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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의학자 -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해부하다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미술관에 간 ~' 시리즈로 '물리학자', '화학자 2', '인문학자'편을 읽어봤는데 미술작품들을
여러 분야의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마침 회사 도서실에서 이 책을 발견해
서둘러 모셔왔다. 저자가 미술을 좋아하는 내과의사라서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는데
얼마 전에 읽은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와도 겹치는 소재들이 더러 있었다.
총 4개의 챕터에 걸쳐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미술작품들의 얘기를 들려주는데 먼저 세상을 바꾼 질병
으로 시작한다. 중세의 외과의사는 이발사를 겸업할 정도로 오늘날과는 천지차이인 대접을 받았는데
외과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게 된 계기가 루이14세의 치루 수술이 성공하면서였다는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질병들이나 한센병, 동성애 등을 다룬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에선 나폴레옹의 죽음을 비소 중독이라고
보았는데 이 책에선 위암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판단한다. 한편 '나폴레옹 콤플렉스'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나폴레옹이 단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단위 '피트'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달라서였기 때문으로
5.2.피트인 나폴레옹은 영국 기준으로 하면 158.4cm이지만 프랑스 기준으로 하면 168.9cm로 당시
프랑스 성인 남성 평균 164cm보다 큰 편이었다. 다음 챕터인 '화가의 붓이 된 질병'에선 '초록 요정'
압생트 얘기를 필두로 고흐가 그린 두 명의 의사 얘기와 더불어 그의 죽음의 진실을 다루는데 고흐가
즉사하지 않고 스스로 여관으로 걸어왔다는 점을 들어 바로 수술을 받았으면 살았을 수도 있었을 거란
의견을 제시한다. 벨기에 브뤼셀 왕립미술관에서 본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마라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그림들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캔버스에서 찾은 처방전'에서는 뱀에 의한 독살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르의 자살을 일산화탄소를 이용한
자살로 보고 스탕달 신드롬의 주인공 베아트리체 첸치의 얘기가 다시 나와 복습을 하게 되었고, 갑상샘,
통풍 등 미술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주제와 연관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술의
단골 소재인 신화와 종교와 의학의 관련성을 연결 짓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하는데 아무래도 정신의학과
관련된 신화 속 얘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의학은 인간과 가장 밀접한 분야이다 보니 미술작품에서도
의학의 관점을 들이대면 무수한 얘기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