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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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은 어렴풋한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당연히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는데 3권짜리 완역본은 도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차에 그나마 57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이 책은 시도할 만했다. 영화로도 수차례 만들어져 영화로도 볼 기회가 있었지만 왠지 끌리지

않았던 이 책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인간관계나 다른 관계에도 모두 적용되는데 책과의 만남도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 책은 첫 문장이 너무 유명한데,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라는 문장으로 앞으로 

이 책에서 그려나갈 등장인물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책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여서 당연히

그녀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만 카레닌 부인인 안나 카레니나가 실제 등장하는 것은 책이 시작하고

한참 지난 87쪽부터였다. 그동안은 안나의 오빠인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애들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워

아내인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와 갈등을 빚는 모습과 다리야의 동생이자 쉬체르바스키 가의 영애인

키티를 두고 레빈과 브론스키가 구애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브론스키를 사랑하는 키티는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상처받은 레빈이 떠난 사이 오빠 부부 문제를 해결하러 온 안나 카레니나와 어머니를

마중나온 브론스키가 기차역에서 만나면서 이 책의 핵심문제가 발생한다. 첫눈에 반한 브론스키는

관심이 있던 키티를 차버리고 안나에게 계속 접근하고 남편과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안나도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면서 이들의 불륜은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한편 브론스키에게 차인 키티는 충격을 

받고 이런 키티에게 아직 미련이 있던 레빈은 다시 그녀와 만날 기회가 생기는데...


바람둥이 남자와 유부녀의 불륜 행각은 결국 비극을 불러 온다. 브론스키야 딱 봐도 무책임한 바람

둥이임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여자들은 그런 달달함에 헤어나오지 못하니 오빠의 불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며 정숙한(?) 줄 알았던 안나마저 브론스키와 눈이 맞아 심지어 애까지 낳는 지경에 이른다. 

웃긴 건 안나가 이러고 다니는 줄 짐작하면서도 체면만 생각하며 방치하다시피 하는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태도였다. 매정한 그는 안나가 그 지경에 빠졌으면 이혼이라도 하면 좋은데 

안나가 불륜남의 애를 버젓이 낳았는데도 이혼할 생각을 안 하면서 그들의 불륜 생활을 놔두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된다. 한편 한 번 어긋났던 레빈과 키티는 브론스키의 

변심으로 다시 이뤄지게 되는데 딴 남자 좋다고 자신을 거절했던 여자와 다시 만나는 레빈이 대인배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 책에서 원만한 관계를 보이는 커플이 레빈과 키티라 할 수 있었는데 애매한 

관계 속에 불륜녀로 낙인 찍힌 안나는 점점 브론스키에게 집착하게 되고, 안나에 대한 감정이 예전같지 

않고 그다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던 브론스키와의 관계도 점점 악화일로에 빠지다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종말을 맞게 된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남녀관계는 아무리 19세기의 러시아지만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요즘의 잣대로 평가하는 건 좀 그렇지만 평범한 귀족부인이었던 안나의 일탈이 낳은

비극은 한때의 불같은 사랑에 빠져 자기 삶을 거는 게 얼마나 무모한 짓임을 잘 보여주었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등장해 벌이는 복잡한 관계와 감정 변화는 역시 대문호 톨스토이의 이름값에 걸맞는   

풍성한 만찬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었는데 압축한 책도 이런데 3권짜리 완역본은 좀 지루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암튼 이제 책으로 봤으니 영화로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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