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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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만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게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물론 자신의 감정도 제대로 몰라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표현에 서투른 데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걸

미덕으로 여겨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면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삶이 고단해지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고

표현하지 못하면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제대로 된 생활 자체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한 일이 되었는데,

이를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도 없고 배울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차에

철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을 보니 제목 그대로 감정수업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나오는 총 48가지 감정에 대해

각각의 감정을 다룬 48편의 세계 명작들을 사례로 들면서 그 감정의 본질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인간의 감정을 이렇게 세밀하게 구분한다는 자체가 평소에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정들의 존재를 새삼 새롭게 느끼게 되었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룬 총 48편의 소설 중 내가 제대로 읽은 작품이 조지 오웰의 '1984'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정도밖에 없는 점도

조금은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아직 내가 읽을 책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사실 감정에 대한 수업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짤막하게나마 여러 명작들을 맛보는 재미도 나름 솔솔했다.

내가 읽었던 작품들도 과연 이런 면이 있어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 등을 통해 대강의 내용은 알던 작품들은 책으로서의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으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품들은 몰랐던 작품을 알게 되어 반가웠다.

보통 문학과 철학이 만나면 지루하고 난해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각 감정의 적절한 예시로

문학작품을 발췌하여 들려줌으로써 그 감정의 실체를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나오는 대부분의 감정들에 대한 정의를 보면

기쁨이나 슬픔, 욕망이라는 기본적인 감정으로 정의를 하고 있다.

욕망과 슬픔은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고 있어 정리가 되는데 기쁨만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관계로

기쁨을 어떻게 정의했을지가 궁금하면서 이를 누락(?)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우리 맘속에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상당히 불행한 일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려 드는 잘못된 관념은

우리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만든다.

모든 걸 선과 악의 관점에서만 판단하려다 보니 자신의 좋고 나쁨에만 둔감해져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닌 타인과 사회가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한다고 착각하면서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다수 사회구성원의 판단기준인 선과 악이 아닌 자신만의 판단기준인 좋음과 나쁨을 적용할 때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이 책은 제대로 가르쳐준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고 이에 충실한 것이 결코 잘못되거나 나쁜 게 아니며

그래야지만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감정수업을 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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