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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 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ㅣ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함규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한국사를 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도시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이
책은 30개 도시를 선정해 각 도시별로 그곳에서의 주요한 역사를 다룸으로써 전체적인 한국사를 다룰
때 소홀하거나 간과되었던 부분까지 살펴볼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사의 주요 장면들을 간직한 도시
30개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서울에서 출발해 남한 지역을 한 바퀴 돈 후 북한까지
진출하는 것도 모자로 국경을 넘어 중국의 도시들까지 다루는 기염을 토한다.
먼저 서울은 백제시대 수도 위례성이 현재 풍납토성으로 과거부터 한반도의 핵심 지역이었는데, 이
책에서도 강동, 종로 - 중구, 용산, 서대문, 성북, 동대문, 영등포, 강남 권역으로 나눠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은데 흔히 임진왜란때 선조가 도망간 걸 알고 백성들이 궁궐에
불을 지른 걸로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선 한양에서 밀려난 왜군이 불살랐다는 설이 더 유력하다고
한다. 그리고 1876년 경복궁이 화재로 불타게 한 범인이 흥선대원군으로 추정된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알려준다. 정조의 화성이 대표적인 수원을 거쳐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로 내려가는데 의자왕이 당시
수도였던 사비(부여)에서 웅진(공주)으로 도망갔다가 거기서 최종 항복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다음 도시는 천안으로 여기선 유관순 등이 주도한 아우내장터에서의 만세 운동이 유명한데 당연히
3월 1일일 거라 생각했지만 4월 1일이었다. 호남권의 대표 도시인 전주와 광주를 거쳐 약간은 의외인
남원과 여수를 다룬 후 제주로 건너간다.
다시 부산으로 와서 경남권을 도는 줄 알았더니 난데없이 대마도로 건너간다. 대마도가 신라 땅으로
여겨졌으나 딱히 신라 정권이 대마도를 통치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백제가 멸망한 이후
백제 출신들이 살기 시작했지만 신라와의 전쟁에 대비한 왜의 최전방 요새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역사적으론 오히려 일본사에 더 가까워졌고, 이후 일본계 인구가 늘고 백제계가 밀린 데다가 몽골과
고려 연합군이 대마도를 침공해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완전히 일본편이 되고 만다. 대마도에서 다시
김해로 돌아와 경상도의 주요 도시들인 울산, 경주, 대구, 안동을 거쳐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강릉을
다룬다. 이후 북한과 경계지역들인 인천, 파주, 연천으로 남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도 남한
최대 면적 도시가 안동이라거나 경운궁과 인천 사이에 한국 최초로 전화선이 가설된 후 사흘 만에
고종이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김구의 사면을 지시했다는 등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이제
예상 외로 휴전선을 넘어 북진을 하여 개성, 해주, 평양, 원산, 함흥, 신의주까지 북한의 주요 도시들을
다룬다. 아무래도 북한 도시들에 대해선 그다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잘 몰랐는데 다양한 사진자료
등을 토대로 북한 도시들의 역사와 실정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북한에서 대규모 민중 봉기가 세 번
있었는데 그중 두 번이 해주라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한반도 일주는
한반도를 넘어 중국땅까지 들어가는데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단둥을 필두로 고구려의 수도 국내성이
있던 곳이라 여겨지는 지안, 윤동주 시인의 고향으로 유명한 룽징(용정), 발해의 수도 상경이 있던
곳으로 생각되는 닝안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30개의 도시만으로 한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순
없지만 그동안 잘 몰랐던 도시들만의 여러 사연들, 특히 남한을 너머 북한은 물론, 대마도와 중국의
우리와 역사적 관련이 있는 도시들까지 망라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