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
얀 드로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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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철학과 관련된 책들을 읽기는 하지만 솔직히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세상의

근본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결코 철학과 무관하게 살아갈 수는 없지만 철학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마치 뜬구름 잡는 것처럼 상당히 추상적이다 보니 소설책처럼 술술 읽히지가 않아서 몇 번을

되새김질을 해야 겨우 소화가 가능하거나 그냥 꿀꺽 삼켜서 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다 보니

저절로 철학책은 손이 가질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필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보니 편식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그나마 만만한 책들에 도전하곤 하는데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창립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생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얀 드로스트가

서양철학사를 대표하는 6명의 철학자들을 선정해 그들의 사상을 압축해서 소개하고 있다.  

 

영광(?)의 6명의 주인공은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사르트르, 푸코였는데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으로 무력감을 종식시키고자 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들은 무력감 종식을 위한

도구로 사고능력을 선택했는데 이 책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먼저 첫 번째

주인공인 에피쿠로스는 인간적인 행복 추구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 '두려움'에 근거가 있는지

찾아봐서 근거가 있다면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근거가 없다면 안심하면 된다고 얘기한다. 에피쿠로스

하면 흔히 쾌락 추구를 떠올리는데 오히려 그가 하지 않았던 단 한 가지가 극단적인 욕망의 추구라고

하니 그동안 에피쿠로스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에피쿠로스는 자족과 평정심 두 가지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하면서 쾌락을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쾌락, 자연스럽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쾌락, 자연스럽지 않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쾌락의 세 가지로 분류하며, 불행은 두려움이나 허영,

그리고 절제가 없는 욕망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해 쾌락만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한 철학자가 절대

아니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스토아학파는 에피쿠로스학파와는 대조적으로 이성을 중시하며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보면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등장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스토아학파에서 감정을 부정적으로 본 것에서 벗어나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면서도 여전히 이성을 중시하면서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네 가지

덕목을 제시한다. 가장 급진적인 결정론자로 스피노자가 등장하는데 그의 대표작인 '에티카'는

전에 읽었던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여러 감정들의 정의와 함께 관련된 문학작품을 다룬 적이

있어서 이 책에서 언급되는 감정들과 '자유로운 필연'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한 사르트르에게 있어서의 자유와 책임의 문제와 마지막으로 '감시와 처벌'을 통해 권력의

본질을 다룬 푸코까지 삶과 행복, 자유 등에 관한 여러 철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철학이라는 게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지만 여러 생각들을

다루면서 자기 스스로 주체적인 생각을 하며 적극적으로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잘 담겨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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