곳의 폐가와 공가는 을씨년스럽기도 하지만

→ 곳곳 낡은집과 빈집은 썰렁하기도 하지만

→ 곳곳에 비고 낡은 집은 서늘하기도 하지만

123쪽


칙칙함을 감추려 새로이 바른 페인트와 벽화 때문에

→ 칙칙해서 감추려 새로이 바른 물감과 담그림 때문에

1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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