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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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쓴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 제3장에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라는 제목으로 마약 판매상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유가 그들이 최저 임금보다도 못한 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란 내용이 나온다.

거기서 인용하는 자료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수디르 벤카테시가 직접 갱단과 동거동락을 하면서  

얻어낸 적나라한 흑인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인도 출신 이민자인 수디르 벤카테시는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다른 대학원생들과는 전혀 다르게 논문을 쓸 생각을 한다.

그것은 바로 흑인 빈민들의 적나라한 현실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거기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사회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연구방법 중에 주로 사용되는 것이 설문조사 등을 통한  

통계학적 방법인데 저자는 그 방법보다는 연구대상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자가 후자에 비하면 훨씬 수월한 방법이고 나름 객관적이라 인정받는 방법임에도  

저자가 후자의 방법을 택한 것은 아무래도 연구대상의 특별함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흑인 빈민으로서 산다는 것은 직접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제대로 알기 어렵다.  

그리고 조사대상인 흑인 빈민들과의 접촉이랄까 그들에게서 진솔한 얘기를 끌어내는 것은  

같은 흑인 빈민이 아니고선 극히 어려운 일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저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흑인 빈민가를 직접 찾아간다.

물론 흑인 빈민들이 저자를 환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낯선 동양계 이방인의 등장에 경계심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동네 흑인 갱단과 마주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갱단 보스인 제이티에게 조사 허락을 받으면서 그의 연구는 탄력을 받게 된다.

 

주로 제이티를 통해 알게 된 흑인 빈민가에서 갱단의 의미는 예상 외로 필요악과 같은 존재였다.  

사실 정당한 공권력이라 할 수 있는 경찰들이 해야 할 일을 갱단이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경찰이 흑인 빈민가를 무관심 속에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 빈민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경찰 뿐만 아니라  

각종 관공서와 병원, 소방서 등 생활에 밀접한 시설들 전부라 할 수 있었다.

그 원인은 명확하게 부각되진 않는데 아마도 그들이 돈이 안 되고,  

그들에겐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암튼 백인이라면 당연히 무료로 누려야 할 것들은 흑인 빈민들은 갱단에게  

보호비(?) 비슷한 것을 지급하면서 그나마 안전 등을 보장받는다.  

그래도 그런 갱단이라도 있으니 조금이나마 안전한(?) 삶을 누리기 때문에 흑인 빈민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갱단도 오히려 자신들의 질서유지자로서의 역할에 자부심마저 갖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착취구조가 공권력의 무관심 속에서 발생한다.

 

갱단의 수입원은 주민들에게 뜯어내는 수수료(?)가 아니고 주로 마약 판매라 할 것이다.

마약 판매를 비롯해 각종 이권에 개입해 부정수익을 쌓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이지만  

이런 부정수익을 얻는 인물이 단순히 갱단만은 아니었다.  

제이티에 이어 동네 넘버2라 할 정도의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인 베일리 부인은  

동네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정부기관 등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브로커를 통해서야 겨우 얻어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착취구조는 아마도 어느 빈민가에서나 공통된 사실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처절한 현실들은 저자가 1일 갱단 보스 역 등을 하면서 직접 알아낸 사실이다.  

저자로서는 범죄에 거의 발을 담글 아슬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할지 고민하기도 하며, 빈민들이 돈 버는 방법을 갱단 보스인 제이티와  

또 다른 착취자인 베일리 부인에게 말해 주민들의 원망을 듣기도 한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저자가 완성한 이 책은 그야말로 빈곤과 착취의 현장을 생중계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흑인 빈민들이 왜 빈곤의 악순환을 겪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지 않는 더 큰 사회적 원인들이 존재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경찰 등 공권력이나 의료 서비스 등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록 돈을 치르더라도 갱단이나 부정수익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 뿐이었다.  

그들을 통해야지만 그나마라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부패와 착취구조가  

그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근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적나라한 사실들을 목숨을 걸고 조사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빈곤 문제에 대한 생색내는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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