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두 낱말 (2025.9.19.)
― 부산 〈책과 아이들〉
모든 낱말을 훌륭히 다룰 줄 알면 훌륭할 텐데, 처음에는 낱말 한 마디를 가만히 품을 줄 알면 넉넉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으레 ‘엄마’나 ‘맘마’라는 낱말부터 터뜨리고, 아주 가끔 ‘아빠’라는 낱말부터 터뜨립니다. 이 세 낱말을 속으로 품는 터라 알뜰살뜰 즐겁게 자라나는 길을 스스로 열어요.
하루하루 크는 아이는 어버이나 어른 곁에서 새롭게 두 낱말을 날마다 마주합니다. 하나는 ‘사람’이요, 둘은 ‘사랑’입니다. 꼭 하나 같은 두 낱말인데, 참으로 두 낱말은 하나라 여길 만하기에 오히려 둘입니다. 엄마아빠마냥, 순이돌이마냥, 너나마냥, ‘사람·사랑’은 “다르기에 하나인 둘”을 나타냅니다.
엄마와 순이와 너는 사람입니다. 아빠와 돌이와 나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사람·사랑’을 속으로 고르게 품어요. 겉으로는 엄마(순이)나 아빠(돌이)라는 몸으로 보이되, 속으로는 “사람사랑인 숨빛”이거나 “사랑사람인 숨결”입니다. 우리는 둘이면서 하나인 ‘사람·사랑’을 늘 새롭게 알아가고 알아보는 길을 살아가는 하루를 누린다고 할 만합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저녁에 ‘내가 쓰는 내 사전’ 모임을 꾸리면서 ‘둘’과 ‘하나’라는 수수께끼를 새삼스레 다룹니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니 둘인데, 둘을 이루니 ‘두레’이면서 ‘둘러보다·돌아보다(돌보다)’일 뿐 아니라, ‘동그라미·동아리·동무’예요. 둘이 동무이니 돕고 ‘도르리·도리기’를 합니다.
풀벌레노래가 그윽한 밤에 거제동에서 송정 쪽으로 옮깁니다. 이튿날 펼 이야기꽃을 헤아려 기장하고 가까운 길손집에서 묵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송정에서 묵는 길손집 둘레는 허벌나게 시끄럽군요. 처음 느끼고 깜짝 놀랍니다. 숱한 젊은이가 밤 12:00부터 새벽 06:12에 이르도록 조금도 안 쉬면서 내도록 술노래에 술짓에 술바람으로 온마을이 들썩들썩해요. 밤새 술놀이는 즐겨도 1분쯤 책을 펼 틈은 없는 듯합니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우리는 참 다르구나 싶어요.
저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글종이부터 곁에 폅니다. 집에서 곁님과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든, 밖에서 이야기꽃(강의)을 펴든, 버스나 전철을 타든, 책짐을 이고 지며 걷든, 늘 한 손에는 종이나 책을 쥐고, 다른 손에는 붓을 쥡니다. 마치 책깨비를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한 길입니다.
그러나 늘 글과 책만 읽지는 않습니다. 바람과 구름을 나란히 읽습니다. 해와 비와 눈을 같이 읽습니다. 풀잎과 나뭇잎과 벌레와 나비를 함께 읽습니다. 땅바닥과 별을 고루 읽고, 나부터 어떤 숨빛인지 읽으며 네 숨결을 바라봅니다.
ㅍㄹㄴ
《안녕, 엄지발가락》(유진, 브로콜리숲, 2025.7.9.)
《제1차세계대전》(마이클 하웓/최파일 옮김, 교유서가, 2015.10.26.첫/2020.4.3.4벌)
《제2차세계대전》(게르하르트 L.와인버그/박수민 옮김, 교유서가, 2018.3.22.첫/2019.11.15.3벌)
《내가 믿는 세상》(E.F.슈마허/이승무 옮김, 문예출판사, 2003.2.15.)
《톨킨 전기》(험프리 카펜터/이승은 옮김, 해나무, 2004.1.9.)
#JRRTolkien #JRRTolkienABiography #HumphreyCarpenter (1987년)
《허구의 삶》(이금이, 문학동네, 2019.10.29.첫/2019.12.19.2벌)
《구달》(최영희, 문학동네, 2017.9.18.첫/2019.3.5.4벌)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투시타 라나싱헤 글·로샨 마르티스 그림/류장현·조창주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3.10.3.)
#ThusithaRanasinghe
《수다쟁이숲에 놀러 와!》(신주선 글·이경석 그림, 낮은산, 2015.6.15.첫/2016.5.10.2벌)
《옥수수가 익어 가요》(도로시 로즈 글·장 샤를로 그림/우석균 옮김, 열린어린이, 2007.10.20.첫/2008.10.15.2벌)
#TheCornGrowsRipe #DorothyRhoads #JeanCharlot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