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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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라는 독특한 수식어가 붙는 유영만 교수의 책은 그동안 '상상하여 창조하라'를 필두로

'내려가는 연습', '용기', '생각 사전', '유영만의 생각 읽기'를 읽어봤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의 책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에 익숙한 생각의 전환을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는 책들이라 할 수 있어 신선한

자극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기며 12명의 철학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유영만 교수는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해서 존 듀이, 니체, 비트겐슈타인, 마이클 폴라니,

질 들뢰즈, 움베르토 마투라나, 미셀 푸코, 리처드 로티, 자크 데리다, 조지 레이코프, 브뤼노 라투르를

소환하여 위험한 철학자가 되라고 말한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저자가 뜬금없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철학에서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니 좀 의아했지만 단순히

어떤 철학자의 특정 개념과 사유 체계를 알려주려는 게 아니라 삶 자체를 철학자로 살기 위해 그들의

사유를 인용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익숙한 관성의 늪에서 사유의 발목을 잡는 

공작원들을 퇴치하는 과정이고, 철학적 사유는 당대를 지배하는 주류적 사유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위험한 탐험이자 모험이라고 말하는데(12쪽), 기존에 가지고 있던 철학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완전히 부수는 접근이었다. 이 책의 제목인 '아이러니스트'도 아이러니를 의도적으로 

창조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이 책에 등장하는 리처드 로티가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말

이라고 한다(14쪽). 이 책에선 낡은 생각을 익숙한 언어로 날조하는 삶에서 벗어나 익은 생각을 낯선 

언어로 부단히 창조하는 시인의 삶을 표방하는 아이러니스트를 지향하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관성적

으로 움직이려는 진부함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라도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결행을 즐기는 아이러니스트로 변신하라고 주문한다(14쪽).  


원래 철학과 그리 친한 편이 아닌 데다 솔직히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 중 상당수가 초면이어서 술술

익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영만 교수의 책답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자극을 주는 얘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자들의 사유들에서 새로운 것들을 뽑아내는 능력은 역시 놀라울

따름이었다. 철학이 내 삶을 들여다보는 각성이고, 익숙한 것과 과감히 이별하는 결단이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용기라며 지혜를 얻기 위한 철학자들의 몸부림 또는 안간힘을

배우라고 주문한다(386~387쪽). 단순히 머리로만 고민하는 철학이 아닌 직접 몸으로 행동하는 철학을 

얘기하며 열두 명의 철학자들의 문제의식, 고뇌, 패배감, 절망을 자신의 삶에 끌어들여 치열하게 

사유하고 실천하라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철학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고 새로운 개념들과 

발상의 전환, 실천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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