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도감 - 나를 알고 너를 알게 되는 생활 심리
포포 포로덕션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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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의 심리라고 심리학은 늘 나의 관심 분야 중 하나인데 사실 제대로 체계적인

공부를 해본 적은 없고 그때 그때 눈길이 가는 책을 보는 정도인데 왠지 이 책을 보면 그나마 심리학의

기본 개념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었다. 남아메리카 연안에 사는 코펜이란 아기

훔볼트 펭귄이 일본에 사는 심리학에 정통한 판다 선생님에게 심리학을 배운다는 설정으로 나름

깜찍한(?) 캐릭터들을 내세워 어려울 수도 있는 심리학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다. 

 

초두효과, 인정욕구, 개인공간의 세 가지 대표적인 심리효과를 간략하게 설명한 후 심리학의 종류를

크게 기초심리학과 응용심리학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사회심리학, 성격심리학, 

인지심리학, 연애심리학, 경제심리학(행동경제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그 밖에 색채심리학에서

발달심리학까지 다양한 심리효과와 심리학을 연구한 대표적인 사람들로 마무리를 한다. 역시나 심리학의

광활함을 다시 한 번 실감했는데 이 책에선 난해할 수도 있는 심리학의 여러 개념들을 귀여운 캐릭터들을

동원하여 수월하게 보여준다. 각 심리학 개념들과 관련된 실험 등을 소개하고 해당 개념을 심리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및 다른 관련 효과까지 연결시켜 입체적으로 심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와줄 사람이 많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링겔만 효과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도 나왔던 라타네와 달리의 실험과도 직접 관련되었는데 심폐소생술에서도 119에 신고하는

걸 꼭 주변의 특정 사람에게 부탁하라고 한 것도 바로 링겔만 효과 때문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호손효과'나 반발심의 발로라 할 수 있는 '부메랑 효과', 친밀감과 공감을 얻기

위해 식사가 효과적이라는 '런천 테크닉' 등 이미 익숙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심리적

개념인지는 몰랐던 사실들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심리학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개념과 이론들을 소개하다 보니 좀 정신이 없을 지경이긴 했지만 코믹한 만화처럼 짤막하지만

그림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설명해주고 있어 부담없이 즐기면서 심리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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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센스 -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성환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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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대화를 하거나 발표를 해야 하면 상당히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TV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 정도는 아니어도 주변에서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면서 저

사람들은 말재주를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어디 스피치 학원이라도 가서 배운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딱 내게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말재주는 몰라도 말센스라고 해서

과연 무슨 의미일까 싶었는데 저자는 말센스를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말센스가 말재주를 이기며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말재주의 향상이 아니라

말센스의 향상이라며 16가지의 말센스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16가지의 말센스는 사실 대화를 주도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며 공감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 얘기를 듣는 것보다는

자기 얘기를 하기 급급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의 대화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되기보다는 각자

자기 말만 하는 꼴이 되고 만다.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낸다', '선생님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질문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다', '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척하지 않는다',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는다', '상대가 보내는 신호에 안테나를 세운다', '잡초 밭에 들어가 배회하지

않는다', '머릿속의 생각은 그대로 흘려보낸다', '좋은 말도 되풀이하면 나쁜 말이 된다',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건너뛰지 않는다', '고독의 시간이 공감력을 높여준다', '말은 문자보다 진정성이 강하다',

'편리함을 위해 감정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말재주와 말센스는 다르다', '옮음보다는 친절함을

선택한다', '바로잡지 못할 실수는 없다'의 16가지 말센스는 유창한 언변으로 대화를 이끄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상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그래서 나처럼 달변가의 기술을 가르쳐줄 거라 착각(?)한 사람에겐 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대화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만 전달하는 게 아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 기초해 공감을 이뤄내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동안 말을 잘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말재주만 터득하려 했지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진정한 대화를 나누려고 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말센스는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방법들이 아닌가 싶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역시나 자기 중심으로 대화를 끌고

가려고 하기 때문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는데 이 책에서 배운 말재주가 아닌 말센스를 갖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10 말센스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잠시 내려놓은 다음, 상대를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이며, 상대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끌어내는 것이다.

말센스는 경청하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배려함으로써 상대가 하고 싶었던 말, 망설이던 말, 감춰두었던 말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49 질문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질문을 많이 던져 봐야 한다.

질문은 당신의 배려를 나타내고, 상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67 대화는 관계의 기반이며, 관계는 신뢰를 토대로 한다.

126 대화는 계발하기 쉽지 않는 두 가지 기질, 즉 인내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대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생각에만 탐닉하는 대신 다른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인내력과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창의력까지도 키울 수 있다. 대화란 좀 과장하자면 상대방의 뇌를 나의 뇌와 접속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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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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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이라는 제목과 젤리 사진이 들어간 표지를 봤을 때 딱 감이 왔다.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낙지 살인사건과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낙지 살인

사건에 대해 별 관심이 있진 않아서 보도된 막연한 내용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낙지를

젤리로, 피해자와 범인의 성별을 서로 바꾸었을 뿐 기본적인 스토리는 유사한 내용의 얘기를 들려준다.

 

도진기 작가의 책들은 거의 다 봤는데 어둠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나 백수 탐정 진구 시리즈 모두 내가

좋아하는 본격 추리소설 스타일이어서 항상 믿고 보는 작가였다. 그가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어 쓴 첫 번째 작품인 이 책은 예상 외로 판사가 주인공인 법정소설인 데다 실제 사건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와서 과연 어떤 얘기가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연인사이인 남녀가 모델에서 술을 마시다가

남자가 젤리가 목에 걸려 질식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사고라만 여겨졌뎐 사건은 여자가 남자에게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어 수령하면서 살인사건으로 변모한다. 이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 재판장인

현민우 부장판사는 직접증거가 없고 정황증거만 있는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심하다가 

배석판사들과의 합의과정에서 두 배석판사가 무죄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형사소송법상 대원칙 중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유죄의 증명은 이 책의 제목처럼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증명을 요한다. 이런 형사소송의

원칙들은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냈던 인류의 과거 역사를 반성하는 측면에서 만들어진 법조인이

지켜야하는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무고한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지 않기 위해서

유죄여야 할 범인들에게 법의 단죄를 피할 구멍(?)을 만들어준 셈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원칙을

철저하게 관철시키다 보면 종종 국민의 법감정과는 괴리된 판결들이 나오게 된다. 이상적으로는

당연히 이런 원칙들을 준수해야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지만 현실에선 악랄한 범인들이 이를

악용하다 보니 원래 이런 원칙들을 도입된 취지가 무색한 경우들이 발생하고 만다. 이 책에서

현민우 부장은 배석판사들과 합의에서 무죄 2 : 유죄 1로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재판부의 판사는

모두 동등한 표결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감정이 시키는 대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재판부의 합의는 비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배석판사들이 얘기하지 않아서 대충 무마되긴 했지만

엄연히 법률 위반이고 판사로서의 자질 자체가 문제가 될 엄청난 사고를 친 것인데 결국 항소심에서

1심이 파기되고 무죄가 되어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되고 만다. 여기까진 어떻게 보면 좀 튀는 판사가

자신의 소신(?)대로 부장판사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가 상급심에서 바로 잡혀진 사건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자신의 판결이 맞다는 확신을 가진 현민우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세상을 활보하는 걸 두고 보지 못하고 피해자의 누나에게 접근해 피고인을 단죄할 다른 방법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이런 그의 돌발행동은 피고인에게 덜미를 잡혀 오히려 협박을 당하게 되는데...

 

판사 출신이라 실제 법원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외부 사람들은 잘 모르는

판사라는 직업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그려지는데 막중한 권한을 가진 판사지만 인간으로서의 한계도

분명히 있기에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직업인 것 같다. 특히 형사사건에선

여러 증거법적인 제한이 있다 보니 이 책에서와 같은 사건을 맡게 되면 정말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할 것 같다. 사실 진실이 뭔지는 신이 아닌 이상 알기 어렵지만 인간으로서 가지는

보편적인 감정을 무시하고 냉철한 법리적인 판단만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결정을 한다는 게 판사가 짊어져야 할 숙명인 것 같다. 기존에 만났던 

작품들과는 사뭇 스타일이 다르고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뻔한 스토리 전개로도 볼 수 있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는데 법정을 벗어난 후반부의 스토리와 반전은 진실을 찾고 정의를 구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도진기 작가가 변호사로 변신한 후 첫 작품이라 기대가

컸는데 뜻밖에 과거에 이미 써놓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사실 실제

사건이 있다 보니 저자도 분쟁에 휘말릴까봐 직접적으로는 언급을 하진 않지만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듯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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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인문학 - 문득 내 삶에서 나를 찾고 싶어질 때 백 권의 책이 담긴 한 권의 책 인문편
최진기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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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책을 보는 편이지만 여전히 볼 책도 많고 보고 싶은 책도 많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볼 수도, 볼 필요도 없기에 결국 내 입맛에 맛는 책들 위주로 읽게 되는데 직접 읽지 못하는 책들은

종종 책을 소개하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만남을 가지곤 한다. 이 책은 직장, 마음, 미술, 사랑,

여행, 사회, 음식, 교육, 역사, 인물이라는 10개의 주제에 걸쳐 10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인문학이란

커다란 관점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책에 대한 감상을 담고 있다. 이런 책을 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내가 본 책이 몇 권이나 소개되어 있는가 하는 것인데,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필두로 해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곽금주의 '도대체 사랑',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수디르 벤카테시의 '괴짜 사회학',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까지 총 8권이었다. 음식이나 교육 등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분야의

책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결과로 보이는데 과연 내가 읽었던 책들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했는지, 안 읽은 책들은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이 책에 수록된 것인지 궁금했다.

 

사실 이 책은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보단 저자 개인의 감상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어쩌면

책을 소개하는 책이라기보단 책에 대한 에세이집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김현의 '행복한 책 읽기'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상처와 위안,

희망에 관한 저자 자신을 위한 책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고 나완 좀 생각이 다르다고 느낀

부분들도 있었다. 100권을 똑같은 비중으로 소개한 건 아니고 좀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 책들과

(흰색 종이) 서평 형식으로 간략하게 소개한 책들(회색 종이)로 구분되었는데 흰색 종이의 책들에는

마지막 부분에 독서법과 팁을 적어 놓아 책을 직접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솔직히 저자인 최진기 강사를 이 책을 보기 전에 잘 몰랐는데 유명한 인문학 강사이면서도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인 것 같았다. 책을 읽는 것이 결국 책과 독자

간의 대화라고 본다면 독자의 삶과 인생관, 경험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통해 저자 자신의 감상을 잘 드러낸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인문학 서적들을 나름 소화하여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 게 아닌가 싶다. 몇 권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공통 분모였던 8권이 시간이 지나면 최소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나 있을 것 같다.

209 가만히 생각하면 미숙한 운전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 못지않게 미숙한 사랑으로 발생되는 사고도 위험한 것 같습니다. 운전과 사랑의 공통점은 행위 당사자인 자신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커다란 상처를 준다는 것이죠.

258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내가 왜 어디를 가게 되었는가를 먼저 생각해보는 여행이 되어야 진짜 좋은 여행이 됩니다. 여행을 가는 이유는 여행 자체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고 난 이후에 여행 전과 내가 달라지고 싶어서 아닌가요?
저는 여행을 ‘마음의 성형 수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형을 하는 이유가 성형 자체 때문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형을 하는 이유는 성형 이후의 삶이 성형 이전의 삶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여행 이후의 삶이 여행 이전의 삶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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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로스타임 - Novel Engine POP
니시나 유키 지음, 제로키치 그림, 조민경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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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5분. 나만 빼고 온 세상이 정지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매일 오후 1시 35분이 되면

한 시간 정도 발생하자 남자 고등학교를 다니며 모태솔로의 삶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어 보이던

아이바 코지는 시간 정지 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여자와의 스킨십을 꿈꾸며 이웃에 있는 남녀공학인

키비노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우연히 자신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는 미소녀 여학생

시노미야를 만나게 되는데...

 

나의 심금을 울렸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후 최근에 라이트노벨 계열인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를 읽으면서 하이틴 로맨스물의

풋풋한 매력을 다시 맛보았는데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서 과연 어떤 얘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제목에 축구에서 나오는 로스타임이 들어가 있어 시간을 가지고 장난하는 게 아닌가 싶었더니 역시나

시간이 정지되는 황당한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타임리프는 SF소설의

단골 소재지만 이 책에선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처럼 특정 사람들을 제외한 세상 전부의

시간이 정지되는 설정을 하고 있다. 혈기왕성한 남고생답게 시간 정지된 상황에 응큼한(?) 수작을

시도하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미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아이바의 꿈은 좌절되고

시노미야와 두 사람만의 특별하고 비밀스런 시간을 공유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싹트게 된다. 이 특별한 시간에 아이바는 신이 빠뜨린 시간이란 의미로 '로스타임'이라고 부르자고

시노미야에게 간신히 허락을 받는데 로스타임 동안 두 사람이 한 일들은 로스타임이 끝나면 자동으로

로스타임이 시작되기 직전 순간으로 리셋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오직 두 사람의 기억 속에서만

로스타임 동안의 일이 남아 있는데 두 사람은 로스타임 동안 동물원에 가서 북극곰 껴안아 보기 등

실제 시간에선 할 수 없는 기발한 일들을 함께 하면서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요리가 취미인 아이바가 시노미야에게 자신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주자 그녀는 엄청난 식탐으로

화답한다. 이렇게 둘만의 알콩달콩한 로스타임도 아이바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시노미야에게 뭔지 모를 비밀이 있을 거라곤 충분이 예상했고 드러난 비밀도 예상 범위 내라 할 수

있었다. 판타지적 요소들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현실감이 좀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제3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딱 신파조로 흘러가고 말았는데 그렇게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얘기는

마지막에 다시 반전을 이뤄낸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윌슨병이 정말 무시무시한 병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암튼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두 사람 사이의 풋풋한 연애모드는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물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나에게도 만약 이 책에서의 '로스타임'이 주어져서 오직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아니 이런

로스타임을 함께 공유할 특별한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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