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념 -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에 관하여
피트 데이비스 지음, 신유희 옮김 / 상상스퀘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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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독서모임 책이었다.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서론은 좋았다. 거기까지였다. 이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좋아하는 분도 있기 때문에 지나친 비판은 삼가려고 한다. 저자와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한다는 느낌으로 써보겠다. 최대한 감정을 절제해서.


 일단 첫 부분과 이 책의 전체적인 주장, 취지는 좋았다.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다. 우리는 무한 탐색 시대에 빠져있다. 선택지가 늘어났다. 덕분에 우리는 선택의 늪에 빠졌다. 어느 것 하나 전념하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무한 탐색 시대에 꾸준히 전념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전념의 힘에 대해 말해준다. 책의 중심 주장도 공감이 가고 애덤 그랜트, <그릿>의 저자, 세스 고딘 등의 추천사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저자들이 정말 이 책을 다 읽고 쓴 것일지 의심스러웠다. 


 두서 없이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비판해보겠다. 먼저 책 자체가 지루하고 재미없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책인듯하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하버드 대학원 8분짜리 졸업 연설이 '3천만뷰'를 기록하고 출판사의 권유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아마 8분 간의 연설이 책의 서두에 해당하는 부분일 것이다. (나는 책 서두에 해당하는 부분은 좋았다. 독서모임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책 서두까지는 공감가고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좋은 건 서두까지였다.) 억지로 책 한 권을 채우려고 과도하게 책 내용을 부풀린 느낌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오랜 시간 전념하지 않았다. 스토리텔링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사례만 많이 늘어놓을 뿐, 인상적이지 않다. 마틴 루터 킹의 흑인 인권 운동, 헝가리 의사 제멜바이스의 충분히 인상적인 사례들도 그의 글에서는 생명력을 잃는다. 이 책은 전념하기의 과정에서 나온 책이 아닌 탐색하기의 과정에서 나온 책이다. 책을 써본 적은 없지만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저자가 앞으로 글쓰기에 전념해서 좋은 책을 쓰게 되길.  


 두 번째 비판은 과도한 단순화, 지나친 이분법이다. 이 부분이 가장 화나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무한탐색하기를 비판하고 전념하기를 찬양한다. 자본주의, 출세지상주의 등 모든 나쁜 것들은 무한탐색하기 때문이 된다. 헌신, 의무, 영웅, 공동체주의 등 모든 좋은 것들은 전념하기와 관련짓는다. 특히 공동체주의의 좋은 점만 말하고 이를 전념하기와 거의 동일시한다. 탐색하기의 장점을 말하긴 하지만 단점들에 대해서만 강조한다. 전념하기의 단점, 무한전념하기의 위험성, 부작용 등은 일절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의 글이 편협하고 지나치게 느껴지고 강요로 느껴진다.


 세 번째 비판은 근본주의의 위험성이 부분 부분 느껴졌다는 것이다. 전념하기를 찬양하고 강조하다보니 정도가 지나쳐보였다. 저자는 선택지열어두기의 문제점을 말하고 전념하기 위해서는 선택지를 닫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 사례로 20대 초반의 여자가 타투이스트의 길에 전념하기 위해서 얼굴에 타투를 새긴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비유적인 의미에서 얼굴에 타투를 새긴 것을 좋은 의미로 이야기 한다. 독서모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좋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항상 선택지를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어야 한다. 출구가 없는 것은 덫이다. 물론 전술에서도 배수의 진이라는 전술이 있다. 하지만 이는 하책이다. 최후의 수단이다. 아무런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행하는 방법이다. 과연 만약 저자의 딸이 타투이스트의 길을 걷겠다고 20대 초반에 얼굴에 타투를 새긴다고 했을 때 저자는 어떻게 말할 지 궁금하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찬성한다고 말할까? 현실 세계에 비유적 의미의 찬성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얼굴에 타투를 새기거나 새기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비유적 의미라는 말로 피해갈 수는 없다. 


 네 번째 비판은 지나친 이분법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저자는 탐색하기와 전념하기를 대립적인 관점에서만 이야기 한다. 그리고 탐색하기 보다 전념하기를 계속 우위에 둔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전념하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저자의 생각과 달랐다. 탐색하기와 전념하기는 대립적인 관계이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왼발과 오른발과 같은 관계다. 한 쪽 발로만 걸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인생에서 탐색하기와 전념하기를 모두 해야하며 때로는 동시에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오해하고 있는데(저자에 대한 또 다른 비판 중 하나이다) 전념하기를 하는 대가들도 그 속에서 끊없이 탐색을 멈추지 않는다. 화가들의 화풍은 변한다. 과학자들의 연구 주제도 변한다. 한 분야에 오랫 동안 전념하는 사람들도 그 속에서 탐색을 하고 자신의 분야 밖에서도 탐색한다. 그래서 애덤 그랜트의 찬사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라는 책에서 창조성의 핵심 중 하나가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라고 말했다. 창조는 여러 가지 것들을 융합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개인에서도 국가에서도 기업에서도 한 분야에 전념했다가 망하는 사례가 많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비판은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념할 대상을 어떻게 고르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듯 싶다. 이성, 감정 등 몇 가지 요인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뻔한 이야기이고 와닿거나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념할 대상을 고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전념할 대상을 고르는 것보다 일단 한 대상을 고르고 전념해보라고 권한다. 아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결혼할 상대를 고를 때 일단 누군가를 고르고 전념하기란 어렵다. 또 아쉬운 점은 언제 전념을 멈춰야하는지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념하기 못지 않게 단념하기가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주위나 TV에서 수십년을 계속해서 고시공부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언제 전념을 멈춰야할까? 고민해봐야할 문제이다.


 이런 부분들은 책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비판이다. 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비판을 하면 비판거리가 훨씬 늘어날 거 같다. 책의 중후반부 부터는 한 페이지 마다 비판거리가 있어서 책장을 넘기기 정말 힘들었다. 


 

 비판이 많았지만 책의 장점, 좋은 점도 분명 존재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전념하기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올해 좀 더 전념하기를 잘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무한탐색하기를 경계하고 하나를 선택해서 좀 더 꾸준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서모임에 22명중 과반수 이상이 이 책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12대10 ) 나또한 무언가에 전념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치있게 여긴다. 전념하기를 잘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편협함과 폐쇄적인 것을 싫어한다. 


 초반에 좋았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내가 비판하는 부분들을 보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다. 전념하기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있고 탐색하기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둘 다 필요하고 중요하다. 공동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은둔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제 각각인데 너무 한 쪽만 강조하면 위험하다. 공동체만을 강조하면 전체주의, 국가주의로 흐를 수 있고 타 공동체에 배타적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한 곳에 정착하고 한 공동체에 헌신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예수님은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 다닌 것으로 안다. 만약 내가 저자와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는데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할 때 저자는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다. 떠나지 말고 좀 더 공동체에 헌신하라고 말하지 않을까? 만약 종교를 바꾸거나 종교를 버리려고 한다면 저자는 머라고 말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전념하기가 어려웠다. 그만 읽고 싶었다. 그래도 저자의 말대로 한 번 끝까지 전념해보았다. 덕분에 비판적인 관점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비판해 볼 수 있었다. 역시 단념하는 게 좋은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전념보다는 탐색을 더 좋아하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올 해는 하나에 전념해보고 싶다. 달리기에 전념해보려 한다. 


 물론 전념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대로 어느 정도 강제성도 필요하고 다른 선택지를 닫는 결단, 결심도 필요하다. 그것은 분명 중요하다. 전념하기 위해서는 헌신과 때론 희생도 필요하다. 이 부분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저자가 말하는 전념이 강제성을 띠거나 억압적이거나 전념을 위한 전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내 기우일 수 있지만 왠지 전념을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다. 전념하기의 단점, 부작용, 위험성을 전혀 말하지 않는 부분이 걱정되었다. 전념이 무조건 옳은 것, 좋은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험해보인다. 특히나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결심해서 자신의 얼굴에 타투를 새기려고 하는 이들이 읽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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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성냥갑 2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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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0년에 출간된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집을 번역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출간되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다. 몇 번 도전해봤는데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다. 한 번 실패한 책은 다시 시도하기가 어렵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그의 소설을 펼쳐볼 일은 없을 거 같다.


 소설에 실패했지만 에코의 글을 읽고 싶어서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몇몇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다. 그 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재밌게 읽었던 거 같다. 에코의 에세이는 풍자와 패러디가 많이 등장한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일상을 다루는 이야기는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소재가 조금 딥해지면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탈리어 문법이나 언어 사용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이탈리아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는 이해도 안 되고 읽기도 힘들었다. 그런 부분은 대충 대충 읽어 넘겼다. 


 <미네르바 성냥갑>은 총 2권으로 되어있다. 1권이 더 재밌었던 거 같다. 2권을 상품 등록해도 1권의 사진이 뜬다. 제 실수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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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12-26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권으로 되어 있는 책들 보면 종종 한 권만 등록되기도 하더라구요. 저도 저번에 아발론 연대기인가 올리는데 4권만 계속 떠서 읭? 했어요.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2-26 11:19   좋아요 1 | URL
네 종종 한 권만 등록되더라고요ㅎㅎ

재밌는 부분은 재밌게 읽고 흥미없는 부분은 건너 뛰면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ㅎ 배경지식이 부족하니깐 이탈리아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ㅎㅎ
 
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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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사놓고 조금 읽다가 묵혀 놓았던 책이다. 아마 법륜 스님의 책이라 샀던 거 같다. 출근길이 행복하지 않았던 때에 샀던 거 같은데 아무튼 읽다가 말았다. 


 최근에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즐겁게 읽었다. 출근길이 행복하지 않아서 읽은 건 아니고 짧은 책을 찾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어서 읽게 됐다.


 요즘 다시 출근길이 행복해졌다. 안좋은 직원들을 내보내고 좋은 직원들이 들어왔다. 역시 인사가 만사다. 직원이 좋으니 자연스레 일할 맛이 나고 환자도 늘었다. 


 책을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반성도 했다.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유튜브에서 법륜 스님의 영상을 보곤 했는데 간혹 내 생각과 다른 때도 있었다. 이 책도 예전에 읽었을 때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봤다. 아집을 어느 정도 버리게 된 걸까?


 사회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돈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다니거나 했다. 그럴 때면 너무 안타까웠다. 뭐라 말을 해주고 싶지만 쓸데없는 오지랖이라 생각해 말을 참았다. 나는 나의 직업, 직장에 매우 만족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워런 버핏은 매일 탭탠스를 추는 기분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나는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출근하기 싫거나 월요병이 심하거나 하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까진 아니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출근한다.


 법륜 스님은 출근길이 불행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서 가르침을 주고 조언을 해준다. 깨우치게 해준다. 결국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물론 직장이 나쁠 수 있다. 그런데 그 나쁜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은 본인의 결정이고 본인의 문제이다. 직장이 나쁘면 그만두면 된다.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역시 본인의 문제다. 더 좋은 직장에 갈 수 없는 능력 부족이거나, 돈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돈, 명예 등의 욕심을 버리면 얼마든지 직장을 그만두어도 먹고 살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훌륭한 직업,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돈, 명예가 아닌 본인의 행복을 택할 수 있다.


 우리는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그 시간이 괴롭다면 인생의 1/3이,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인생의 절반을 괴로움 속에서 보내는 것이다. 선택을 하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직장을 그만 두던지, 그 직장에서 행복해지던지.


 행복도 불행도 우리의 선택이고 우리의 몫이다. 남탓, 환경탓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본인만 괴로워질 뿐.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의 출근길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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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재의 달인^^
2024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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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15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24년에도 화이팅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2-15 15: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파이팅^^!
 
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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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이라면 이런 책을 읽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기존에 알아왔던 상식, 통념들이 얼마나 허술한 지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사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날조될 수 있는지 이제는 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산 책이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가 마더 테레사를 비판하는 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흥미가 생겼다.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다고? 마더 테레사는 성인으로 추앙받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사람이 아니었나?' 자극적이고 흥미가 가는 소재였다.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샀었다. 그런데 막상 사고 보니 책 내용이 뻔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마더 테레사를 비판하는 내용이겠거니 하고 마더 테레사가 사실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겠겄니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흥미가 떨어져서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집에 있는 짧은 책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짧은 책을 찾은 이유는 올해 100권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7권 남았다. 열심히 읽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적극적으로 종교를 비판하는 작가이다. 영미 언론이 선정한 '100대 지식인' 중 5위에 뽑힐 정도로 명성이 있는 분이다. 뛰어난 비평가이자 탁월한 논쟁가, 진보적 지식인이다.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 작가다. 


 짧게 마더 테레사에 대한 비판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 마더 테레사의 봉사활동에 대한 비판이다. 마더 테레사는 인도 콜카타에서 '자비의 집' 이라는 요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가난한 자들을 보살피고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된 곳이었지만 그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끔찍한 곳이었다. 환자들에게 아스피린 정도의 최소한의 진통제만 주고 주사 바늘을 찬물로 씻고 여러 번 사용하는 등 의사나 간호사가 보기에 처참한 수준이었다. 돈이 없었느냐? 아니다. 마더 테레사는 어마어마한 기부금은 받았다. 그 기부금이 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종교는 회계감사가 없으니 말이다. 그 기부금이면 최신식의 병원과 학교를 짓고도 남을 돈이었다. 몇 천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었지만 '자비의 집'에는 자비가 없었다. 개선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더 테레사는 훗날 최고의 서양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다가 생을 마감했다. 


 두 번째, 마더 테레사의 정치적 활동이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교황청은 정치적으로 결코 깨끗한 곳이 아니다. 테레사 역시 그랬다. 테레사가 방문하고 만난 인물들 중 독재자, 범죄자들이 있었다. 아이티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독재자와 만남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테레사는 독재자들까지 용서한 모양이다. 이 책에는 독재자 뿐 아니라 그녀가 만난 사기꾼, 범죄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테레사에게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기꾼이 2억 달러가 넘는 금융사기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해자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1만 명이 넘는 피해자가 있었다. 테레사는 판사에게 예수님이라면 사기꾼을 용서하셨을 거라면서 사기꾼의 선처를 바란다는 편지를 썼다. 이에 검사가 예수님이라면 사기꾼에게 받은 돈을 돌려줬을 거라면서 기부금을 돌려달라고 응수했다. 답장은 없었다.


 세 번째, 마더 테레사의 종교적 활동이다. 이는 기독교나 가톨릭의 죵교적 교리에 따른 활동이니 종교적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가톨릭은 낙태금지, 피임금지 등을 주장한다. 심지어 강간 당한 여성들도 낙태하지 않기를 주장한다. 테레사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보니, 미국 대통령, 정치인, 영국 대처 총리 등과 만남을 가지면서 낙태반대법을 적극 지지했다.  


 디테일한 부분이 재밌으니 뻔한 내용일지라도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저자는 오로지 팩트만을 가지고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다. 마더 테레사는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앙받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어찌 되었든 히친스는 논란,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지옥이 있다면 히친스는 이 책으로 인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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